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피해자가 가해자로 법정에 서다: 안동 주부 사건
들어가는 글 1988년 2월 26일 새벽 1시 10분, 2명의 남성이 집으로 가던 한 여성(변씨)의 팔을 붙잡고 강제 추행을 시도했습니다. 그 중 한 남성(신씨)은 피해자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고, 저항하던 변씨가 혀를 깨물어 절단시키게 되면서 강제 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혀가 잘린 신씨 측에서 해당 여성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고, 강제 추행의 피해자는 가해자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변씨는 1심 공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문에서는 변씨가 술을 마셨고,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등 사건과 무관한 부분을 언급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성차별적 통념에 기대어 유죄를 입증하고자 했습니다. 한편 강제 추행의 가해자이자 혀에 상해를 입은 신씨에 대해서는 그가 어린 나이이며 술기운에 기대 강제 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언급하며, 성폭행을 정당화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에서 신씨의 '술기운'과 변씨의 '술기운'에 다른 도덕적 평가가 이뤄졌음이 드러납니다. 또한 강제추행 행위는 혀를 '약간' 깨물어서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단에 이르게 한 것은 '과잉방어'라는 주장이 담겨 있기도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정당방위를 입증받기 위해서는 기습적으로 양팔을 포박당해 강간 위험에 처한 여성이 저항의 세기를 조절하여 강제 추행 행위를 중단시키고, 이후 '약간' 깨물린 가해자들로부터 벗어났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여성신문은 창간준비호인 '0호'에서 안동 사건의 진위, 판결문에 드러난 왜곡된 성관념 등을 2면에 걸쳐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성폭력 및 여성에 대한 왜곡된 사회 통념이 드러난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안동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주로 사건을 가십 기사로 다루거나, '정조'의 훼손을 위주로 다루던 상황에서 여성신문은 피해자의 입장을 전하고, 사건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같이 안동 사건에 대해 통상적인 언론 보도와는 달리 여성신문만의 시각으로 했던 기획 보도는 앞으로도 사회 인식 체계 전반에 깊게 박힌 성차별적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할 것임을 알리는 기사였습니다.   1. 여성신문 제0호(1988.10.28) "이천만 여성이 분노하고 있다" [기사 목록] - 피해자가 가해자로 법정에 서다 - 변씨가 말하는 사건 경위 - 편견으로 가득 찬 판결문 - 여성단체, 유죄판결 항의 성명서 내 - 안동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장필화) - 변씨, 진실과 목숨 바꾸겠어요 - 선고공판이 있기 전날 남편 김씨와의 일문일답 - 강간에 대한 어떠한 정당방위도 무죄    > 여성 강간 현실은 모든 여성의 공통 문제    > 부당한 논리가 생사람 잡았다 - 성폭력 '언론보도' 유감 2. 여성신문 제5호(1988.12.30) "여성신문이 뽑은 올해의 여성계 10대 뉴스" [기사 목록] - 1. 삼십년 국민 숙원 가족법 개정안 국회제출 - 2. 안양 그린힐 화재 여성노동자 22명 참사 - 3. 성추행범 혀깨문 변씨 사건 - 4. 한국여자 올림픽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 - 5. 여성신문 창간, 억압받는 여성의 대변지 역할 기대 3. 여성신문 제9호(1989.02.03) "안동 주부 사건 승소는 인권 승리" [기사 목록] - 안동 사건 승소는 인권 승리: 대구고법 "치한 혀 깨문 행위는 정당방위" 무죄 선고 - 신입생 위한 예비대학 : YWCA 직업여성대학도 열어 - 양심수 전원석방 촉구 결의 : 민가협 3주년 기념대회, 새 임원진 선출 - '토론 공동체' 키워나간다 : <또 하나의 문화> 대학신입생 캠프 - 위장폐업 회사속출 : 대부분 여근로자 많은 봉재 전자업체 - 부천여성노동자회 개소식 : 교육상담 탁아사업 제공    
  •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현장 살펴보기
    들어가는 글 2001년 5월,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제1회 아줌마 마라톤대회’가 시작됐습니다. 아줌마 마라톤 대회는 딸·아내·며느리로서의 역할에 눌려 자신으로서 살 여유가 없는 ‘아줌마’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아줌마 마라톤대회’의 시작 준비는 199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9년 4월, 여성신문은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현 아키아연대)를 설립했습니다.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아줌마 운동을 통해 여성운동의 대중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여성, 특히 주부(아줌마)의 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에 주목했습니다. 주부를 문화의 적극적인 향유자이자 참여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주부의 문화 생산자로서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북돋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설립과 동시에 ‘엄마도 즐거운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평등명절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 해 추석 직후였던 30일에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딸로서의 성역할에 억눌린 여성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아줌마 문화 축제’ 제1회를 진행했습니다. 문화 영역에서 여성운동을 펼치던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2001년, ‘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아키아연대)’로 재발족한 뒤 ‘제1회 아줌마 마라톤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여성의 생활체육을 독려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된 마라톤은 2024년 현재, “여성마라톤”이라는 이름으로 제24회를 맞이했습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가 개최된 2001년은 남녀차별금지법(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2년 후, 호주제 폐지 6년 전으로,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입니다. 여성신문에서는 여성 권익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던 이 시기, 사회 일반과 정치권 양방향에 여성 담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또한 여성의 일상이 변화할 수 있도록 캠페인, 여성 행사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 여성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장이었던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현장의 활기와 희망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 2001년 5월 20일 오전 9시, 잠실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이 배번을 단 인파로 넘실거렸다. 여성신문과 아키아연대(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 연대)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인원이었다. 집결 시간은 9시. 티셔츠 등 기념품을 현장에서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 8시까지 현장에 집결했다.마라톤을 위해 모인 이들은 자연스럽게 평화의문 광장에 설치된 무대 앞으로 모였다. 오전 8시 50분부터 풍물패 길놀이를 시작으로 경찰악대 연주, 에어로빅 시연, 준비체조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서는 한국에어로빅협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와 마라톤 참가자들의 몸 풀기 운동을 지도했다. 70년대에 한국에 들어온 에어로빅스는 주부를 중심으로 보급되며 생활체육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고취시켰다. 이러한 한국 에어로빅스의 특징은 일반 여성의 생활 체육을 권장하고, ‘운동하는 여성’을 널리 퍼뜨리고자 한 아줌마 마라톤 대회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풍물패 길놀이와 경찰악대 연주. 무대 뒤로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슬로건인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가 언뜻 보인다. 이 슬로건은 주부들을 위한 취업교육기금 마련을 또다른 목표로 삼았다. 여성신문은 취업 희망 주부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참가자와 함께하는 ‘1m에 10원 모금 운동’을 펼쳤고, 마라톤 참가 비용 등 수익금 전액을 기금 마련에 사용했다. 오전 10시, 한명숙 장관이 10km 출발 신호를, 변민남 생활체육전국육상연합회 사무처장이 5km 출발 신호를,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이 3km 출발 신호를 터뜨렸다. 대회 시작 전 참가자 전원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아줌마, 자기 건강을 위해 달리는 아줌마 만세”를 외쳤다.   출발하는 참가자들 이날 대회는 3km, 5km, 10km로 나뉘어 진행됐다. 3km는 일반부와 남녀혼성부, 5km는 청년부(39세 이전)과 장년부(40세 이후), 10km는 청년부 통합과 청년부(29세 이전), 장년부(40세 이후)로 세부 종목을 나누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의 경우 남성은 3km 종목에서 여성과 동반 시에만 참가할 수 있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6세 이상의 모든 여성이 참가 가능했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참가자들의 모습. 3km는 제한시간 2시간 30분으로 올림픽 공원 안을 달렸다. 5km는 제한시간 2시간 이내로, 올림픽 평화의문 광장에서 출발해 올림픽공원 북2문을 통과하고,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우회전하여 올림픽공원 남2문 통과 후 골인하는 코스로 달렸다. 10km도 5km와 동일하게 제한시간 2시간 이내로 올림픽 평화의문 광장에서 출발하여 올림픽공원 북2문을 통과한 후,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우회전하여 남부순환로로 나섰다. 이후 송파대로, 송파구청을 거쳐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으로 들어와 골인 하는 코스로 달렸다. 3km 지점과 7km 지점에는 음료가, 골인 지점에서는 단팥죽 등의 간단한 간식이 준비되었다. 마라톤 종료 후, 최광기 씨가 사회를 맡은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이날 축하 공연에는 가수 안치환이 출연했다. 안치환은 이날 ‘자유’,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불렀다. 이외에도 세종대 체육학과 학생들의 에어로빅 무대, 라틴댄스 동아리 ‘우스므로’의 라틴댄스 공연, 남원 대한주부클럽의 태껸 공연, 안산 군자농협 농심풍물패의 사물놀이 연주 등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은 마라톤 대회 참가자 이외에 올림픽공원에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완주 메달을 걸고 공연을 즐기는 참가자들. 이날 대회에서는 시간 내 완주한 참가자 전원에게 완주 메달을 증정했다. 이날 참가자는 최연장 참가자인 75세 김남순 할머니, 유모차에 탄 아기와 함께 참가한 53-2번 남성 참가자, ‘여성노동권 쟁취’라는 띠를 두르고 달린 여성노동법 개정 연대회의,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박금자 대표, 일산직업전문학교 김령자 원장과 학생들, ‘호주제 폐지’ 조끼를 입은 한국여성단체연합팀, SBS 드라마 <메디컬 센터> 출연자 일동 등 다양했다. 이날 10km 구간에서는 문기숙 씨가 35분 35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문기숙 씨는 “주부 취업기금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싶다”며 우승상금 100만원 중 50만원을 현장에서 기부하며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는 슬로건을 완성했다.   - 제 1회 아줌마 마라톤대회 개요 - ● 일시 : 2001년 5월 20일 (일)오전10시 ● 장소 :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 ● 종목 : 3km , 5km , 10km ● 주최 : (주)여성신문사 | 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 ● 주관 : 국민생활체육전국육상연합회 ● 후원 : 여성부 | 문화관광부 | 서울특별시 | MBC | 국민체육진흥공단 | 국민생활체육협의회 | 여성건겅증진위원회 | (주)SDNTV | 야후코리아 ● 협찬 : LG전자 | 현대자동차 ● 프로그램  - 식전행사 : 풍물패 길돌이, 경찰악대 연주, 에어로빅 시연  - 마 라 톤 : 3km , 5km , 10km  - 부대행사 : 아줌마 한마당, 가수초청 공연  - 시 상 식 : 시상 및 경품 추첨 ● 시간표  - 09:30 개회식  - 10:00 마라톤 출발(5km, 10km, 3km)  - 11:00 아줌마 한마당  - 13:00 시상 및 폐회식
  • 성평등 연애를 말하다: 2016 청년 포럼
    들어가는 글 여성·문화네트워크는 2009년부터 양성평등문화상(구 여성문화인상, 성평등문화상)을 주최했습니다. 여성문화네트워크의 대표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고, 성평등에 기여한 인물 및 콘텐츠에 시상하여 장려한다는 점에서 양성평등문화상은 "성평등 문화 환경 조성"을 위한 중요한 사업입니다. 여성문화네트워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평등 문화 환경 조성에 기여한 인물과 콘텐츠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깊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토크 콘서트와 포럼 등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2016 청년 포럼: 연(年)애(愛)를 말하다"에서는 "연애"를 주제로 청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애는 결혼 적령기 이전의 여성과 남성이 만나서 규범적인 성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은 연애라는 전형적 시나리오가 있는 문화입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청년들 사이에서 성역할과 정상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터져 나오던 2016년, 여성문화네트워크는 성평등한 비/연애 문화의 방식과 형태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1부   여자어(女子語) 판타지 박살내기 / 이지원(페미니즘 액션그룹 '강남역 10번 출구' 운영자) "특히 연애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이해되기 쉬운 만큼 더욱이 사회의 젠더권력관계의 영향 안에 있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 이러한 사회적 영향은 '여자어'가 보여주는 것처럼 개인적 관계에서의 소통을 방해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결국, 진정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은 왜곡과 편견 없는 여성성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일상에서부터, 아주 사소한 관계의 영역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연애를 권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다 / 케이(무성애자 활동가) "연애정상성은 연애 관계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규범성과 정상성을 함축하고 있다. (…) 연애정상성은 연애 관계를 모든 사람들이 목표로 삼아야 할 가장 이상적인 상황으로 설정하고 있다. (…) 연애정상성은 동시에 이상적인 형태를 강화하기도 한다."   나는 섹스를 말하는 여자다 / 은하선(『이기적 섹스』 저자 "나는 섹스에 대해 말하는 여자다. 섹스 칼럼니스트라고도 불린다. 아시다시피 여성 섹스 칼럼니스트는 여러모로 주목을 받는다. 때로는 내용과 관련 없이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왜 여성 섹스 칼럼니스트가 주목을 받을까?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2부 숨은 남성과 드러내는 여성, 검은 시위 / 홍승은(페미니즘 잡지 '젊은 여자' 편집장) "이미 익숙한 금기―한 개그맨이 말했었다. ‘생각하고, 말하고, 설치는 건 남자들이 딱 싫어하는 여자’라고. 그의 발화는 오랫동안 여성들을 사적인 존재로만 위치시켰던 권력에서 비롯됐다. 이제 우리는 내 호흡, 내 목소리, 내 자궁, 나의 몸으로 대답한다."   우리는 어떻게 혐오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일까? / 유민석(주디스 버틀러 『혐오발언』 역자)   "버틀러는 이로써 혐오 발언이 피해자들을 침묵시키고 불구로 만든다는 ‘발화수반행위론’에 반대하여, 혐오발언에 대한 반박과 전복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 발화효과행위론을 제시한다. 이는 혐오 발언이 피해자들을 꼭 파괴하거나 침묵시키고 종속시키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처를 주는 말은 그 말이 작동한 과거의 영토를 파괴하는 재사용에 있어서 저항의 도구”(Butler 1997: 163)가 된다."   폭력은 사랑이 될 수 없다 / 신유진(여성주의 활동가) "연인 관계에서 벌어진 일은 연인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낡은 사고방식이 전 사회에 만연하다면 피해자는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 사회 전체가 데이트 폭력은 연인 간에 해결할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범죄이며, 모든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는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 문제의 본질이 젠더 이슈이며 성차별에 원인이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3부 코미디 지향 단편영화 '영화학개론' / 최서윤(독립잡지 '월간잉여' 편집장)   "생전 처음 영화를, 그것도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영화학개론>이라는 건방진 제목을 붙인 것은 <건축학개론>과 이것으로 대표되는 남성 중심 서사의 영화들을 패러디하기 위해서다. 장르도 코미디다. (…) 이 영화는 코미디로서 성공적이었을까? (…) 어떤 때는 “저게 왜 ‘여혐’이야?” “이거 ‘메갈’ 영화 아니야?”라는 남성 관객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 해당 포스트 및 아카이브 기록물에 공개된 것은 자료집의 일부이며, 전체 열람을 희망하실 경우 여성문화네트워크로 개별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D-30, 여성신문의 준비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D-30, 여성신문의 준비 들어가는 글 1990년대 후반, 여성신문은 “아줌마 없는 아줌마 담론”의 기류를 감지했습니다. 당시 “아줌마”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의 ‘기혼 여성’을 이르는 단어가 아니라, 강인함과 열정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었던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특징을 여성혐오적 시각에서 해석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여성신문은 아줌마가 ‘아줌마 담론’의 주인으로 나서길 바랐습니다. ‘아줌마’에 덧씌워진 이미지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고 알리기를 바랐고, ‘아줌마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과 사회의 변화를 도모하기를 바랐습니다. 고민 끝에 여성신문은 ‘신주부캠페인’을 선포했습니다. 여성들의 자기계발과 사회변화 주도를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특정 엘리트 계층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도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고 실천하게 하겠다는 취지도 함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아줌마 마라톤 대회’는 여성들이 사회적 연대를 경험하게 해 유대감을 높이고자 하는 행사였습니다. 또한 달리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 여성의 재취업ž재교육 지원 기금인 ‘아줌마 장학금’을 모금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여성이 스스로 삶의 변화를 도모하게 한다는 ‘신주부캠페인’의 취지도 담겼습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며 여성신문이 선포한 ‘신주부캠페인’은 여성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성신문은 아줌마 담론, 그리고 여성담론을 이끌어갈 주역들이 모일 “아줌마 마라톤 대회” 준비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여성신문은 아줌마 마라톤 대회 30일 전부터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기획 면을 할당하고, 마라톤, 아줌마 운동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소개하는 지면에는 당시 기혼 여성에 대한 편향된 인식 속에서, 이를 빠르게 감지하고 담론의 주도권을 여성들에게 쥐여주고자 했던 여성신문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또한, 성취와 연대의 장이 열렸을 때 박차고 나와 달렸던 여성들의 열정을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제622호(2001년 4월 20일 발행) 12면, 13면 -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D-30   [기사 목록] - ‘1미터에 10원’ 힘차게 뛰어보세요: 아줌마 장학금 위한 후원금 모금, 전원주 씨 등 ‘명사 달리기’에 참여 - 해외 여자 마라톤 대회 - 아줌마장학금 모금 이렇게 참여하세요 - “뛰어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풀코스’ 완주 박철 인터뷰 - 이홍열의 아줌마 마라토너 만들기: 다리근력 키우려면 걷기부터 시작하라 제1회 아줌마 마라톤 한 달 전, 여성신문은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두 지면을 할애하여 대회 개최 소식을 알렸다. 이 지면에서는 해외 여자 마라톤 대회 현황 및 역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마라톤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했다. 또한, “이홍열의 아줌마 마라토너 만들기” 코너를 통해 초보 마라토너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마라톤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마라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아줌마 마라톤”의 주요 목적인 “아줌마 장학금 모금”의 취지를 알리는 지면이기도 했다. 참가 의사를 밝힌 배우 ‘박철’은 아마추어 마라톤의 즐거움과 아줌마 마라톤 대회의 취지에 동감하는 마음을 밝히며 독자들이 아줌마 마라톤 대회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돕기도 했다. 이 지면을 통해 여성신문은 “아줌마 마라톤 대회”의 취지와 기대 효과를 분명히 알렸다. 2. 제623호(2001년 4월 27일 발행) 13면 - 아줌마 마라톤 뛰는 사람들   [기사 목록] - 선생님들 마라톤 열기에 학교가 ‘후끈’: 서울 성동구 경수중학교 교사팀 - “여성들끼리 연대감 키우자구요”: 가족학 연구자모임 가족드림팀 - 한국 대표 아줌마 전원주: “힘들게 사는 아줌마들, 같이 뛰며 풀어요” - “마라톤은 신체적 고해성사, 치유의 명약”: 풀코스 완주 노리는 심양홍 - 매일 아침 5km씩 뛰는 ‘달리기 애호가’: 등산 마니아 김명희 제1회 아줌마 마라톤 23일 전, 여성신문에는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뛸 사람들을 소개했다. 유명 연예인부터 교사, 생활체육인 등 다양한 사람이 참가자로서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마라톤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기쁨, 마라톤을 통해 연대감을 고취한 사례, ‘아줌마’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응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아줌마 마라톤 대회의 개최를 응원했다. 3. 제624호(2001년 5월 4일 발행) -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D-16   [기사 목록] - 아줌마 마라톤 부대행사도 풍성해요 - 이색 참가자들: 세자매팀 유순애ž유평애ž유가애, 모녀팀 김경숙ž오세정ž오세연 - 김수자 발반사학회 회장 “혈액순환엔 발맛사지가 최고” - 이홍열의 아줌마 마라토너 만들기: 3일에 한번씩 운동량 20% 정도 늘려라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를 16일 앞두고 발행된 이 지면은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색 참가자” 기획란에서는 제1회 아줌마 마라톤에 참여하는 일반인 참가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마라톤 대회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여성 마라톤 대회가 가족과 친구가 함께 참가하는 즐거운 행사임을 알렸다. 아줌마 마라톤의 부대행사도 함께 실렸다. 여성들이 모여서 성취감을 얻고 서로를 응원하며 연대감을 느끼는 장인 만큼,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는 다양한 부대행사를 제공했다. 에어로빅, 대한영양사회, 발반사학회, 우리 엄마ž아내 자랑대회 등 주부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기획으로 구성되었다. 4. 제625호(2001년 5월 11일 발행) 11면 –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D-9”   [기사 목록] - 달리기 전에 기분 좋은 워밍업을: 국가대표 선수들 에어로빅스 시범 - 아줌마 마라톤 뛰는 사람들: 함께 뛰면 행복해요 – 며느리와 함께 달리는 시어머니, 중증 장애인 “나도 달려요”, 여경기동대ž경찰악대도 참가 - 이홍열의 아줌마 마라토너 만들기: 충분히 휴식한 후 뛰어라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9일 전이었던 2001년 5월 11일,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기획 면에서는 마라톤 대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미리 느낄 수 있었다. 부대행사로 참여한 한국에어로빅협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 그리고 참가자였던 서울시경 여경기동대의 활기찬 움직임과 표정으로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특히 에어로빅은 1970년대 한국에 들어와, 주부들을 대상으로 보급되면서 여성의 생활 체육을 확대시켰던 스포츠라는 점을 짚으면서 아줌마 마라톤 대회와의 연결점을 알렸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기획 면의 정규 코너였던 “이홍열의 아줌마 마라토너 만들기”는 지면으로 함께한 페이스 메이커로서, 초보 마라토너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에 대해 경고하고 ‘건강하게 꾸준히’ 뛸 수 있는 방법을 알렸다. 5. 제626호(2001년 5월 18일 발행) 11면 –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D-2   [기사 목록] - “첫 아줌마 마라톤 축하해요”: 한명숙 여성부 장관, 하상남 어머니발명협회 회장, 고복희 경찰병원 수간호사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달리죠: 마라톤 참가 일산직업전문학교 김령자 원장과 학생들 - 네티즌의 달리기 경험담: 아줌마들, 돈들여 운동말구 뛰세요 대회 2일 전, 지면에서는 이미 대화가 시작된 듯한 축제 분위기가 풍겼다. 당시 여성부 장관 한명숙, 하상남 어머니발명협회 회장, 고복희 경찰병원 수간호사의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개최 축사가 축포를 터뜨렸다. 단체 참가자인 일산직업전문학교 김령자 원장과 학생들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와 준비 과정을 밝히며 아줌마 마라톤 대회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한 자격으로 뛸 수 있는 즐거운 축제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여성신문이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진행했던 “달리기 경험담 나누기” 이벤트 참가자들의 글을 공유하는 란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인터넷 여성신문 ‘아줌마 마라톤 게시판’에 달리기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들은 본인과 가족들의 달리기 경험담을 소개하고, 아줌마 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아줌마 마라톤 인구가 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여성신문은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한 달 전부터 기획면을 통해 마라톤에 대한 기초 정보 제공, 여성 생활체육 권장, “아줌마 운동” 참여 독려를 위한 다양한 기사를 내보냈다. 여성들이 연대와 성취를 느낄 수 있었던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현장과 마찬가지로, 마라톤 대회 기획면 또한 함께 달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유대를 느낄 수 있었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