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꽃밭에 건너가면>, 2750X3800X700mm, 비닐 위 혼합재료, 2024.
터에는 이야기가 축적된다.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장소성 역시 짙어진다.
오재미동은 3호선과 4호선, 서울의 주요 노선의 환승역이자 영화의 메카, 인쇄소 거리 등 문화산업 중심지에 위치한다.
공공 이동수단으로 이용객의 반복되는 발걸음과, 문화산업 실무자의 일과 사이에 자리하며 누구에게도 열려있다.
누군가에겐 의미없이 스치는 장소로, 누군가에겐 하루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장소가 된다.
그래서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중없다.
이런 오재미동의 물리적 위치는, 오재미동의 정체성과도 만난다. 이 곳에서는 층위없이 예술이 향유된다.
한국 신화에 서천꽃밭이 있다.
강을 건너고 이 오색 꽃밭을 지나야 비로소 저승으로 무사히 도달한다.
언젠가 한번은 여기를 다시 거치게 된다.
살지도 죽지도 않는 상태의 이들이 머무는 그 곳, 서천꽃밭.
누구나 거치지만 언제나 갈 수 없는 이 곳에 잠시 지나는 사람들은 이 꽃밭은 어떤 곳이 될까.
버드나무는 이 서천꽃밭의 경계에 있다.
강과 뭍의 경계, 흘러가는 에너지와 지지하는 에너지 사이에서 솟아나서는 가느다란 가지는 추욱 처져 있다.
이 버드나무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오색꽃들만큼 예사롭지 않다. 물을 정화시키고 식물도 동물도 낫게한다.
이런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서천꽃밭은 여러 한국 설화의 배경이 된다. 그러나 구약 성경의 에덴 동산이나 그리스 신화의 헤스페리데스 정원과는 다르게 운영된다. 존귀한 존재, 신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오직 사람을 바라보는 공간이다. 오색꽃은 살을 붙이거나 뼈를 만들고, 숨을 불어넣는 것조차 가능하다. 사람에겐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지만 신들에겐 시시한 효능이다.
오재미동 | 여러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 또다른 이야길 듣기 위해 이 곳에 잠시 머무른다.
행복한 결말이 있는 영화를 바라기도 하고, 특정 시기의 이야기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화이트큐브에 한참을 머물머 작업의 감상을 매 번 적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리적 위치와 그 곳을 지나칠 때 새로이 태어나는 사람들, 순리대로 죽음에 다가가는 인생의 여정이 닮아, 한국 신화의 서천꽃밭을 오재미동 갤러리에 병치하였다.
전시의 대표작인 <오색꽃밭에 건너가면>은 빨강,하양, 노랑, 파랑, 까만 꽃이 뿌려져 있는 투명막은 저쪽 세상을 당장 넘어갈 순 없지만 걸음을 돌아 너머갔을 때 볼 수 있는 장면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쪽은 밝고 한쪽은 어둡게 하여 공간의 분리가 빛으로도 이뤄진다.
투명막 위에 이미지는 양쪽을 가로 막고 있고 그 사이엔 중간계, 서천꽃밭의 지점이 있다.
그 너머엔 사람들의 수많은 발자국이 있고, 다른 차원엔 서천 꽃밭에 앞서 강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