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집밥] 정성을 다한 집밥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가족에게 매 끼니 칠첩 반상을 차려주는 건 사실 조금은 힘들기도 하지만, 함께 모여 밥을 먹으면 우리 가족에게 행복 에너지를 뿜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밥상을 차립니다.

최기숙(1973년생)
미추홀구 학익동에서 태어난 후 지금까지 미추홀구에서 살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성함과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최기숙이고, 73년생입니다.

태어난 장소가 미추홀구이신가요?
네. 요즘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미추홀구 학익동 GS슈퍼마켓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현재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시나요?
우리 가족은 저희 부부와 딸 하나, 아들 하나 이렇게 됩니다.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눌 소재가 가정식이라서 가족들과 함께 즐겨 먹는 반찬이나 요리에 대해 물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식단을 짤 때 식구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반찬을 구성하시는지 아니면 선생님이 주도해서 반찬을 구성하시는지요?
식구들이 주로 잘 먹는 것을 하는데 저는 밑반찬을 만들기 전에 먼저 식구들에게 물어보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남편이 해달라는 것 위주로 반찬을 준비하는 편입니다.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사는 곳이 주로 어딘지요?
학익동 GS 마트와, 신기촌 시장에서 주로 구매합니다.

계절별로 꼭 하시게 되는 반찬이나 음식 있을까요?
봄에는 냉이가 많이 나오니까 냉이된장국이나 달래를 가지고 반찬을 해 먹습니다. 어머님께서 시골 밭에서 뽑아 보내주시는 달래를 썰어서 집 간장으로 달래장을 만들어서 아들이 좋아하는 두부 부침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예전에는 봄을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요즘엔 너무나도 잘 느끼게 됩니다. 또 봄에는 배추전을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구하기 힘든 배추 대신 봄동을 사서 배추전처럼 전을 해 먹습니다. 배추 맛과 다른 봄동만의 맛이 있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여름에는 오이지, 예전에는 좀 번거로워서 안 해 먹었던 음식인데 얼마 전에 지인이 끓이지 않고 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한 번 만들어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여름이 되면 오이지를 무쳐서 늘 반찬으로 올립니다. 우리 집은 여름에 오이를 이용한 반찬, 오이미역냉국을 많이 먹습니다. 가을에는 추석도 있고 하니까 저희는 송편을 늘 집에서 이제 애들하고 같이 해 먹습니다. 저도 결혼해서 처음으로 먹어 봤는데, 시 어르신들이 쌀을 갈아서 송편 소로 생땅콩을 넣고 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더라고요.


생땅콩을 넣는 송편은 시댁의 풍습일까요?
어머님이 땅콩 농사를 지으니까 소를 콩으로 넣으면 사람들이 다 잘 안 먹고 하니까 땅콩을 넣어서 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다음에 깨는 뭐 보통 다들 아시니까, 그렇게 해서 아이들하고 다 같이 둘러 앉아서 만듭니다.

 


반찬으로 생선요리는 자주 만들어 드시나요?
우리는 늘 생선을 먹는데, 특히 가을에 오징어를 많이 먹습니다. 주로 생물로 오징어국이나 제육볶음 식으로 오징어 양념해서 볶아 먹는데, 저희 딸은 또 오징어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같이 넣고 볶은 야채를 잘 먹고, 작은 애는 오징어 부침개를 주로 먹습니다.

겨울에는 어떤 반찬이나 음식을 주로 해서 먹게 될까요?
겨울엔 뼈 곰탕 사골국을 자주 해 먹고, 아무래도 김장을 하게 되니 김치가 늘있어서 보쌈을 자주 해 먹게 됩니다. 

주로 재료는 시골에서 공수를 받아서 음식을 만드시나요?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참기름, 깨 이런 것들은 다 어머님이 보내주세요. 제가 어쩌다가 참기름이 똑 떨어져서 시중에서 사서 먹었는데, 시골 참기름하고 비교가 안 됩니다. 가끔 제가 반찬 나눔을 해서 먹어본 사람들이 제가 만들어준 그대로 요리를 해서 먹어봐도 그 맛이 안 난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시골에서 보내주시는 참기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이 맛있었던 비법이 있었네요.
네. 제 요리의 비법은 어머님이 보내주신 참기름과 깨인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 어머님이 연로하셔서 힘들다고 깨 같은 걸 안 하거든요. 그러면 ‘어머니 거 살 때 우리 것도 좀 사주세요.’라고 미리 말을 해요.

요리를 좀 하신다 하는 분들은 집에서 베이스로 국물을 많이 내서 드시잖아요. 육수를 낼 때 빼지 않고 꼭 넣는 재료가 있을까요?
저도 보통 멸치하고 다시마를 넣습니다. 저희 신랑이 하는 일이 수산업이다 보니까 딱새우하고 꽃게 이런 것들이 있어서 딱새우하고 꽃게 이거는 있으면 꼭 넣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꽃게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꽃게를 가져올 때 보면 떨어져 있는 다리들이 있는데, 그걸로 육수 낼 때 사용하기도 하고, 꽃게를 채반에 받혀서 쪄서 먹고 나면 진짜 국물 나오는데 그걸로 된장찌개 끓여 먹을 때 육수로 사용합니다. 시원해서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파 뿌리하고, 무하고, 양파하고, 마늘을 넣어서 만든 계란장을 많이 해 먹습니다.

계란장 육수에는 간장과 파 뿌리, 무, 양파 이런 걸 넣으세요?
멸치하고 다시마는 빼고 파 뿌리, 무, 양파, 마늘하고 월계수 잎을 많이 넣어서 계란장을 만듭니다. 계란장 육수에서 간장을 빼면 잔치국수 전용 육수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계란장 할 때는 진간장을 넣는데, 잔치국수를 해 먹을 때는 여기다가 국간장을 살짝 넣고, 간장 양념한 거를 넣어서 먹으면 잔치국수도 맛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런 식의 잔치국수를 드셨던 경험이 많으셨는지요?
어렸을 때는 면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지금은 내 식구들이 먹다 보니까 저도 해서 같이 먹게 된 거고, 남편과 큰아이는 비빔국수를 좋아해서 비빔국수도 잘 해 먹어요.

요리 국물 내실 때 월계수 잎 넣으신다고 했는데, 월계수 잎을 사용한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언제부터 육수를 낼 때 월계수 잎을 사용하셨나요?
둘째 형부가 제가 중학생일 때 미군 부대 식자재 관련 사업체를 운영해서 외국 음식을 접해볼 기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니한테 조금 얻어다가 보쌈같은 데만 넣어서 먹었는데, 계란장을 할 때 야채만 넣는 게 뭔가 맛이 부족한 것 같아서 월계수 잎을 넣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요리나 반찬이 있을까요?
저는 야채를 좋아해서 월남쌈 같은 거를 해먹을 때도 고기는 잘 안 넣어요. 식구들 먹는 거에는 다 해주기는 다 하는데, 내가 싸 먹을 때는 고기는 빼고 거의 야채 위주로 주로 먹습니다. 그리고 생오이를 겉절이식으로 금방 해 먹으면 되게 맛있습니다. 그걸 좋아하고, 된장찌개, 보통 나물류 그런 것들 위주로 좀 좋아합니다.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식성이 어린 시절부터 쭉 이어졌던 것일까요?
어린 시절에 우리 엄마가 많이 아프셨어서 저희 형제들은 젖만 끊으면 시골 경북 안동에서 지내다가 학교 갈 나이 되어서 인천에 올라왔어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지내다 보니 주로 먹었던 음식이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상추 뜯어 먹고, 호박잎 삶아서 싸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에 먹었던 먹거리가 지금 야채를 좋아하시는 것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네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도 풋고추는 잘 먹습니다. 얼마 전에 호박잎을 채반에 얹어서 살짝 김 올려 집된장으로 만든 강된장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님께서 해 주셨던 음식 중에 기억이 나는 음식이 있을까요?
어릴 때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몸이 추슬러질 때는 수제비를 해주셨습니다. 엄마하고 추억도 별로 없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좀 덥지는 않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그때인 것 같은데 엄마랑 같이 수제비를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찬은 아니지만 풀빵을 만드는 판이 집에 있어서 가끔 풀빵 만들어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제가 듣기엔 건어물 장사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맞다면 어떤 건어물을 판매하셨는지요?
아버지는 건어물 장사를 하셨고요. 오징어가 기본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진미라고 하는 오징어포와 옥수수 콘이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건어물 장사로 인한 추억이 있으실까요?
서울 중부시장에서 도매로 사다가 집에 와서 낱개로 소포장을 다시 하면 그 과정에서 작은 부스러기가 떨어져요. 그걸 모아 큰 봉투에 담아 가지고 친구들한테 50원, 100원 이렇게 팔았어요. 그렇게 용돈을 벌어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건어물로 만들어 먹었던 집 반찬이 있었을까요?
사람들이 오징어 입을 거의 안 먹어서 그거를 다 떼어 물에 불려서 뾰족한 이빨은 빼고 멸치 볶는 식으로 해서 볶아 먹으면 되게 맛있어요. 당시엔 고기도 많이 먹지 못하고 하니까 씹는 맛이라도 느끼려고 그런 걸 해 먹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여름에 관리가 잘 안 돼서 곰팡이 난 오징어를 잘 씻어서 집 반찬으로 해 먹었는데, 오징어 입만 먹다가 가끔 몸통을 먹으면 그 맛이 참 좋았습니다.

진미채 맛이 지금이랑 예전이랑 많이 다른가요?
예전이 훨씬 맛있죠. 그때는 배도 곯았고. 요즘 진미채는 단맛이나 가공 맛이 좀 더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오징어 고유의 맛이 많이 나고 고소한 맛도 있고 했는데 당시 오징어가 국산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기억나는 음식이 있으실까요?
초등학생일 때 서인천 쪽 바다에 가서 어른들은 낚시 하고 친구들은 물놀이하고, 인근에 조개를 캐러 애들끼리도 가기도 했었습니다. 고둥도 잡고 바위에 붙어 있는 굴도 따고 통그릇 같은 데다가 담아 갖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잡았던 생물들을 드셨어요. 아니면?
저는 굴을 안 먹었습니다. 조그만 게랑 바지락은 잡아서 라면이나 된장찌개나 할 때 넣거나 탕 끓여 먹었죠. 고동은 삶아서 아버지가 펜치로 꼬랑지 잘라주면 쪽쪽 빨아먹었죠.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자급자족이었던 것 같은데, 현재 자녀분들에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저만의 비법으로 싼 김밥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냥 김밥 말고 땡초 김밥인데, 대부분은 절인 고추를 넣는다든가 고추를 통째로 넣는 다든가 하지만 저는 고추를 반 갈라서 된장을 넣어서 깻잎에 싸서 김밥을 쌉니다. 그냥 김밥은 보통들 다 먹는데 그 매콤한 게 들어가 있으면 질리지 않고 깔끔해서 맛있다고 먹어본 사람들이 다 좋아했습니다.

그럼 주변에 있는 이웃들과 같이 자주 나눠 먹었다고 생각하는 건 김밥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김밥도 많이 나눠 먹고, 잡채 하면 많이 해서 나눠 먹고 그랬습니다.

최근에 새롭게 해 먹어본 음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얼마 전에 우리 아이들 재난지원금 대신해서 꾸러미가 왔었잖아요. 거기서 쌀 10kg하고 찹쌀 4kg이 배달이 와서 처음으로 오곡밥과 약밥을 해 먹어 봤습니다. 오곡밥에 땅콩도 넣고, 콩도 넣고, 팥 넣고 이렇게 해서 이웃과 나눠 먹었는데 다들 먹고 맛있다 하니까 좋았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저는 특별히 잘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되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요즘 더 많이 사람들이 외부 음식을 사 먹는데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식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러니까 밥상머리 교육이 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죠?
저도 물론 우리 아이들이 나가서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같이 모여서 밥 먹으면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어른들이 있을 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기도 하니까, 그런 자리를 통해 저 또한 요즘 새롭게 먹는 것들을 아이들한테 배우기도 하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은 어려워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같이 모여서 밥을 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정지선 (면담지원 : 조용희)
· 면담일시 : 2021. 8. 13.
· 면담장소 : 문학동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