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탐색
영원할 수는 없었던 유년 시절의 아랫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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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볼 이사를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곳 광명4차아파트에 살았다는 뜻이고, 그게 올해로 22년차입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가령 집이 얼마나 오래 되었냐는 질문을 꺼릴 때가 있었고, 이사를 해보지 않았다는 말에 제 나이를 생각하면 아파트의 연식이 유추되니 굳이 말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언제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준 이곳이 고맙고 애틋합니다. 그건 재개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일까요. 지워져 가는 도색과 뜯겨가는 외벽, 길고양이가 드나드는 오래된 지하실과 같은 것에 시선이 머무릅니다. 이제는 온전히 집을 사랑하기로 합니다. 몇년 전에 심은 감나무가 2층을 넘어서고, 작은 씨앗에서 피어나 제 허리를 넘어선 봉숭아에게 매일 물을 주면서 추억을 쌓아갑니다. 제가 사는 이 집의 전주인이 살던 때부터, 아파트가 지어진 40년이 된 기나긴 세월의 겹을 차곡차곡 모아 마음에 새깁니다. 시험을 잘 봤을 때도, 부모님께 혼났을 때도, 대학생이 되고 이런저런 고민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어김없이 함께 있어 준 집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촬영장소: 인천시 미추홀구 석정로354 광명 4차 아파트

  • 촬영일자: 2024년 9월 10일

  • 사진장수: 9장
     

#. 해당 사진은 2024 특성화사업 기록물 수진 공모전 <사라져 가는 것들>을 통해 수집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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