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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의 집단상담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능해졌고,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심리 지원은 개별상담으로만 진행되었다. 상담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남짓 꾸준히 진행되었고, 필요에 따라 보호자(부모) 상담도 함께 병행해 그 효과를 높였다.

이 섹션의 작품들은 한 명의 내담자가 1년 남짓 개별 상담을 진행하며 작업한 작품들 중 일부를 선별한 것이다. 처음 ‘Before & After’의 4개 작품은 같은 주제로 상담 초기에 작업한 작품과 상담 후기에 작업한 작품을 함께 배치해, 긴 시간 꾸준한 상담과 관심이 어떻게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내담자는 상담을 받는 1년 남짓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 편견 없이 들어줄 어른들, 지지그룹을 만났다. 특히 상담 기간 동안 부모(어머니) 상담을 병행하면서, 주 양육자의 신뢰가 더해졌을 때 상담의 효과가 훨씬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여 땅에 튼튼히 발을 딛고 있는 나무로 자신을 표현한 작품을 상담 종결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생존자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풍경구성법(Landscape Montage Technique)은 풍경이라는 친숙한 주제로 접근성이 쉬워서 방어가 풀어지는 효과가 있으며, 색채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직면에 대한 심리적 에너지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다면적 인성검사와 풍경구성법을 함께 진행하면서 내담자들의 상황을 이해하며 필요한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었다.

자기를 들여다보고 직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담자 역시 그랬다. 책임지는 관계를 고민하기보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푸념을 많이 하였다. 그랬던 내담자가 조금씩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엄마의 믿음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내담자의 마음의 지도에는 두 가지 만남이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고 하나는 엄마다. 엄마는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만났고, 내담자도 현실의 있는 그대로 아팠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만났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남일량  예술심리치료사


 
마음의 지도
Before LMT
Mixed media, 393x272mm, 2022
사람과 집과 공간이 서로 관계가 없는 타인들이었다. 홀로 외로이 길을 산책하고 있는 20대 여인은 그림을 그린 자신과 다른 사람이다. 그림 안에 있지만 모든 상황이 그리는 본인과 관계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그림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강과 길이 교차한 길을 걸으며 새로운 의식으로의 전환을 마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성에서도 강을 위에 두고 있고 강의 침범을 돌로 촘촘히 막고 있는 듯한 구성을 보인다.

 
마음의 지도
Before LMT
Mixed media, 39.3x272mm, 2022
각 항목의 관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집은 나의 집이고, 현실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을 그렸다. 가족을 안정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도 세 명이 나타난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 창문을 통해 밖을 보는 본인 등 움직임이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였다. 도화지 상단의 강은 쏟아지는 강이 아니라 멀리 있는 원근법을 사용하여 작은 섬들과 도시가 보이고 배라고 하는 현실적인 이동 수단이 나타났다. 원근감이 있는 구성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보일 때 나타난다.

 
마음의 지도
Before 나의 나무
Mixed media, 272x393mm, 2022
발길이 끊긴 곳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간 흔적만 있고, 아이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나무. 나무보다 주변을 채워가며, 아이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한 나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외로운 나무이며, 겨울을 견디고 있는 나무. 겨울임에도 외롭더라도 봄을 기다리며 새싹을 틔우고 있는 나무이다.

 
마음의 지도
After 나의 나무
Mixed media, 272x393mm, 2022
울창한 연두색 버드나무. 좋아하는 연두색으로 공들여 집중하여 표현한 나무. 동네에서 산책하다 반려견을 늘 만날 수 있는 언제나 반가운 동네 안의 나무. 본인과 마주하고 있는 나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나무이다. 봄을 기다리며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에서 싹을 틔웠던 겨울나무가 무성한 잎들로 자랐듯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힘을 믿고 자기를 잘 채워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음의 지도
색과 모양을 통한 마음 표현
Mixed media, 393x272mm, 2022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몽글한 하늘, 밝은 주황, 반짝반짝 빛나는 것, 초록색 잔디, 뛰어노는 반려견은 용수철 모양으로 표현하였다.

 
마음의 지도
대인관계 탐색
Mixed media, 393x272mm, 2022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이 생기면서, 행복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마음의 지도
난화 이야기를 통한 자기탐색
Mixed media, 393x272mm, 2022
내담자는 부단히 일어나고자 한다. ‘어쩌다’ 생긴 일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기꺼이 받는다. 그리고 회복되어 자기별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마음의 지도
꼴라쥬
Mixed media, 393x272mm, 2022
잡지에서 창문 밖 성이 있는 사진을 오려 오른쪽 상단에 붙이고, 방안의 실내를 표현하였다. 방안에서 창문을 통해 성을 바라보고 있다. 그 성은 어두운 곳도 있어 두렵기도 하지만, 곧 방문을 열고 갈 것이라고 한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는 ‘나’는 이제 문을 열고 그 성을 탐험할 것이라고 한다. 내담자는 다양한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냥 ‘잘 할 수 있는 게 이것 같아요’라는 단편적이던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다양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그런 자기에게 스스로 용기를 주고 있다. “두렵지만 방문을 열고 나가자!”

 
마음의 지도
마지막 종결
Mixed media, 800x1000mm, 2022
서 있는 상태에서 명상을 하는데 흔들림 없이 불안감보다 편안함을 느낀다.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그 동안 나무 그림에서 줄기가 비어 있거나 가지가 꺾이거나 했던 나무에서 튼튼하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나무줄기를 연상케 하는 나무로 발을 채웠다. 
건강한 나무로 자기를 인식할 수 있어서 행복한 종결을 할 수 있었다. ○○ 말대로 강한 바람은 불어오겠지만, 뿌리와 튼튼한 줄기를 믿고 잘 버티기를 바란다. 타인을 위해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멋진 꿈을 품은 ○○이 걸어가는 길에, 지금의, 축복의 길을 늘 기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