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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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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택가에서 굴뚝을 볼 수 없다. 산업 단지에서도 보기 드문 굴뚝이 우리 동네 주안동에 있다. 재건축이 진행 중이니 아마 저 굴뚝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멀리서도 존재감이 돋보이는 크고 높은 굴뚝이지만 오랜 세월을 견딘 흔적이 적나라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콘크리트로 된 몸통은 군데군데 금이 가고 깨져 있으며 치장 페인트도 벗겨져 애처롭다. 경고문을 치마처럼 두르고 서 있는 나이 많은 굴뚝. ‘시설이 노후되어 파손 우려가 있으니 올라가지 마시오.’ 왠지 나를 보는 것 같다. 아파트 난방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굴뚝은 이제 일터에서 물러날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 굴뚝에게 말하는 건지 나 자신에게 말하는 건지 나도 헷갈린다. 

  • 촬영장소: 주안동
  • 촬영일자: 2024년 9월 9일
  • 사진장수: 1장

#. 해당 사진은 2024 특성화사업 기록물 수진 공모전 <사라져 가는 것들>을 통해 수집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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