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발견
지역공동체 아카이브, 어떻게 운영될까?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3.08.08  | 최종수정일 2023.08.09

각자의 데이터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록이 서로 연결점을 갖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여러 아카이브에서 공개하는 기록과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발견한 연결점을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코너입니다.

 
사람은 대개 한 지역에 터전을 두고 살아갑니다. 사람이 살면서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 애착이 생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나의 고향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혹은 새로 생겨나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하는 지역공동체 아카이브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은 쉽지않은 일입니다. 분명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기록은 온데간데 없는 허허벌판과 다름없는 곳에서 아카이브를 만들려면 적지않은 비용과 인력, 무엇보다 다양한 기록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 지역공동체의 아카이브를 만들어낸 곳이 있습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네 곳의 지역공동체 아카이브를 살펴보고 이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아카이브를 만들어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화성시민아카이브

 

화성시민아카이브는 화성시문화재단이 화성시청과 함께하여 구축한 디지털 아카이브입니다. ‘시민’아카이브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민들이 직접 생산, 수집하여 기증한 기록물을 바탕으로 구축된 아카이브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성시민아카이브에는 지금도 다양한 기록물과 콘텐츠들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물로 남기고자 하는 화성시문화재단의 노력이 있습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시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유로운 이야기 녹음공간 ‘스토리부스’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아카이브 웹사이트에 기록물 기증 게시판을 만들어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기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 아카이브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야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화성시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화성시민아카이브는 이미 가장 큰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남자원봉사V아카이브

 

1999년에 설립된 강남구자원봉사센터는 2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지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운영해 왔습니다. 오랜 시간 지역사회에 공헌해온 강남구자원봉사센터는 각종 사진, 영상 등을 통해 자원봉사의 가치를 보존하고 되새겨볼 수 있는 강남자원봉사V아카이브를 만들었습니다.

자원봉사의 가치를 보존하고 되새기기 위해서는 강남구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남자원봉사V아카이브 오늘도 강남구 곳곳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자원봉사단, 자원봉사캠프, 개인 봉사자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각종 기록물을 수집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카이브 영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부터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정책 진흥을 위해 매년 ‘법정문화도시’를 지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부산 영도구는 이 때 최초로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7개의 지역 중 한 곳입니다.

법정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큰 예산을 받아 지금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시적인 예산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선 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을 느꼈는지 지난 7월 24일,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영도의 역사와 문화, 생활 등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영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책이나 잡지로 마무리된 기록화 사업은 관리가 힘들고 공유가 힘들며, 무엇보다 전문가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어 일반 주민들의 생활사를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카이브 영도’ 역시 영도 주민들의 손길을 필요로 했습니다. 전문가 자료 외에도 영도 주민들에게서 각종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제1차 문화도시로써 마지막 해를 맞이한 영도의 이야기가 아카이브를 통해 계속되길 기대해 봅니다.


 
ARCHIPOP(프랑스)

 

프랑스 북부 피카르디 지방에는 지역의 가족 영화, 아마추어 영화와 같은 각종 영상과 음성 기록물을 수집, 보존, 서비스하는 Archipop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Archipop 협회, MEL 아카이브, Oise 기록 보관소, 브레이 빈티지 페스티벌 등 각종 기관, 정부부처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노르파드칼레 지방까지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Archipop에서 수집하는 각종 영상 기록물에는 지역의 역사와 발전에 대한 개개인의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의식, 행사, 일, 전통, 의례 등의 사회 생활 사건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Archipop은 이러한 지역사회의 기록물을 수집하여 디지털화와 백업, 인덱싱을 거쳐 보존한 후 지역 당국, 학자, 교사, 시청각 전문가, 예술가 등에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Archipop은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금을 받기도 하고, 지방 당국이나 기관이 공동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잠재적 기증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통해 기록물의 디지털화나 복구 작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지역사회에 기반한 Archipop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금 조달, 개인 및 기관과의 파트너십, 프로젝트의 홍보와 확장이 모두 연결되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공헌하고 이를 바탕으로 항상 새롭게 발돋움하고 있는 Archipop 프로젝트는 저 멀리 우리에게도 좋은 사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마치며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그 지역만의 다양한 역사와 환경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지역마다 다양한 산업, 문화, 공동체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천 개의 지역이 있다면, 천 개의 아카이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선 네 곳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사는 지역에 터전을 두고 아카이브를 만들어나가는 활동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방식이 존재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기록물을 가치있게 꿰어내고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명확한 주체를 두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관에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는 곳도 있고, 주변에 다양한 기관·조직과 협력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지역에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여러 활동을 펼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지역 공동체 아카이브는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작은 참여가 활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 뿌리를 두고 아름답게 꽃피우는 지역공동체 아카이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