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남북태권도 통합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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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남북 태권도 통합에 합의
등록 :2018-11-02 13:28 수정 :2018-11-02 19:34
세계연맹-국제연맹, 통합 추진 공동기구 구성키로
합동 시범 및 합동훈련센터 설치 등 공동기구서 협의

처음엔 한뿌리였지만 둘로 갈렸던 남북 태권도가 마침내 통합된다. 남한 주도로 발전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에서 성장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이 2일 오전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 서 태권도 통합 및 발전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두 단체가 올해 안에 통합되면 1966년 창설된 국제태권도연맹에 맞 서기 위해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당시 약칭 WTF)이 만들어진 이후 45년 만이다. 이날 조인식에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와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 총재를 비롯한 두 단체 총재단이 함께했다. 조 총재는 국제태권도연맹 초청으로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을 이끌고 지난달 30일부터 평양을 방문중이다. 두 단체는 전날 실무협의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도출돼 이날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합의서 서명과 기념촬영까지 50분 만에 마무 리됐다. 두 단체는 우선 태권도 통합을 추진할 공동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기구의 명칭과 성격, 활동 내용 등은 두 연맹이 오는 12월 중에 함께 결정하기로했다. 두 단체는 또 태권도 통합 촉진을 위한 활동도 함께 펼치기로 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스위스, 미국, 일본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합동 시범공연은 점차 단일 시범단을 꾸려 진행할 수 있도록 합동훈련센터 설치를 공동기구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남쪽의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왼쪽)와 북쪽의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가 2일 오전 평양 양각도국 제호텔에서 태권도 통합 및 발전을 위한 두 연맹간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단체는 각자의 경기 규칙으로 진행하는 국제대회도 시범적으로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두 연맹 소속 태권도인들이 상 대 연맹이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와 대륙별 선수권대회 등 국제경기에 참여할 수 있게 단증, 심판원증 등을 절차에 따 라 교차 인정하기로 했다. 남한의 태권도(세계태권도연맹)가 스포츠 측면이 강한 반면, 북한 태권 도(국제태권도연맹)는 전통 무예 성격이 강하다. 세계태권연맹은 기본동 작과 품새, 겨루기, 격파, 호신술 등으로 구분되고 이 가운데 겨루기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반면 북한 태 권도는 기본동작, 틀(품새), 맞서기(겨루기), 위력, 특기 등으로 구분된 다. 남한 태권도가 헤드 기어나 몸통 보호대 등을 착용하지만 북한 태권 도는 보호대 없이 마우스피스와 장갑, 밑창없는 말랑한 재질의 신발을 착용해 주먹으로 얼굴을 타격하는 등 다소 과격하다. 두 단체는 이날 태권도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함께 올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이날 합의 사항의 지속적인 이행을 위해 매월 한 차례 이상 합의된 장소에서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두 연맹 총재도 수시로 만나 공 동기구 구성과 태권도 발전을 위한 실천적 문제들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국제태권도연맹은 최홍희 대한태권도협회 초대회장이 1966년 서울에서 창설한 단체다. 최씨는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빚다가 1972년 캐나다로 망명했고, 1979년 평양을 방문해 자신이 창안한 태권도를 북한에 이식했다. 최씨의 망명 직후 1973년 김운용 당시 주미대사관 참사관이 박정희 정권의 지시로 세계태권도연맹을 결성했다. 두 단체는 가입 회원국 늘 리기 경쟁을 벌이는 등 40여년간 대립과 갈등을 빚었다. 이날 조정원 세계연맹 총재는 “마침 내년이 태권도가 1994년 프랑스 파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 25년이 되는 해”라며 이를 기념하는 합동공연을 아이오시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갖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리용선 국제연맹 총재는 “적극적으로 참석하겠다. 무조건 가겠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세계연맹이 북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제연맹에 제안한 평양 내 국제태권도연맹 국가협회 설립은 이번 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리 총재는 이를 염두에 둔 듯 “물도 갑자기 먹으면 목이 멘다”고 했다.
평양/연합뉴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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