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훼손된 기록물

    문익환 목사의 육필원고

    오늘 소개해 드릴 기록물은 문익환 목사가 손으로 쓴 다양한 원고입니다.요즘은 컴퓨터를 활용해 글을 쓰는 것이 대중적이지만 문목사님 때에는 종이에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지요. 문익환 목사는 글쟁이셨습니다.문익환 목사의 연보(김형수, 2018)를 따라가다보면 한빛교회에서 목사로 활동을 시작한 1955년(38세) 이후부터 1976년(59세) 첫 감옥에 가기 전까지 특히 많은 글들을 쓰셨던 걸로 보입니다. 본인의 이름으로 내신 책도 많고,《신학연구》, 《한국신학대학보》, 《기독교사상》, 《제 3일》 등 다양한 잡지에 기고를 하신 글, 그리고 설교를 위해 작성하신 설교문들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사진 속 문익환 목사가 쓴 원고지는 교정을 본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게 되었으니 참 답답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 답답함을 처음엔 한 달에 한 번씩 옥중 편지에, 나중에는 당국의 집필 허가를 받아 그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지요. 지금 통일의 집에 남겨져 있는 원고들은 이런 경위로 탄생된 것들인데 이제야 정리를 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원고들을 정리하기 위해 모아놓고 보니 정말 원고들의 상태가 심각해보이네요.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이 되고 바스라질것 같으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탓에 보라색 곰팡이들도 곳곳에 피어있습니다.      이 원고를 한번 보시죠. 제목이 "한국 구약학의 과제"라고 적혀있네요. 문익환 목사는 한신대, 연세대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였는데 이 원고는 1971년 3월 기독교 사상에 발표되었던 "한국 구약학의 과제"의 초고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원고들이 있지요. 성경번역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내용, 옥중에서 집필허가를 받고 작성된 꽤 두꺼운 분량의 원고뭉치도 있습니다. "문익환 논문철"이라고 이름붙여져 있는 이 편집철에는 문익환 목사가 쓴 여러 논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시대의 신앙"이라는 흥미로운 제목과 젊은 시절의 사진이 보입니다.   이 육필 원고들이 갖고 있는 보존과 관련된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열악한 보존환경에서 오랜 시간 보존되면서 훼손 심화- 오래되어 바스라지고 찢겨진 부분 발생하였으며, 곰팡이 등 오염 상태 심각 ◎ 참고문헌 김형수. 2018. 『문익환 평전』. 파주: 다산책방. p. 711-716문익환. (1971). 한국 구약학의 과제. 기독교사상, 15(3), 92-100.   ※훼손된 기록물 시리즈에서는 통일의 집이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그러나 훼손되어 있는 기록들에 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 훼손된 기록물

    박용길의 "민주구국 : 1976-1977" 앨범

    여러가지 이유로 통일의 집이 보유하는 기록들의 보관상태는 그렇게 양호하지 못합니다.  물론 통일의 집 소장사료 중 일부는 보존처리가 된 것들도 존재하지만 아직도 보존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기록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특히 보존처리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 기관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서 훼손된 기록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현황을 정리하고 공유하면서 차츰 해결 방안에 관해서도 고민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것은 바로 박용길 장로가 직접 편집한 "민주구국" 앨범 입니다.통일의 집에는 박용길 장로가 직접 편집한 50여권 이상의 주제 앨범이 있습니다. 이 앨범들은 대부분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고 특히 일부 접착식 앨범은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지요. 민주구국 앨범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앨범은 첫 번째 민주구국선언사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과 티켓 등 각종 자료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담고 있습니다.특히, 박용길 장로는 본인도 이 사건으로 직접 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하였고 또한 3.1사건 가족들의 석방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로서 그녀가 직접 엮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앨범에는 사건과 관련된 사진과 자료들을 담겨있고 박용길이 적은 사진이나 자료에 관한 설명도 담겨 있지요. 이 역사적인 사료는 미래 세대에게 3.1 사건과 민주화의 의미를 알리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앨범이 갖고 있는 보존과 관련된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열악한 보존환경에서 오랜 시간 보존되면서 훼손 심화- 앨범의 제본 상태가 노후화되었고 찢겨진 부분 발생하였으며,   앨범 내 곰팡이 등 오염 상태 심각- 접착식 앨범으로 부착된 사진 및 자료들의 분리 자체가 어려운 상태   ※훼손된 기록물 시리즈에서는 통일의 집이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그러나 훼손되어 있는 기록들에 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 사료이야기

    정말 기가막힌 책이더군! "Tribes of Yahweh"를 읽고

    옥중편지에는 문익환 목사가 감옥에서 읽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은 1982년 5월 2일에서 5일 사이에 작성된 옥중편지에 나오는 고트발트(Gottwald)의 『Tribes of Yahweh』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감옥에 있던 문익환 목사에게 이 책을 보내준 사람은 같은 신학자이자 교수이기도 했던 동생 문동환 박사인데 편지를 보니 후에 동료였던 서남동 목사도 같은 책을 감옥으로 보내주셨다고 하니 당시 학자들에게 주목받던 책이었던것 같습니다. 문익환 목사는 이 책을 읽고 정말 "기가 막힌 책"이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성경에 나오는 전쟁에 대한 고트발트의 새로운 해석에 감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고트발트(Gottwald)의 『Tribes of Yahweh』를 잘 읽었어. 기가 막힌 책이더군. 제일 속시원했던 것이 판관기나 여호수아서의 전쟁 기록이 침략 전쟁 기록으로 보였었는데, 그게 아니고 해방 전쟁이었다는 것이니 얼마나 혁명적인 새 학설인가? 그런데 야훼 신앙이 평등 사회를 향한 사회적인 몸부림의 아들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사회과학적인 가설을 새김질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군. 마침 서남동 목사가 같은 책을 다시 보내 주어서 다시 읽으면서, 그 가설에 일단 수긍이 가기는 했는데. 그러고 나서 생기는 의문을 적으면 이런 것이 될 텐데 고트발트 씨에게 전해서 대답을 듣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최근에 통일의 집에서는 소장자료들의 수량을 파악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이 작업의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겨보았더니 책의 소유자를 표시해 놓은 서명, 날짜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뜯겨진 도서열독허가증.. 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문익환 목사가 손수 연필로 메모한 듯한 "1981년 5월 19일" 은 이 책을 받은 날짜인지 아니면 처음 읽기 시작한 날짜인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옥중 편지가 작성된 날짜와 비교해보면 거의 일 년의 시간을 거쳐 감옥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새김질을 하셨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책을 보내준 고마운 동생의 이름(from : Stheven )도 적혀 있었습니다.  한편, 이 한 장의 편지에는 학자로서의 문익환의 면모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의문들을 그나 지나치지 않고 편지에 구체적으로 적고 있지요. 그리고 동생에게 저자인 고트발트씨에게 이 질문들을 전해서 대답을 듣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동생은 이 편지를 받고 저자에게 질문들을 전달했을까요?  고트발트씨의 답장이 담긴 편지를 찾게 된다면 또 소개드리겠습니다.  문익환 목사가 고트발트(Gottwald)에게 어떤 질문들을 했을까 궁금하시면 1982년 5월 2일에 쓴 편지를 읽어보세요. 

  • 사료 이야기

    신영복 선생이 쓰신 "너른 마당" 이야기

    지난 1월 15일 이웃한 "신영복 아카이브"가 온라인 개통을 하였습니다.저희 늦봄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통일의 집 박물관 문영금 관장님께서도 축하 영상을 의뢰받아서 열심히 준비하고 찍어서 보내드렸지요. 그 날, 통일의 집 거실에 있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인 "너른 마당"에 관해 관장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통일의 집 거실에 걸려있는 “너른 마당”이란 글씨는 신영복 선생이 쓰신 글씨입니다. 1985년 을축년 새봄에 대전교도소에서 쓰신 것인데 신영복체가 완성되기 전 초창기 글씨인 것 같습니다. 이 액자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이 집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두분 다 돌아가시고 작품들만 남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 수없으나, 그 엄혹한 시절 후원금마련을 위한 자선 바자에서 사셨던지, 신선생님이  특별히 선물해주셨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두 분이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어도 서로 존경하고 아꼈던 것 같습니다." 이 작업을 준비하면서 아카이브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옥중편지에서도 신영복 선생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방북사건으로 감옥에 계셨을 때 쓰신 편지에서요. 목사님은  당시 매일 아침마다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한 장씩 정성스레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고 쓰셨습니다(1989. 12. 26. 옥중편지)    신영복 아카이브의 개통을 축하드립니다.각자 아카이브를 만들고 쌓아가면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서로 배워가면서이 아카이브들을 통해 두 분의 뜻이 이어질 수 있길 바라고멋진 연대도 기대할게요.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하나가 되는 것은 더 커지는 일입니다” 

  • 영상

    문익환 목사와 통일의 집

    문익환 목사와 통일의 집을 소개하는 영상들을 모았습니다. 통일의 집이 개관하던 2018년에 만들어진 개관 기념 영상, "늦봄 문익환의 생애와 통일의 집" 이 영상은 문익환 통일의 집 박물관을 방문하시면 꼭 시청하고 가시는 영상이시지요. 최근에 여기에 영어 자막을 넣어서 새 버전으로 만들면서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Late Spring” Moon Ik-hwan, 100th year anniversary introduction video" 그리고, 문익환 목사님의 방북 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문익환 방북 30주년 영상"이 있습니다.이 영상은 작년인 2019년에 진행되었던 방북 30주년 기념 전시에 처음 선보였어요. 여기에는 그동안 미공개 되었던 자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이 어떤 분인지, 통일의 집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카이브에서 어떤 사료들을 만나실 수 있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먼저 영상을 감상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프로젝트

    옥중서신 말 구름

    통일의 집에서는 올해 문익환 옥중서신을 텍스트화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그 결과물을 활용해서 시범적으로 옥중서신 어휘분석을 진행해보았습니다. 옥중서신에서 추출한 단어들을 대상으로 감성, 민주·통일, 신학, 가족의 네 가지 토픽을 선정하여 말 구름(워드 클라우드) 형태로 시각화해 보았습니다. 나무(감성), 민주·통일(새), 십자가(신학), 하트(가족) 형태는 옥중서신에서 추출한 단어들을 담고 있고 빈도수, 중요도 등을 고려해 단어에 가중치를 매겨서 그 값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표시되는 것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 기록물로 연결된 네 개의 말 구름을 감상해 보시고, 몇 개의 단어들에는 해당 단어에 어울리는 옥중 편지가 링크되어 있으니 어떤 것인지도 확인해보세요 ※이 작업은 2020년『서울기록원 아카이브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기록관리교육 및 컨설팅 사업』의 일환으로 아카이브랩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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