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또 10년을 준비하며
10년의 의미
작성자 조진경 게시일 2024.04.16
  • 0

여전히, 또10년을준비하며
 
김주경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단장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조진경 대표님과의 인연이 처음에 어찌 시작 되었는지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저로서는 디테일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크게 충격적이지 않은것도 있었지만, 당시 다른 기억들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처음 기억나는 일은 약 19년 전 다시함께센터에서 주관하는 성매매피해여성의 자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교육을 한 것입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으로 따고, 여러 가지 이유로 취직을 하지 않고,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고, 백수 생활을 하던중에 들어온 의뢰가 이 자활프로그램의 성교육이었습니다.

솔직히 성인인 사람들에게 성교육을 한다는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더구나 성착취의 현장에서 있었던 사람들에게 성교육을 하라는 이야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자신도 없었고, 조금은 낯설고, 성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성교육이라니 난감했습니다. 19년 이상을 조진경 대표님과 이일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일은 이 얼떨결에 맡은 성교육 때문이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의 강의를 하던 무렵 음부 청결에 대한 질의와 대답을 하던중, 칫솔을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도대체 왜 이런 대답이 나오게 된건가?’라는 생각에 빠지면서 교육 중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 질문 하나가 지금껏 성매매라는 상업적 이름을 이용한 성착취가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성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을 형성할 기회를 준 적은 있는지, 그리고 다시 한번의 기회는 주어 봤는지 그리고 자본주의가 상대의 성착취마저도 용인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되었습 니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가지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2년 즈음에 조진경 대표님의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같이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말입니다. 시키는대로 하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의료지원단장이라는 너무 높은 직함을 주겠다고 해서 두려웠지만,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한 상황이라 지금껏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시키는대로 강의하고 있고, 여전히 회의하고 있습니다.

약 10년간 십대의 친구들을 만나고 있고, 여전히 그들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과 더 교묘히 착취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들에게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실제적이지 않고, 피상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피해받은 십대 아이들에게 우리는 법적인 처벌을 하고, 도덕적인 잣대로 잘못을 이야기 했고, 현재도 여전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십대의 청소년들에게는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권리가 있고, 어른들에게는 그런 것을 가르쳐 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매일매일 하고 그런 일들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여깁니다.

십년이 지나고 다시 십년을 준비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더 발전해서 십대들이 성피해를 받는 일들이 적어지길 희망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