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루밍
전시 첫 번째 이야기
작성자 조진경 게시일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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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하늘(가명)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메타버스 아바타 게임을 즐겨했습니다. 하늘이는 게임을 하던 중 게임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아이템을 선물로 주는 한 중학생 오빠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게임 이야기뿐 아니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하늘이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고, 엄마에게 혼나서 속상한 하늘이를 위로해주기도 하였습니다. 하늘이에게 오빠는 세상 누구보다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였습니다. 하늘이는 오빠와 개인번호를 주고받고, 3개월간 연락을 지속했습니다. 오빠는 하늘이에게 우리는 특별한 관계라고 하며 하늘이의 집, 학교 등 모든 정보를 알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는 하늘이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하늘이의 신체 사진을 요구했습니다. 하늘이는 신체 사진을 보내는 것이 무서웠고, 사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오빠에게 말했습니다. 오빠는 “하늘이를 너무 사랑하는데 사진 한 장 못 보내주는 거야? 사진을 보내주지 않으면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습니다. 하늘이는 오빠와의 특별한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았고, 그동안 보아온 오빠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신체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보내자마자 하늘이가 알던 친절하고 상냥한 오빠는 돌변했습니다. 하늘이의 학교에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더 가혹한 신체 사진과 자위하는 영상 등을 수시로 보내라고 협박했습니다. 수십 장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던 하늘이는 친구들이 사진을 보지는 않았는지,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고, 전과 달리 학교에 가기싫다며 우는 하늘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님은 하늘이를 설득하여 모든 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난 하늘이는 고작 12살밖에 안 된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늘이는 지속된 남성의 협박을 받고 있어 바로 경찰에 신고하게 되었고, 30대 남성인 가해자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큰 충격을 받은 하늘이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리 상담과 병원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늘이가 경험한 성착취 범죄 피해는 하늘이가 자라는 동안 평생을 걸쳐 돌봐줘야 할 상처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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