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돌아보고, 용맞이를 준비하다
각자의 데이터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록이 서로 연결점을 갖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여러 아카이브가 공개하는 기록과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발견된 연결점을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봅니다. 다사다난한 2023 계묘년 한 해가 어느덧 2주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5개의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뵈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주제로 내년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무엇을 이야기했을까요? 지금부터 아키비스트가 발견한 다양한 아카이브 관련 소식을 돌아보고, 내년의 기고 방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2023년 계묘년, 아키비스트의 발견 몰아보기 2023년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총 다섯 차례 발행되었습니다. 2023년 1월호부터 콘텐츠 연재를 계획했고, 시범 콘텐츠와 재기획을 거쳐 5월호부터 본격적으로 구독자 여러분께 공유되었습니다. 2023년 첫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교회공동체가 아카이브를 만든다면?"이었습니다. 종교 분야에서도 기독교를 중심으로 아카이브 운영의 가능성을 찾아본 콘텐츠입니다. 성서는 물론이고, 신도들의 다양한 활동이 수록된 주보와 전도지 등 교회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은 정체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기록은 인간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생산, 입수된 정보를 매체에 고정시킨 것입니다. 활동과 사건의 경험이 "박제"된 것이지요. 이러한 기록을 원인과 결과, 목적, 결과, 해결방안과 적용, 에피소드와 이야기로 엮어 내는 과정이 아카이빙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역사의 흔적을 조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의 집합, 즉 아카이브를 통해, 우리는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교회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전도와 복음을 위해 만들어진 개척교회에서 출발해 숱한 고난과 인내, 또 전도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른 교회들이 우리나라에는 수백, 수천 곳이나 됩니다. 신도 한 명 한 명에서 출발해 교회 전체에까지 저변에는 그들의 정체성이 자리잡고 있지요. 아카이브에서 그들의 활동과 서사를 확인한다면 교회는 더 빛나는 비전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역사는 최고의 미래학 교과서라는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잘 구축된 아카이브는 역사를 확인하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훌륭한 지성소가 됩니다. 교회공동체가 아카이브를 만든다면? (클릭시 해당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다음 주제는 8월호에 발행된 "지역공동체 아카이브, 어떻게 운영될까?"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람사는 세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공동체의 가능성을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아카이브'에 대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콘텐츠입니다. '지역'은 예로부터 흥망성쇠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우리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개발 불균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역소멸시대라는 말은 흔하게 사용됩니다. 발전하고 있는 대도시는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쇠퇴하고 있는 도시는 더욱 빠르게 쇠퇴하고 있습니다. 지역소멸위기, 또는 지방소멸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명 로컬리즘(localism)이라고 하는 영역에서 경제 선순환 정책, 고용정책, 문화정책과 같이 다방면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와 특수한 문화를 회복, 또는 발굴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의 아카이브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특성은 역시, 지역학과 향토사학에서 나아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주민'과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동체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지역의 선순환적 구조를 회복하는 과정이 숱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국가적 위기인 지역소멸에 대항하는 이 과정의 기록을 아카이브에 개방해 둔다면 공공성의 가치가 생기게 됩니다. 타 지역에 있는 누구나 활용하고 성공 사례를 공유한다면 마치 선의의 경쟁처럼 지역소멸에 대한 해법을 하나 둘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지역공동체 아카이브 어떻게 운영될까? (클릭시 해당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오랜만에 대체공휴일까지 합쳐 최장 6일간의 긴 휴일을 가졌었던 2023년의 추석. 엊그제 같습니다. 추석을 앞두었던 9월호에서는 "아카이브로 보는 추석" 콘텐츠를 통해 전국 각지의 추석 관련 기록을 몇 가지 검색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추석의 변화하는 면모를 기록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 간난신고의 시절에서 풍요를 기원했던 애잔한 모습, 폭발적 성장기 속 명절 과소비를 경계하는 캠페인,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추석 기념우표까지. 다양한 추석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맥락을 조각조각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카이브로 보는 추석(秋夕) (클릭시 해당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이어서 10월에는 제577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기록보존소 속 우리말을 모아보다"라는 주제를 기고했습니다. 10월의 특집호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한글날을 맞이하여 최대한 '아카이브'와 같은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발견하신 분이 있다면 100점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록보존소 속 순한글 문학작품과 지역의 언어적 표현인 사투리를 담은 기록물, 한글 관련 지역의 다양한 행사 기록물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기록보존소 속 우리말을 모아보다 (클릭시 해당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1월호에서는 "아카이브가 만들어낸 다양한 지역문화행사"란 주제를 소개했습니다. 11월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가을 문화행사를 하는 시기입니다. 잘 살펴보니 아카이브를 활용한 축제 콘텐츠가 발견되었습니다. 백제문화제 아카이브전, 화성시민아카이브 전시, 부산기록축제, 그리고 아카이브센터가 주최한 횡성 지역기록문화제포럼 등, 지역문화를 홍보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여러 문화행사들에서 아카이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지역주민 스스로가 발굴해 내는 기록들은 그 지역을 살펴보는 거울이며, 지역 콘텐츠의 가장 기초적인 소재가 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초석이자 원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11월호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아카이브가 만들어낸 다양한 지역문화행사 (클릭시 해당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2024년 갑진년, 아키비스트의 발견에 대한 포부와 변화 2023년 한 해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지역과 문화를 통해 우리 일상 속 깊숙이 자리매김한 아카이브의 역할과 활용방안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민간' 아카이브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더 흥미로운 소재를 심층 취재를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오행 사상에서 청색은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동쪽을 상징하며, 그렇기 때문에 청룡도 나무, 생명의 속성을 지녔고 봄에 나타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바람을 다스린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청룡의 해를 맞아 아카이브센터에서는 청룡의 바람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며, 아키비스트의 보다 심층적인 시각에서 폭넓은 분야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아카이브에서 복잡 다단한 실무를 맡고 있는 아키비스트, 아카이브와 함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파트너 그룹에 대한 소개와 비전, 보다 다양한 국내외 협업 및 네트워크 사례도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기고 코너도 준비 중입니다. 주제는 "아카이브에 관한 모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토끼를 보내고, 이제 청룡 맞이를 준비합니다. 새해에는 아카이브레터의 전반적인 개편과 더불어 '아키비스트의 발견'도 새로운 시각과 주제를 바탕으로 더욱 양질의 콘텐츠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아카이브센터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여러분 모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대문사진: 북촌 금박연 장인의 조선 왕실 곤룡포 복원본 ⓒ 오건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