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발견
아카이브로 보는 추석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3.09.11  | 최종수정일 2023.09.13

각자의 데이터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록이 서로 연결점을 갖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여러 아카이브에서 공개하는 기록과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발견한 연결점을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코너입니다.

 
오랜 시간 농경사회를 살아온 한국사회는 매년 수확의 시기를 기념하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추석(秋夕), 혹은 한가위는 우리 민족과 긴 시간을 함께해왔습니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지도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추석은 여전히 우리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는 귀중한 일상입니다. 때문에 아카이브에는 추석과 관련하여 긴 시간 다양한 시대적 맥락을 띈 기록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추석과 관련한 다양한 기록을 찾아보고 그 기록물의 시대적 맥락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전쟁과 일상

대한민국의 명절에 추석이 있다면 미국에는 ‘추수감사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추수감사절을 기념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바로 한국전쟁 시기입니다.

1863년 링컨 대통령에 의해 연례 국경일로 선포된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대표적인 국경일로 자리잡았습니다. 개신교의 기념일로써 이름은 다르지만, 추수가 끝난 후 값진 수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가족들과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먹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추석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합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이 한국에서 추수감사절을 기념했던 자료들이 아카이브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미군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기도만큼은 반드시 드리곤 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KBS에서 만든 현대사 기록영상 아카이브 플랫폼 ‘움직이는 현대사 선명한 역사’에는 ‘혜산진 추수감사절 예배’ 영상이 있습니다. 미육군통신대에서 생산한 9분 정도의 영상 후반부에는 북한 양강도 혜산진 지역에서 미군 제17보병연대 B중대 병사들이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한국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일상을 앗아간 비극의 역사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군 역시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급박하고 불안한 전쟁터에서도 함께 모여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린 것은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소원하던 마음도 함께 있지 않았을까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서 복무했던 토마스 누조는 전쟁이 끝나고 춘천시 신북읍 인근 주민의 생활상과 사람들을 촬영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참전용사로 한국을 찾은 토마스 누조는 당시 촬영한 사진 116매를 춘천시에 기증했고, 춘천문화재단의 갤러리 아르 개관기념전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추석을 맞아 산뜻한 옷차림을 하고 노는 아이들의 사진입니다. 전쟁이 휩쓸고 황폐해진 땅 위에서도 평화롭게 놀고 있는 아이들, 그 뒤로 어우러진 자연경관을 보며 토마스 누조는 힘들게 싸웠던 기억을 잠시나마 잊고, 아이들의 이러한 순박한 모습이 오랜 시간 이어지길 소망했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추석 풍경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 경제는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고도성장을 이뤘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풍요가 일상으로 스며들었고, 이에 따른 사회·문화적인 풍토도 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985년부터 ‘체신부’(현 우정사업본부의 전신)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예술과 민속 등을 보존하고자 추석을 주제로 한 기념우표를 발행했습니다.
 

민속시리즈 우표 중 네 번째로 발행된 ‘추석’ 우표에는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알리고,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 만큼’이란 슬로건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휘영청 떠오른 달 아래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강강술래와 널뛰기 놀이를 하는 모습과, 오곡백과를 풍요롭게 수확하는 모습을 강조한 우표가 탄생했습니다.
이 우표에 담긴 흥미로운 사실은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산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기록은 풍요로움과 나눔을 상징하던 추석의 모습과 대비되는 한 캠페인 모습입니다.
 

한 해 수확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추석에 갑자기 근검 소비 절약 캠페인을 왜 진행할까요?

1980년대 중후반의 ‘삼저호황’은 ‘단군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중산층이 대거 늘어나며 보다 풍족한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과소비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생겼고, 1990년대 초중반 전국적인 근검절약 캠페인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며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에 대한 변화하는 모습을 아카이브를 통해 짧게나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원고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기관에서 구축한 디지털 아카이브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추석’·’한가위’·’중추절’ 등 다양한 검색어를 통해 살펴 본 아카이브 속 자료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변화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기록에서 살펴볼 수 없었던 모습을 다른 유형의 기록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아카이브의 매력 아닐까요? 앞으로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한가위 명절 뿐 아니라 알아두면 쓸모있는 다양한 지식까지 섬세하게 살펴볼 기회가 될 지 모릅니다. 다음호에서도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다양한 아카이브의 자료를 통해 다각도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수확과 풍요의 기쁨을 누리던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의 의미가 많이 변화했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내는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은 모습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