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기록물 기술의 원칙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팁을 풀어서 알려드리는 팁카이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1. 기록물 기술이란? 팁카이브 4편에서 기록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맥락’을 소개했습니다. 맥락은 기록뿐만 아니라 기록이 만들어진 환경, 배경, 업무, 활동, 이야기를 포함하는 정보입니다.(팁카이브 4편 다시보기) 기록물 기술(記述, description)은 맥락을 형성하는 중요한 업무로, 기록물이 가진 정보를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작성하는 일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기록물을 설명해 주는 여러 정보를 잘 적어두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번 팁카이브 시간에는 잊지 말아야 할 을 살펴보겠습니다. 2. 기술이 필요한 이유 ‘기록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설명을 꼭 덧붙여야 할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기록물 기술은 두 가지 이유로 꼭 필요합니다. 첫째, 기록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록이 생산된 배경, 즉 이 기록물이 어떤 업무에서 생산되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모여서 맥락이 탄생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서 기록이 만들어진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설명해 주는 정보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맥락을 풍부하게 남겨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록물 검색이 용이해집니다. 일단 기록이 잘 기술되어 있으면, 찾으려는 기록을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기 쉬워집니다. ‘kakaotalk-03-00837123’이라는 파일명이 붙은 사진보다는 ‘2024년 7월 18일 아카이브 전시 오픈 행사 전경’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을 검색해서 찾는 게 더 쉬운 것처럼요. 또, 찾고 싶은 기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에도 도움이 됩니다. 기록물의 제목을 모르더라도 업무별로 정리된 분류체계를 탐색해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물을 기술하는 것은 향후 이용자가 아카이브를 잘 활용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국가기록원 기록물 기술 규칙에서는 기록물 기술이 소장 기록물에 대한 최상의 검색도구를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출처: 국가기록원, 기록물 기술규칙 1p, 서문) 3. 기록물 기술의 원칙 기록물을 기술할 때 꼭 지켜야 하는 원칙 세가지가 있습니다. (원칙1) 최소한의 맥락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가 있어야 한다 맥락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기록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예시 사진을 함께 보실까요? 상동광업소 수갱 준공식 (출처:영월아카이브) 이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모여있는 사람들, 휘날리는 태극기와 쓰인 글씨를 보고 장소와 일시, 내용을 추측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진은 1970년 6월 24일 강원도 영월 상동 광업소에서 열린 수갱(竪坑) 준공식 모습입니다. 1966년 5월 수갱(竪坑) 기공식 이후 1967년 9월부터 1969년 7월까지의 굴하공사를 통해 완성된 수갱으로 하부 14개 갱도에서 캐낸 광석의 운송 체계가 확립되었고, 다량 처리 체계를 갖추는 토대와 안전 조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수갱개발에 소요된 총투자액은 9억 2천 62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영월아카이브에서 제공한 기록물의 설명 덕분에 우리는 이 기록물의 장소, 일시, 배경 등의 상세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또 영월아카이브에서 제공하는 분류 정보를 통해 영월의 경제·산업, 산업화 시기의 맥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업무 중에 회의록을 작성할 때에도 제목을 ‘회의록’이라고만 작성한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진행된 회의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2023년 정기총회 회의록’, ‘2024년 제1회 인사위원회 회의록’과 같이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있다면 필요한 업무 혹은 시기별로 잘 찾아낼 수 있습니다. (원칙2)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 용어, 단위/형식, 제목의 통일 기록물을 설명할 때는 통일성이 있어야 합니다. 용어, 단위/형식, 제목의 통일이 있어야 일관성을 갖추고 기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용어나 방식으로 기술한다면, 나중에는 정보의 왜곡이 발생할 소지가 있거나 검색이 어렵게 됩니다. 특히, 줄임말이나 이니셜만 써서 기록물을 기술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생산자나 소장처 명에 ‘한여재’, ‘여성재단’, ‘WF’ 등으로 다양하게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여성재단’이라는 정식 용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동일한 규칙을 가지고 정리한다면 담당자 또는 업무가 바뀌어도 맥락이 훼손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록물의 일관적인 기술을 돕기 위해서 기록물 기술에 관한 표준( ISAD(G), RiC(Records in Contexts) 등)도 존재합니다. 이런 표준은 국제표준으로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여러 연구자가 다양한 사례와 관점을 종합해 만든 표준이기 때문에 참고하기 좋습니다. 표준을 그대로 준용하기 어렵다면 우리 조직의 업무 환경에 맞춘 규칙을 설정해도 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OOO단체 기록물 기술 규칙 1. 생산일자 - 숫자형식은 아라비아 형식으로 통일 - 연월일을 yyyymmdd 순서로 기입 - 기간을 나타내는 경우 하이픈(-)을 표시하여 기술 - 정확한 날짜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 ‘미상’으로 표기 위와 같은 기술 규칙을 따라 기록물의 생산일자를 표기할 경우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산일자: 20240718 - 20240719 (원칙3) 객관적인 사실을 작성해야 한다 기록물을 기술할 때는 느낀 점 혹은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즉, 객관적인 사실을 작성해야 합니다. 기술을 통해 기록물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느낀 점을 쓰는 사례는 주로 기록물에 대한 정보 전체를 묘사해 서술하는 ‘범위와 내용’에 기술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아래는 하나의 기록물에 대해 감상과 객관적 사실, 두 가지를 서술한 사례입니다. 기록물 제목: “김00이 당신께”(1999년 12월 20일 옥중편지 답신) 기술 사례 1. (감상) 지난 밤 흐르는 빗속에서 이 편지를 읽고서, 원 없이 함께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하고 쓴 김00의 애절한 편지 속에 그들이 함께 한 나날을 그리며 덧없는 세월을 보낸다. 아! 그리운 당신이여. 김00은 결국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야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고 말았구나. 기술 사례 2. (객관적 사실) 이 편지는 김00이 남편인 박00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던 1990년대 말 쓴 편지이다. 편지 전면에는 가을에 말린 붉은 단풍 낙엽을 한 장 정성껏 붙여 두었다. 오른쪽 상단 인장을 살펴보면 1999년 12월 20일 이 편지가 서울구치소에서 검열을 마치고 박00에게 전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겨울 밤 아내로서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남편에게 전하며 힘든 수감생활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후략) 사례 1과 2의 차이가 명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례 1보다는 사례 2에서 기록물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정보도 더 많이 찾을 수 있지요. 이 두 가지 차이점은 ‘아키비스트’로서 기록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콘텐츠 제작자’로서 기록물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같습니다. ‘아키비스트’는 기록물을 기술할 때 이 기록물의 활용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만약 위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 알고싶은 사람이 이 기록물을 검색하려고 한다면, 감상문에 있는 몇 가지 단어로는 기록물을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기록물을 검색해 본다고 하더라도, 수 장의 편지글을 모두 읽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한눈에 파악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기술정보를 읽더라도 해당 기록물이 어떤 기록물인지를 알 수 있는 ‘친절한’ 정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콘텐츠 제작자’는 기록물이나 여러 자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따라서 기록물 한 건을 기술할 때보다는 기록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 때 스토리텔링을 잘 풀기 위한 장치로서 감수성을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록물 기술의 필요성과 원칙에 대해서 잘 이해가 되었나요? 기술은 흩어져 있는 기록물의 정보를 한데 모으고, 아카이브 안에서 기록이 잘 남겨지고(등록), 잘 찾아지고(검색), 결국 잘 활용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가장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의 원칙과 규칙은 무엇일지, 또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언제든 아카이브센터의 문을 두드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