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발견
기록보존소 속 우리말을 모아보다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3.10.10  | 최종수정일 2023.10.11

각자의 정보보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록이 서로 연결점을 갖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록인의 발견>은 여러 기록보존소가 공개하는 기록과 특별 게시물을 살펴보면서 발견한 연결점을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봅니다.

 
2023년 10월 09일은 제577돌 한글날입니다. 1446년 음력 9월 말일, 세종대왕 주도로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반포되며 한글 사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어확회와 신민사 등의 노력으로 한글 반포일을 기념하게 되었고, 음력과 양력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 반포 기준일을 양력으로 비정하여 한글 탄생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국경일로 지정되었을 만큼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번달 <기록인의 발견>에서는 제577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기록보존소 속에 숨겨진 '우리말' 관련 활동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 고유의 말과 글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고 각 기록물 속에 숨겨진 의미를 다함께 알아보도록 합시다.

 
우리 전통의 말과 글을 모아보다

세종대왕이 반포한 훈민정음은 '우리말'을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문자'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한글 탄생 이후 우리는 일상 대화와 각종 창작 활동에 우리의 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수많은 기록을 누구나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자에서 파생된 이두·향찰·한문 등 특정계층만을 위한 기록방식은 우리말과 각종 문학활동에 큰 제약 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글의 탄생은 말에서 말로 구전되던 우리 전통을 기록하고 전승하는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즉 누구나 자신의 말 혹은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것입니다.


 

디지털한글박물관에서는 '심청전·사명당행록' 필사본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사유로 우리 전통 소설을 필사했는지 알 수 없으나, 한글 보급을 통해 판소리라는 형식으로 구전되던 심청전을 우리 한글로 기록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글의 탄생은 이처럼 심청전과 수궁가 등 판소리 기록화의 장을 열어주었으며, 허균의 홍길동전과 같은 한글소설의 탄생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문자를 가지고 기록을 행한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삶을 기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구전문학의 기록화와 더불어 새로운 문학의 탄생까지 이어진 한글. 단순한 '글'의 차원을 넘어 우리 고유의 문화까지 기록할 수 있게된 엄청난 발명이 아닐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주로 표준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표준어 이외에 친밀감이 흠뻑 담겨있는 다양한 말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보통 '방언' 혹은 '사투리'라 말합니다. 의무교육 체제가 도입된 후 비교적 최근까지 각 지역의 고유 말과 표현에 대한 배척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각 지역의 '정'이 담긴 말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오늘날 방언을 기록하고 지키고자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 자료는 점차 멸실되는 '제주어'를 기록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결과물입니다. 제주 주민의 말과 표현을 문어체로 변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생생하게 살려둔 것이 특징입니다. 마을 어르신이 들려주는 마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주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마을 경조사에 대한 이야기처럼 정겨운 느낌에 빠질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이라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말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알아보자

오늘날 우리말은 시대와 세대별로 다양한 쓰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 속 필기체의 변화 뿐 아니라 이동식 손전화 속에서 사용하는 글꼴도 매년 예쁘고 아름답게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록저장고 속에 숨겨진 우리말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위 두 기록물에는 <한글백일장> 개최에 대한 알림 공문과 백일장에 참여한 주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 문화원의 주최로 진행된 한글백일장 대회는 전시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으로 진행된 행사였음을 자료를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당시 백일장은 특정 '시제(詩題)'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즉석으로 참여인이 우리글을 창작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글짓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기록 속 참여인의 모습을 보면 사뭇 진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혹 한글백일장 입선을 계기로 문학 활동에 뛰어든 작가가 탄생했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이니 지역의 등용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기록은 지난 2021년 서울특별시 성북마을아카이브에서 기획한 한글날 기념 자체 게시물입니다.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 맞이 특별 주제를 성북마을에서 준비한 연유는 무엇일까요?

전술했듯이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는 서슬퍼런 조선총독부 감시를 피해서 우리말을 지키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당시 조선어학회 활동의 주축인 이극로, 최두선, 안재홍, 서승효 선생 등은 성북구를 기반으로 조선어 지키기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2021년 제575돌 한글날을 기념하여 성북마을아카이브에서 위와 같은 특별 게시물을 제작하여 공개한 것입니다.


 
글을 맺으며

제575돌 한글날을 맞아 준비한 기록보존소 속 우리말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말 관련 다양한 기록을 모아보면서 시대가 변화하며 우리말도 변화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우리말의 범위를 다양한 관점에서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록보존소는 우리말과 관련한 유무형의 자료를 집대성하여 진정한 의미의 '말모이'를 이룬 것 같습니다. 다양한 기록이 모여서 한 세대, 한 지역의 우리말 모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획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말의 사용과 변화모습이 기록보존소를 통해 살펴볼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다양한 기록의 세계를 모두 확인하는 그날까지 '기록인의 발견' 게시물은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다음달에도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