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듯이
서순성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장
조진경 대표님과의 인연은 변호사를 막 시작했을 2004년으로 올라가는데, 성매매피해여성의 법률지원을 하는 다시함께센터에서 법률지원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2004년 당시에는 성매매알선등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막 시행되는 시점으로 성매매피해 여성의 법률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남에도, 성매매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변호사들은 많지 않았고, 그에 비해 변호사를 막 개업한 터라,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도 많았고 새내기 변호사로서 열정도 많아서, 다시함께센터의 카니발 차량을 타고, 전국의 경찰서와 법원을 다니며 법률구조를 통해 민형사의 각종 판례들을 만들었고, 이러한 사례들을 법률지원매뉴얼로 정리하고, 이제 틀을 갖추어가기 시작한 탈성매매 법률지원 활동가 선생님들께 법률지원매뉴얼을 강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매매 피해여성 법률지원에는 거의 손을 뗄 무렵 조진경 대표님이 불쑥 찾아와 이런 제안을 하면서, 새내기 변호사로서 파릇파릇하고 순수했던 기억에 그만 덜컥 법률지원단장을 수락했는데, 그만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10주년 활동보고서를 보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지난 10년간 십대청소년의 성착취 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해왔고, 법률지원단장으로서 이런 일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영광입니다.
우선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을 간단히 소개하면, 법조계 내에서 쟁쟁하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성착취·성폭력사건 전문변호사님과 성착취·성폭력사건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는 신진변호사님으로 구성되어 있고, 법조계 내에서 프로보노를 하는 법률지원단 중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뛰어난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법률지원단은 2013년 출범하고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인권증진을 위한 법률지원 및 법률개정작업으로 첫번째 기획했던 것이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관련 규제 및 처벌법규 마련이었고, 이와 동시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상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의 삭제였습니다. 이 두가지 의제는 법률지원단을 만들고 2014년 기획회의를 하면서, 찾아낸 것입니다.
이러한 의제를 만들고 입법이 되기까지 약 8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것 역시 간단히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와 법률지원단은 성매매피해청소년의 성착취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기 위해 청소년 성매매와 관련된 사건을 모아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청소년 성매매 피해사건에 있어 구매자와 알선 업자에게 강화된 처벌이 가능하도록 촉구했고, 성매매 피해청소년은 엄연한 여성폭력의 피해자로 인식되도록 청소년 성매매와 관련 된 사례를 모집하여 고발 및 기획수사를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성매매피해청소년을 위한 보호와 지원의 범위를 확장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십대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낙태금지에 관한 법률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논의 되어 오던 것을 하나의 틀로 모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는 전문가 연구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국회의원, 법원, 검찰, 경찰, 여성가족부 등 관련 정부기관 담당자들을 수차례 모아 공청회를 진행하였고, 영국, 스웨덴 등 각국의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초청하여 인권선진국의 사례를 듣는 국제세미나의 개최 및 UN아동권리위원회에 국가이행사항 모니터링 및 의견진술을 하였고, 국회에서 조진경 대표님을 포함해서 법률지원단의 여러 변호사님들이 입법촉구를 하는 1인 시위 등 정말 피나는 노력 끝에 법개정을 이루어냈고 2020. 11. 20. 마침내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 한 법률」이 시행 되었습니다.
이제 이렇듯 각고의 노력 끝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률」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에 처벌규정과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이 삭제된 개정안이 시행된 지 어엿 3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세계 속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피해 속도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성범죄자들의 범행수법은 갈수록 악랄하고 교묘해지고, 피해아동·청소년의 연령은 갈수록 저연령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10년간의 활동보고서는 그 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의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의제를 찾기 위한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낙수가 바위를 뚫어내듯 입법을 이루어 낸 것처럼, 이제 우리는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이 삭제된 개정 법률에 기초해, 현재의 문제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묶어 야 할 겁니다. 지난 10여년간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과 함께하신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님과 여러 선생님들, 무엇보다 법률지원단 변호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늘 함께 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