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박보현 대학생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두 번째 이야기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이하 ‘오늘’전)이 지난 12월 1일부터 10일, 이화여자대학교 대산갤러리에서 열렸다. ‘오늘’전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그들이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만나 회복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관람자 스스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이었다.
전시에 처음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것은 “그놈 목소리”다. 관람자는 천으로 둘러싸인 갑갑한 공간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려는 목적으로 접근한 성인 남성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상징적인 공간에서 짧은 시간 겪어도, 무섭고 불쾌한 경험이다. 오직 가해자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는 온라인 그루밍 상황에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얼마나 무섭고 막막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해 볼 수 있다. 그 길에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째서 구매한 놈이 당당한가?”
이어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 현황에서는 십대여성인권샌터에서 직접 제페토 내 성착취 정황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링 결과, 성인 남성들은 아동·청소년 캐릭터에 접근하여 노출이 심한 옷을 선물하거나, 캐릭터를 통해 성적인 접촉을 하고, 채팅을 통해 성적인 대화를 하는 등 성착취를 시도하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소통이 온라인화, 매개화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는 아동·청소년의 새로운 소통의 창구이자 자기표현의 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 가해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아동·청소년 성착취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시장으로서 메타버스가 가져올 황금빛 미래를 기대하지만, 그 안에서 아동·청소년이 마주하는 성착취에는 무관심하다. 아동·청소년 이용자의 비중이 높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만큼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후 전시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의 회복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피해 아동·청소년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돕고자 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있고, 상담사가 있으며, 회복의 과정을 함께 겪는 보호자와 가족이 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내 마음속 나의 몸”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지만 좌절하지 않고 너를 열심히 키우겠다는 다짐(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여 힘내자)과 엄마가 지켜줄 테니 새롭게 출발하라는 마음(도약–따뜻한 마음으로 새롭게 뛰어오르다)이 뭉클했다. 이러한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피해자는 조난과 같이 어쩌다 겪은, 내 잘못이 아닌 일을 극복하고(난화 이야기를 통한 자기 탐색) 튼튼한 나무가 되어 이 땅에 두발 딛고 살아갈 수 있다(마지막 종결).
전시의 시작과 끝은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하는 물음이다. 수많은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성착취 피해를 당하고, 그중 몇몇 피해자가 다행히 도움을 받아 이를 회복해 나가는 동안 나는 어디에 있었나. 내 일이, 내 주변 사람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 아동·청소년을 탓하지는 않았나? 아동·청소년 성착취 근절까지는 아직 피해자에 대한 인식 개선, 범죄에 대한 의식 고취, 피해자 보호와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등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는 끊임없이 내부를 점검하고, 외부를 경계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의 성찰과 감시가 있을 때 우리 사회의 아동·청소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