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영 작사
아주 오래전에 십대시절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그때가 가장 현재 같다. 친구들과의 대화나 느꼈던 감정들이 생생하다보니 나는 지금도 십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는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리고 내가 나이 들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자꾸만 십대들을 친구처럼 느낀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들이 무얼 그렸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아주 자세히 보았다.
가장 좋았던 점은 굽히지 않고 십대다운 창작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상하게 슬프거나 추한 것들조차 십대들의 손을 거치게 되면, 절대로 망가뜨려지지 않는 예쁜 어떤 것으로 살아나게 된다. 마트로슈카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커지는 슬픔도, 가면이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드러낸 속마음도, 이상하게 그 끝에는 기필코 예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나는 그게 바로 그들의 가장 진실된 본성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난 것이라 믿는다.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놀라운 재능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그들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 도록을 통해서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작품을 설명한 글도 몇 번이나 꼼꼼히 읽고 하나라도 더 많이 기억하려고 애쓸 것이다. 무엇을 겪었고,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이기고 있는지, 귀기울여 듣고 함께 분노할 것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친구들의 손을 잡고 이렇게 계속 활동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 십대여성이야말로 우리들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또 미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