따뜻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에
동행하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다
동행하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다
김동심 십대여성인권센터 심리지원단장
지난 십 여년간 센터내 심리지원단 활동을 통해 상담의 인연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나 왔습니다.
그 만남들은 몇 회기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수십회기까지(100회기 넘게 상담을 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개인상담으로 만나게 된 아이도 있었고, 성착취 피해 경험을 가진 생존자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캠프를 통해 만났던 아이들도 있었으며, 피해예방을 위한 학교 캠프에서 만났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상담을 통해 만난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2018년과 2022년에는 이화여대 대산갤러리에서, 그리고 2023년에는 국회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러 장면에서 만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커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아이들의 상담에 집중하면서 아이들과 관계하고 있는 여러 어른들과도 함께 협력해 나갔습니다. 아이들의 주양육자(엄마, 아빠, 할머니, 고모, 이모 등)상담을 하였고, 주양육자 교육을 하였으며, 쉼터에 있는 아이라면 쉼터 선생님과 소통 하였고, 학교 선생님과도 소통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좋은 어른들의 협력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일상을 회복하였으며, 자신을 조절하며 성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센터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심리치료를 공부하기 전 성착취 피해생존자들을 만나온 현장 활동 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저는 성착취 피해생존자의 회복이 법률지원이나 의료지원, 쉼터나 생계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헌신적인 변호사님들이 열심히 하셔서 재판에서의 승소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좋은 의사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여러 지원들을 제공한다 해도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인식과 재협상을 하고, 건강한 경계와 조절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또 다른 유혹에 넘어가거나 침범 받기가 쉽고 반복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법률지원, 의료지원과 더불어 심리지원을 함께 하는 것이 성착취 피해 생존자 아이들의 회복과 성장을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님께서 이러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분이라는 점입니다. 하여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시작할 때부터 법률지원단, 의료지원단과 함께 심리지원단을 발족하여 지속적으로 심리지원을 해 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진경 대표님은 부모상담이나 다른 가지의 상담 등 아이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제도권 내에서 지원이 어렵다면 프로젝트로 사업비를 만들어 오셨고, 후원자를 찾아 모금을 해오셔서 아이를 위해 필요한 최대한의 상담지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점은 정말 다행이면서 대표님께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이것은 마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능력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마음과 능력이 다 있으면서 이 일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대표님을 만나 10년 넘게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심리치료사이며 활동가인 저에게도,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행운입니다.
작년 가을 센터 발족 10주년을 기념하여 두 번째 전시회를 준비하며 그동안 오랫동안 상담을 하다 잘 마무리 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대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 작업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한 아이들은 센터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건강한 자신은 없다며 전시회를 위한 작업에 흔쾌히 응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병으로 작업한 ‘빛’이라는 작품에서 자신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정확히 표현하였습니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안정감과 조절감을 가지고 자신이 어떻게 회복을 넘어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표현하고 주옥같은 말들을 남겨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센터의 많은 지원으로 지금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저는 동아줄로 내려온 불빛들(상담샘, 센터, 엄마, 친구 등)을 보며 줄을 타고 올라가 피해의 어려움과 감정들을 다시 잘 경험하고 소화하여 나비가 될 수 있었어요. 앞으로 나도 누군가를 돕는 불빛이 되어주고 싶어요.”
“바람은 시련의 바람과 바란다는 뜻으로 중의적 표현으로 어려운 일을 잘 겪어낸 사람들이 성장해서 필요 없는 것은 떨어지고 필요한 것만 남아 있는 것을 표현했어요. 고통을 계속 가지고 살 필요 없으니까 그건 떨어뜨리고, 남은 건 선생님들과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낸 강인한 마음만 가지고 가고 싶어요.”
“센터에 처음 상담하러 왔을 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겨울이었는데 그때는 피해로 인한 상처로 마음이 휑했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어요. 지금 비슷한 계절이고 겨울에는 꽃이 안피는데 지금 내 마음에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꽃이 피어 있고 더 행복할 겨울이 기다려져요. 저는 제가 이렇게 밝고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인지를 상 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더 좋아졌어요”
“상처도 꽃이 될 수 있어요. 병 중앙의 꽃이 상처인데 상처가 꽃을 피운 거예요. 주변에는 꽃이 피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진짜 어른들이 둘러싸고 있는걸 표현했어요. 하얀 뿅뿅이는 푹신푹신한 느낌으로 쿠션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지금 나를 받쳐주는 안정적인 쉼터의 느낌을 표현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따뜻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동행할 수 있어서 감사함과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경험할 때 주변의 지지와 지원, 격려가 있다면 그 어려움에 주저앉지 않고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기에 성착취 피해를 경험한다 해도, 혹여라도 양육자가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해도 아이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사회의 좋은 어른들이 좋은 어른으로서 역할을 잘 한다면 아이들은 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심리지원과 그리고 센터의 여러 지원들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건강한 경계를 만들고, 조절감 회복을 통해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자신의 일상을 잘 꾸려나가게 되었고, 더 나아가 외상 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얼마전 고등학교 3년동안 상담을 하며 유급 위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되었고, 졸업후 전문대에 진학해 졸업한 아이가 4년제 대학 심리학과에 편입을 했다고 연락을 주었습니다. 매우 기뻐하고 축하해 주자 “선생님이 진짜로 기뻐하고 축하해 주실 줄 알았다”라고 하였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건 아이들이 상담을 시작할 때 특별히 의대나 예술관련 전공을 준비했던 아이들 외에 일반과로 대학을 진학하는 아이들 중에는 사회복지나 상담관련 과에 진학하거나 상담이나 피해생존자 지원단체에 취업하는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아이들을 만나오면서 상담약속에 바람을 맞을때도 많았지만 자신의 삶으로 회복과 성장을 보여주는 생존자 아이들을 많이 만나며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조진경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아이들의 밝은 미래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