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남북 ‘평화의 평창’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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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남북 ‘평화의 평창’ 연다
등록 :2018-01-09 20:28수정 :2018-01-09 22:11
북한, 평창겨울올림픽 대규모 대표단 파견 “공동입장·공동문화행사 개최 의견 접근”
2006년 2월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토리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0회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쪽 이보라(왼쪽)와 북쪽 한정인이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한 선수단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토리노/연합뉴스 2006년 2월10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평창겨울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북한 선수단을 포함한 대표단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 누구도 예상 못 했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40일도 채 남지 않았던 상황인데다, 당시엔 북한이 자력으로 출전할 수 있는 종목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8일 만에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선수단 파견은 물론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대규모 인원을 파견하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해 평창올림픽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과연 평창에 오는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개회식 공동입장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9일 밤 발표한 별도의 회담 설명자료에서 “개회식 공동입장 및 남북공동 문화행사 개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위급 회담에서 남쪽 대표단은 기조발언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많은 대표단의 파견과 공동입장 및 응원단 파견”을 북쪽 대표단에 요구했다. 남북 공동입장이 성사되면 이번이 10번째이자, 11년 만이다. 그동안 남북한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무려 9차례나 공동입장을 한 전례가 있다. 국기(한반도기)와 국가(아리랑) 등 기존 합의안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틀에서만 합의가 이뤄지면 세부사항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역대 개막식 공동입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안게임 때까지 성사됐다.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 180명이 처음으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하는 순간, 관중석을 가득 메운 12만여명의 관중이 기립박수로 환대하던 장면은 올림픽 역사에 남은 사건이었다. 이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등에서도 지구촌에 감동을 선사했다. 남북은 당시 아리랑 음악에 맞춰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하면서 서로 하나가 된 모습을 세계인에게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에는 남북관계 악화 탓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선수단 규모 북한의 평창올림픽 선수단 규모는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방문 중인 장웅 북한 아이오시 위원과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의 회담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9일 현재 아이오시는 피겨 페어 렴대옥-김주식 짝의 평창올림픽 참가 신청을 추가로 받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이오시는 여기에 더해 쇼트트랙과 스키,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추가로 와일드카드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쇼트트랙 선수인 김은혁과 최은성은 이번 시즌까지 월드컵에 출전했고, 크로스컨트리나 알파인 스키 종목에서도 일부 선수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여부도 변수다. 다만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부족 등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른 나라에 견줘 실력은 크게 떨어지는 형편이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북한이 응원단, 예술단, 시범단 등 대규모 인원을 보내는 것은 선수단 구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평창 축제의 성공을 지원한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여름올림픽과 달리 북한이 내보낼 수 있는 선수들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오시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북한 선수들은 최소 10명 이상 올림픽 대표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 단일팀 가능성 남북 단일팀 가능 종목은 단체 운동 가운데 여자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의 단체전 이벤트가 꼽힌다. 여자아이스하키에 북한 선수 3~7명이 합류한다면 팀 엔트리는 25~29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이오시가 대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다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게임 엔트리)는 22명이어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발생할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은 남녀싱글, 아이스댄스, 페어 등 4개 부문에 나설 한국 선수가 거의 확정된 상태다. 만약 북한의 페어 종목 렴대옥-김주식 짝이 들어와 남북 단일팀을 만든다면 국내 페어 올림픽 출전 후보인 김규은-감강찬 짝이 희생해야 한다. 단일팀의 국적을 어디로 하느냐도 문제다. 아이스하키나 빙상계 전문가들의 생각은 많이 갈린다. 일부에선 남한 선수의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남북의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한 팀이 된다면 엄청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아이스하키는 단체경기라 피겨 페어보다는 단일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태권도 시범단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6월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많은 묘기와 감동을 선사했던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 파견도 제안했다. 북한 주도 시범단은 2007년 4월 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협회가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해 서울과 춘천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했다. 지난해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 공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성사된 남북 스포츠 교류로 더욱 주목을 끌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 국제올림픽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까지 참석했고, 9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남쪽 시범단이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남쪽 시범단 공연은 무산됐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주도하는 두 태권도단체의 합동 시범공연이 성사된다면 지구촌에 남북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감동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응원단에 예술단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대표단 파견 용의 발언 때 응원단 파견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런데 북한은 한술 더 떠 예술단 파견까지 거론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쪽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응원단은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선수단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첫선을 보인 여성응원단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예술인을 포함해 288명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나이키 브랜드가 새겨진 하얀 모자를 쓰고 인공기를 흔들며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만경봉호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에 머물렀으며, 저녁 공연을 통해 부산 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여성응원단은 또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306명)와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124명)에도 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한 응원단 파견이 다시 관심을 끌었지만 숙소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다가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국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남북 공동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 등의 펼침막을 내걸고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면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장면도 종종 눈에 띄었다.
김경무 선임기자, 김창금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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