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님은 19~21대 국회의원으로 아동, 여성, 장애인 등이 취약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된 법률에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돌봄환자가 지역사회에 자립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돌봄보장법안과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등을 대표발의 했습니다. 또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으로서 우리 정치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비례대표제 확대 등의 관련 법안 개정 활동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터 남인순 의원님, 안녕하세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관련 2015년 8월 1일 1차 개정안 및 2016년 8월 8일 개정안 2차 대표 발의, 2019년 6월 4일 ‘아청법’ 국회 간담회(법사위 추동) 공동주최 등을 함께 해주셨는데 기억하시는지요? ‘전환’의 시기를 맞게 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아청법’ 개정’으로 보고 있는데요, 의원님 덕분에 2020년 4월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당시 ‘아청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오래 전 일이지만 ‘아청법’ 개정과정에서 기억나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남인순 법안을 발의하면 원래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니 그 회기에 통과를 시켜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굉장히 논쟁이 되는 법안들은 잘 통과가 안돼요. ‘아청법’도 그랬던 것 같아요. 2015년 8월에 법 발의를 했지만 2016년 5월에 임기가 마무리되어 19대 국회도 끝나면서 법안이 만료되었어요. 즉, 폐기가 된 거죠. 물론 처음에 제가 법안을 발의한 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고 관심이 있어 법안을 냈던 거라 재선이 되자마자 20대 국회인 2016년 8월에 다시 발의했는데 2020년 4월에 개정안이 통과된 거니 20대 국회 기간만 봤을 때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거예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여성가족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고 저도 여성운동을 했었기 때문에 이 법을 꼭 개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2015년에 관악구 모텔에서 14살 소녀가 성매수자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었어요. 그 사건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이야기되는 담론이랄까요, 성매매에 의한 것이라는 인식에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 우리사회의 어떤 공감대도 형성되지도 않았고, 제도 개선이 될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채팅앱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유입도 늘어나고 있었죠. 전체적인 성매매 사건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사건은 늘었어요. 관악구 사건을 계기로 저뿐만 아니라 십대여성인권센터, 그리고 아동·청소년, 여성단체들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의 심각성을 계속적으로 제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래서 국회에서 이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법안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설득을 하는 과정이 있는데 여성가족위원회는 통과되지만, 법사위가 통과되지 않는 구도였거든요. 그래서 법사위원회 동료 의원들, 저와 같은 당의 의원들, 그리고 법무부 쪽도 만나서 계속 설득했었죠. 어쨌든 계속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하니까 이제 법사위원들도 그렇고 법무부도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를 고민하면서 통과를 시켜준 것 같아요. 토론회, 간담회를 진행하고 설득의 과정을 거치니 결국은 법안이 개정되기는 되는구나...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센터 ‘아청법’의 개정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관련해서 말씀해주시고 싶으신 사항이 있으실까요?
남인순 성매수된 아동·청소년이 범죄자 취급당하는 ‘대상’이라는 그 개념 때문에 사회 인식 자체가 안 바뀌었고, 이런 사건을 다룰 때 수사관이나 검찰과 이야기해도 설득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상 청소년을 피해 청소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성착취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거죠. 법안에 대한 노력을 했는데 사실 거의 6년이 걸리다시피 했고, 단어 하나 바꾸는 거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이런 문제를 다루는 수사기관, 재판부 등의 인식 또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센터 ‘아청법’ 개정으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10년 동안 목표하던 바를 이루고,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심각한 성착취가 일어나고 있고 때로는 그 지원이 역부족일 때가 있습니다. 향후 법률/지원체계 등에 있어 어떤 부분을 보완/마련해야 할까요?
남인순 ‘아청법’ 개정 이후에 보완 입법도 또 있었어요. 예를 들어 위장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n번방 이후에 상당히 많은 입법적인 보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IT 기술이 더 발전하다 보니 현행법상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부분들이 여전히 있어요. 위장 수사로 성매수범을 검거하거나 ‘아청법’상으로 미수범에 대한, 미수된 사건들이 벌어진 경우에는 처벌이 없어서 그런 부분들도 보완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성매매로 아동·청소년을 유입시키게 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안 돼요. 성착취 대상이 다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제 성착취를 벗어나 자립하려고 하는 아동·청소년들에 대해 매우 총체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성장기에 있는 그들에게는 이런 지원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계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센터 ‘아청법’ 개정운동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역할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남인순 ‘아청법’ 개정과정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사실 없었으면 실현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이 법을 통과시킬 때 어떤 방향이 옳다만을 주장하기만 해서는 어렵거든요. 그런데 실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수많은 사례를 수집하면서 진행하는 등 굉장히 독보적인 활동을 했고, 그래서 국회나 정부를 설득할 수 있었어요. 특히 아동·청소년들이 성매매에 유입되는 것을 초기에 차단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연결이 되었다고 해도 피해 노출을 차단하고 끊어주는 것 또한 중요한데 이런 역할을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주도했어요. 채팅앱을 통해 성매수 세력들이 조직화되는 등 매우 심각한 문제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게 중요했었는데, 닷페이스와 함께 실제 디지털 내에서 성매수가 일어나는 사례들을 보여주니 엄청난 충격을 받은거죠. 이런 활동들이 상당히 반향이 있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랜덤 채팅앱을 통해 온라인 그루밍 성착취 피해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KBS 시사기획 창과 다큐멘터리 기획을 했잖아요, 그런 부분들의 실상을 알리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죠.
센터의 그간의 경험이 제도화 과정에서 다 연결이 되어 피해자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지원의 내용이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그런 부분들도 법안에 반영할 수 있었어요. 곳곳에서 논쟁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기존에 있는 성년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체계와 아동·청소년 지원체계는 달라야 하는데, 정신적인 치유 외에도 직업 탐색 등도 필요하고 어떻게 피해를 겪었고 어떻게 회복을 해야 하는지 등 차별화되어야 하는 지점에 대해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어 설득이 됐던 것 같아요.
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남인순 십대여성인권센터는 누구도 손 못 대고 있는 상황에도 집중해서 법 제도화 과정이나 관련 캠페인, 직접적인 지원까지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모든 과정의 일들을 해야 하니 굉장히 힘들어하셨을 것 같아요.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기여한 부분에 있어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 또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많은 짐을 지워드리는 것 보다 다른 단체도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게 하고,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교육사업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원치 않게 성착취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고 피해자라는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교육이요, 수사기관뿐 아니라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성매수자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광범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센터 10주년을 맞이한 십대여성인권센터에게 응원(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인순 제가 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 회원이어서 얼마전에 국회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와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전시회를 함께 했는데요, 부모의 입장에서도 성착취 피해 아이들이 치유해 나가는 과정들이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하는 역할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피해를 극복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감동적이었어요. 한 길을 가는 것이 참 쉽지 않은데,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는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칭찬드리고 싶습니다.
센터 센터를 칭찬해주시니 큰 힘이 됩니다. 여러 국정 업무로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