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두 번째 전시를 열며


2018년 겨울,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의 존재를 드러냈던 전시가 이곳 이화여자대학교 대산갤러리에서 있었습니다.  

여기 우리가 있다, “Here I am”이라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당사자의 외침에 관람자들은 여기 우리가 있다, “Here We are”라며 ‘연대’와 ‘지지’로 응답했습니다.

그 후 4년이 흘렀습니다. 2020년 초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2020년 4월 십대여성인권센터가 8년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드디어 성착취(성매매 등)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을 모두 피해자로 규정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못한 전통적인 사회적 통념은 ‘여전히’ 우리 아동·청소년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은 ‘여전히’ 비난과 낙인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IT기술의 발달은 게임, SNS, 채팅앱, 메타버스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로 범죄의 공간을 확장시켰습니다. 성착취 범죄자들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상의 공간에서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물색하고 유인합니다. 이들은 대개 친목이나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접근하여,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그루밍’ 수법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신체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고 받은 후에는 돌변합니다. 아동·청소년들은 본인의 신체 사진과 영상 등이 유포될 염려에 성착취 범 
죄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을 선택하게 되고, 범죄자들은 다시 이를 빌미로 아동·청소년들을 협박하여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성매매로 이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온라인 매체를 이용한 성착취는 1차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일어나고 개인정보를 통해 피해자를 조종하는 범죄입니다. 폭력이나 감금 등의 범죄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아동·청소년이 ‘자발적으로’ 범죄의 상대방이 되었다고 인식합니다. ‘그루밍’ 과정에서 성착취 범죄의 피해자가 된 아동·청소년 또한 본인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피해는 더욱 심화, 확산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땅의 아동·청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고 있을까요? 아동·청소년이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에서 성착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동안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2022년 ‘오늘’展 두 번째 이야기는 아동·청소년들이 성착취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동안,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는지 아프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쩌면 이 사회의 방관과 방조로 피해자가 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손을 내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