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2001년 5월,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제1회 아줌마 마라톤대회’가 시작됐습니다. 아줌마 마라톤 대회는 딸·아내·며느리로서의 역할에 눌려 자신으로서 살 여유가 없는 ‘아줌마’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아줌마 마라톤대회’의 시작 준비는 199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9년 4월, 여성신문은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현 아키아연대)를 설립했습니다.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아줌마 운동을 통해 여성운동의 대중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여성, 특히 주부(아줌마)의 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에 주목했습니다. 주부를 문화의 적극적인 향유자이자 참여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주부의 문화 생산자로서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북돋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설립과 동시에 ‘엄마도 즐거운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평등명절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 해 추석 직후였던 30일에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딸로서의 성역할에 억눌린 여성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아줌마 문화 축제’ 제1회를 진행했습니다. 문화 영역에서 여성운동을 펼치던 ‘신주부 캠페인 추진본부’는 2001년, ‘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아키아연대)’로 재발족한 뒤 ‘제1회 아줌마 마라톤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여성의 생활체육을 독려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된 마라톤은 2024년 현재, “여성마라톤”이라는 이름으로 제24회를 맞이했습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가 개최된 2001년은 남녀차별금지법(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2년 후, 호주제 폐지 6년 전으로,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입니다. 여성신문에서는 여성 권익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던 이 시기, 사회 일반과 정치권 양방향에 여성 담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또한 여성의 일상이 변화할 수 있도록 캠페인, 여성 행사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 여성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장이었던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현장의 활기와 희망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 2001년 5월 20일 오전 9시, 잠실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이 배번을 단 인파로 넘실거렸다. 여성신문과 아키아연대(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 연대)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인원이었다.
집결 시간은 9시. 티셔츠 등 기념품을 현장에서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 8시까지 현장에 집결했다.마라톤을 위해 모인 이들은 자연스럽게 평화의문 광장에 설치된 무대 앞으로 모였다. 오전 8시 50분부터 풍물패 길놀이를 시작으로 경찰악대 연주, 에어로빅 시연, 준비체조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서는 한국에어로빅협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와 마라톤 참가자들의 몸 풀기 운동을 지도했다. 70년대에 한국에 들어온 에어로빅스는 주부를 중심으로 보급되며 생활체육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고취시켰다. 이러한 한국 에어로빅스의 특징은 일반 여성의 생활 체육을 권장하고, ‘운동하는 여성’을 널리 퍼뜨리고자 한 아줌마 마라톤 대회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풍물패 길놀이와 경찰악대 연주. 무대 뒤로 제1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 슬로건인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가 언뜻 보인다. 이 슬로건은 주부들을 위한 취업교육기금 마련을 또다른 목표로 삼았다.
여성신문은 취업 희망 주부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참가자와 함께하는 ‘1m에 10원 모금 운동’을 펼쳤고, 마라톤 참가 비용 등 수익금 전액을 기금 마련에 사용했다.
오전 10시, 한명숙 장관이 10km 출발 신호를, 변민남 생활체육전국육상연합회 사무처장이 5km 출발 신호를,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이 3km 출발 신호를 터뜨렸다. 대회 시작 전 참가자 전원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아줌마, 자기 건강을 위해 달리는 아줌마 만세”를 외쳤다.
이날 대회는 3km, 5km, 10km로 나뉘어 진행됐다. 3km는 일반부와 남녀혼성부, 5km는 청년부(39세 이전)과 장년부(40세 이후), 10km는 청년부 통합과 청년부(29세 이전), 장년부(40세 이후)로 세부 종목을 나누었다. 제1회 아줌마 마라톤의 경우 남성은 3km 종목에서 여성과 동반 시에만 참가할 수 있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6세 이상의 모든 여성이 참가 가능했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참가자들의 모습.
3km는 제한시간 2시간 30분으로 올림픽 공원 안을 달렸다. 5km는 제한시간 2시간 이내로, 올림픽 평화의문 광장에서 출발해 올림픽공원 북2문을 통과하고,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우회전하여 올림픽공원 남2문 통과 후 골인하는 코스로 달렸다. 10km도 5km와 동일하게 제한시간 2시간 이내로 올림픽 평화의문 광장에서 출발하여 올림픽공원 북2문을 통과한 후,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우회전하여 남부순환로로 나섰다. 이후 송파대로, 송파구청을 거쳐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으로 들어와 골인 하는 코스로 달렸다. 3km 지점과 7km 지점에는 음료가, 골인 지점에서는 단팥죽 등의 간단한 간식이 준비되었다.
마라톤 종료 후, 최광기 씨가 사회를 맡은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이날 축하 공연에는 가수 안치환이 출연했다. 안치환은 이날 ‘자유’,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불렀다. 이외에도 세종대 체육학과 학생들의 에어로빅 무대, 라틴댄스 동아리 ‘우스므로’의 라틴댄스 공연, 남원 대한주부클럽의 태껸 공연, 안산 군자농협 농심풍물패의 사물놀이 연주 등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은 마라톤 대회 참가자 이외에 올림픽공원에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완주 메달을 걸고 공연을 즐기는 참가자들. 이날 대회에서는 시간 내 완주한 참가자 전원에게 완주 메달을 증정했다. 이날 참가자는 최연장 참가자인 75세 김남순 할머니, 유모차에 탄 아기와 함께 참가한 53-2번 남성 참가자, ‘여성노동권 쟁취’라는 띠를 두르고 달린 여성노동법 개정 연대회의,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박금자 대표, 일산직업전문학교 김령자 원장과 학생들, ‘호주제 폐지’ 조끼를 입은 한국여성단체연합팀, SBS 드라마 <메디컬 센터> 출연자 일동 등 다양했다.
이날 10km 구간에서는 문기숙 씨가 35분 35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문기숙 씨는 “주부 취업기금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싶다”며 우승상금 100만원 중 50만원을 현장에서 기부하며 “아줌마가 아줌마를 키우자”는 슬로건을 완성했다.
- 제 1회 아줌마 마라톤대회 개요 -
● 일시 : 2001년 5월 20일 (일)오전10시 ● 장소 :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 ● 종목 : 3km , 5km , 10km ● 주최 : (주)여성신문사 | 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 ● 주관 : 국민생활체육전국육상연합회 ● 후원 : 여성부 | 문화관광부 | 서울특별시 | MBC | 국민체육진흥공단 | 국민생활체육협의회 | 여성건겅증진위원회 | (주)SDNTV | 야후코리아 ● 협찬 : LG전자 | 현대자동차 ● 프로그램 - 식전행사 : 풍물패 길돌이, 경찰악대 연주, 에어로빅 시연 - 마 라 톤 : 3km , 5km , 10km - 부대행사 : 아줌마 한마당, 가수초청 공연 - 시 상 식 : 시상 및 경품 추첨 ● 시간표 - 09:30 개회식 - 10:00 마라톤 출발(5km, 10km, 3km) - 11:00 아줌마 한마당 - 13:00 시상 및 폐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