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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리] 고향의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
최지은
게시일 2022.02.11  | 최종수정일 2022.03.29

고향의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

 
구 술 자 : 이성겸(1968년생)
면 담 일 : 2021년 12월 2일(목)
면 담 자 : 고재봉
면담장소 : 백령면옥

✍ 고향
면담자 : 백령면옥이라는 가게가 지금 몇 년 정도 됐죠?
구술자 : 2004년 4월에 시작했으니 지금 19년 정도 됐죠.

 

면담자 : 사장님 고향이 어디 신가요?
구술자 : 고향은 백령도에요.

면담자 : 백령도에 언제까지 계셨어요?
구술자 : 86년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기는 지원을 하지 않으면 해병대랑 같이 근무하는 지역방위를 들어가서 88년도 11월에 제대하고 바로 나왔죠.

면담자 : 그리고 인천으로 오신 건가요? 그러면 이 가게를 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구술자 : 부평막국수라고 부평에 외삼촌이 한 50년 정도 하고 계세요. 옛날에 너무너무 잘 됐죠. 제가 냉면도 좋아했고 한번 해볼까 하다가 거기 가서 3년 배워서 준비해서 시작했어요.

면담자 : 그러면 외삼촌도 원래 백령도에 계속 계셨던 건가요?
구술자 : 그렇죠.

면담자 : 제가 다니다 보니깐 백령도를 내세워서 냉면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 중에는 황해도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연고가 황해도분이랑은 관련이 없으신 거죠?
구술자 : 그렇죠. 백령도 냉면이 백령도 자체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북한에서 건너와서 백령도에서 백령도 스타일로 만들어진 거죠.

 

면담자 : 말씀을 들어보면 그런 거 같아요. 황해도분들이 많이들 오셔서 백령도에서 시작하셨다 그래요.
구술자 : 북한식이라 보시면 돼요. 그게 옛날 초반에는 돼지 뼈로 했어요. 하다가 소가 흔해지면서 소뼈로 바뀐 거죠. 돼지 뼈도 은근히 괜찮거든요.



✍ 백령도 메밀
면담자 : 백령도 하면은 백령도 메밀 많이 나나요?
구술자 : 그렇죠. 메밀이 거의 멸종위기까지 갔었죠. 그러다가 군청에서 봉평메밀지원사업을 해요. 메밀을 심으면 평당 3천 원인가 농민들한테 그렇게 지원을 해줘요. 한 10년 좀 안 됐나? 백령도 종자는 작아요.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아서 다시 부활을 시킨 거죠. 백령도 메밀이 다른 메밀에 비해 좋은 게 찰지고 향이 찐해요.

면담자 :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게 저희 할머니가 황해도 연백분이시라 냉면을 만드셨는데 늘 백령도 메밀 말씀하셨거든요. 왜냐면 유일하게 이북 냉면에 제일 흡사했기 때문에 국수로 가치를 낼 수 있는 게 한국에선 백령도 냉면밖에 없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면 여기서도 백령도 메밀을 가져다가 사용하시는 건가요?
구술자 : 네.

면담자 : 백령도 메밀 수급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구술자 : 백령도 농협에서 농민들 거 수매를 해요. 지원사업을 다 해주고 백령도에서 냉면 장 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다 팔고 남으면 제가 많이 나올 때는 800가마 40킬로짜리 그 정도면 충분히 쓰고도 남죠. 안 나올 때는 중복 때쯤에 비가 많이 오잖아요. 그때는 메밀이 다 녹아요. 아예 수확이 안 되는 해도 있죠. 많이 나오는 해에 많이 해놨다가 수확이 안 되면 그걸 쓰는 거죠. 메밀은 껍질만 안 벗기면 몇 년을 나눠도 안 변해요.

면담자 : 요즘에 서울에서는 평양냉면이라고 하면서 아주 요란하잖아요. 상대적으로 황해도식이라고 해야되나 백령도식이라고 해야되나, 평양냉면에 비해 덜 알려졌어요. 사실 메밀의 품질이라든지 이런 쪽에서 압도적인데요. 그런 점은 조금 안타까운 것 같아요. 
구술자 :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다행인 게 김종국이 백령도 냉면 했었잖아요. 그러면서 백령도 냉면이 하나의 함흥냉면, 낙곱새라고 그러나? 그런 것처럼 하나의 쪽으로 자리를 잡았던 거죠.

 


✍ 액젓
면담자 : 저는 개인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늘 서울에서 원조 논쟁 때문에 어떻게 먹어야지 원조다, 이런 식으로 까탈스럽게 따지는데, 다 고유한 색깔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오면 다른 집하고 다르잖아요. 이 액젓은 어떻게 쓰이기 시작한 것이죠?
구술자 : 원래는 간장이었어요. 우리 어릴 때는 뜨거운 물도 간장을 넣어서 먹고 그러다가 까나리 액젓이 어업이 발전하니까 까나리 액젓이 흔해졌잖아요. 까나리 액젓이 간장보다 훨씬 맛있거든요. 그러면서 넣어 먹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처음에 나오는 뜨거운 물 있잖아요. 그것도 싱겁잖아요. 그거를 간을 맞추기 위해서 넣었고, 평양식 냉면이 싱겁잖아요. 그래서 그것도 간을 맞추기 위해서 액젓을 조금 넣으면 맛있어지기 시작한 거죠.

 

면담자 : 저희 집에서도 간장을 넣어서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면 이 까나리 액젓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언제쯤부터일까요?
구술자 : 까나리 액젓을 쓰기 시작한 지는 대충 15년 되었죠. 15년이 아니구나. 우리가 19년이 되었는데 오픈하기 전에도 까나리 액젓을 넣어서 먹기 시작했으니까, 얼추 20년 되었겠네요.

면담자 : 사실은 어떤 방송을 보니까 백령도에서는 고기가 없었으니까 까나리를 썼다는 식으로 이용이 되더라고요. 사실은 그런 거는 아니죠? 제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구술자 : 얼마 전에 대통령이 백령도에 들어와서 짠짠지 그것도 완전히 설정이거든요.

면담자 : 사실은 그것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조금 논리적으로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구술자 : 그러니까 평양에는 이렇게 정리하면 돼요. 녹두가 싱겁잖아요. 그러니까 자극적인 고명이 올라가면 평양냉면이 아니에요. 어떤 집은 깨를 갈아서 같이 줘요. 평양냉면은 약간 밍밍한 맛, 강하지 않은 맛 이게 매력인데 깨를 갈아서 넣어버리면 구수한 맛이 강해지지요. 그리고 짠짠지를 넣으면 이건 뭐…. 그런데 원래 정통 안에서 발전시켜야 하는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그러니까 옳지 않은 거죠. 그래도 우리는 녹두도 옛날 평양식으로 100% 녹두로만 하는 거예요. 힘들어도 불려서 껍질을 다 벗기고 그래야지 옛날 맛이거든요. 100% 녹두로 하면 식어도 맛있어요. 옛날에 잔치하면 기억나시잖아요. 이런 소쿠리에다가 빈대떡 해놓고 쌓아놓잖아요. 그러다가 손님 오면 데워주잖아요. 그럼 맛있잖아요. 100% 녹두로만 하면 그 맛이 나요. 그런데 찹쌀을 섞는다던가 이러면 맛이 없지. 그런데 녹두로만 하면 힘들어. 짤 때 찰기가 없죠. 그래서 뭐 이것저것 하는 거죠.

면담자 : 그러면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한다거나 그러면 어떤 다른 매력이 있을까요?
구술자 : 그렇게 해 먹으면 희한하게 까나리 액젓이 시원한 맛이 나요. 그래서 저희는 무 김치에도 까나리 액젓을 넣어요. 그러면 시원한 맛이 나요. 백령도는 100% 까나리 액젓으로만 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지방은 까나리를 잡으면 잡어랑 섞여서 잡히잖아요. 그러니까 다 같이 해요.

면담자 : 백령도가 까나리가 많이 나잖아요.
구술자 : 백령도는 다 골라내요. 100% 까나리로 하니까 깔끔하죠. 하고 걸러서 멸치액젓은 건더기가 떠 있잖아요. 백령도는 빼서 한 한 달을 쟁여 놓으면 싹 가라앉거든요. 위의 것만 하기 때문에 간장처럼 그렇게 맑은 거예요. 맛이 깔끔하죠.



✍ 육수와 면
면담자 : 음식 이야기를 하면 냉면집들은 우리 집은 육수를 어떻게 내놓는다. 면을 어떻게 내놓는다며 다들 자랑을 하잖아요. 사장님이 생각하실 적에 백령면옥에서 육수랑 면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게 있으실까요?
구술자 : 저는 딱 고집하는 그런 것보다 평양냉면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잖아요. 제가 지금 계속 개발하는 거는 누구나 먹어도 평양냉면이 “어? 괜찮네?” 이렇게 변화하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는 메밀이 많이 들어가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메밀이 들어간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 대신에 뚝뚝하지 않잖아요. 그게 이제 저희 노하우죠. 그러니까 약간의 차이도 가지고 있으면서 향이 진한 그런 면을 개발하고 싶은 거죠. 평양냉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육수 때문도 있지만, 뚝뚝한 면 때문인 사람도 있어요. 우리 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약간 찰지거든. 그리고 면이 얇을수록 촉감이나 씹는 맛이 좋아요. 그런데 면이 두꺼우면 파스타처럼 뚝뚝하잖아요.

면담자 : 사실은 백령도 메밀이 향이 월등하니까 향을 유지하면서 식감을 찾을 수 있는 적정비율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구술자 : 이제는 강원도도 자꾸 껍질을 안 넣더라고. 그러니까 껍질이 있는 통 메밀은 세척 해야지, 건조기에 또 말려야지, 이렇잖아요. 그러니까 껍질 깐 거를 사다가 하면 그냥 방아만 하면 되니까 껍질을 자꾸 까는 거야. 그러다 보니까 구수한 맛은 껍질에서 나오거든요. 이게 10kg을 방아를 하면 6kg밖에 알맹이가 안 나와요. 아니면 껍질을 체로 치잖아요. 그럼 2kg 정도가 날아가요. 그럼 알맹이와 껍질의 중간 사이에 까만 영양분이 제일 많은데 그거를 안 쓰니까 이런 데는 쌀도 까맣지 않고 향도 안나요.

면담자 : 그러면 육수는 어떻게 하시나요?
구술자 : 육수는 처음에 저기서 배울 때는 한우가 너무 비싸잖아요. 그래서 유부라는 것으로 하다가 지금은 사장님이 “내가 싸게 줄 테니까 그냥 한번은 써라.” 해서 싸게 줬는데도 3배 정도 비쌌던 거예요. 그때부터 썼죠. 그런데 어느 순간에 한우 뼈가 빠지는 거예요. 그래서 쭉 쓰고 있죠.

 

면담자 : 그러면 지금은 한우 뼈를 쓰고 계세요?
구술자 : 네.

면담자 : 한우 뼈를 쓰면 굉장히 비싸지 않습니까?
구술자 : 그런데 요즘은 많이 싸졌습니다. 초창기에는 장난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면 유부가 3,000원이면 한우는 15,000원 이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유부가 3,000원이면 한우 5,000원이에요. 그만큼 한우가 많이 내렸어요.

면담자 : 그러면 고기 육수보다는 뼈로 만든 육수를 사용하시는거네요?
구술자 : 저희는 고기 육수는 안 들어가요.



✍ 짠지떡
면담자 : 아, 그렇습니까? 그것은 굉장히 특이하네요. 저는 여기서 짠지떡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어요. 그런데 너무 맛있게 먹었어서 이것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구술자 : 짠지떡은 원래 메밀도 초겨울에 수확하고 굴도 그때부터 나오잖아요. 그리고 김치도 그때부터 익어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겨울에 나오는 것들로 백령도에서 해 먹는 거예요. 그다음에 찐 다음에 들기름 발라요.

 

면담자 : 그런데 왜 들기름을 발라요?
구술자 : 우리는 식당이다 보니까 집에서 해 먹으면 김치를 조금밖에 안 짜요. 아마 팍 쉬었을 때 김치 물 있잖아요. 쭉 나와야 맛있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1시간씩 하면 안 되니까 우리는 더 짜죠. 그러니까 묵은김치하고 굴, 그리고 피는 찹쌀, 메밀하고 밀가루 조금 넣고 찐 다음에 들기름 쫙 발라요. 그런데 은근히 괜찮아요. 처음 드시는 분들도 “어? 괜찮네?”라고 하세요.

면담자 : 들어가는 굴이 아주 작더라고요.
구술자 : 백령도 굴들이 원래 조금 작아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자꾸 돌아가시니까 굴 쪼잖아요. 굴은 많은데 젊은 사람이 없으니까 자꾸 물량이 줄어요.

면담자 : 통영이나 이런 곳에서 오는 양식 굴들은 굉장히 큰데 백령도 굴은 작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구술자 : 옛날부터 유명했어요. 또 지역이 있어요. 백령도에 우리 동네 한이라는 북한 쪽 굴이 제일 맛있어요. 동쪽 굴은 맛있어요. 희한해. 이쪽 굴은 왜 맛있는가 했더니 물살이 세요. 거기는 물살이 세죠. 그래서 이쪽에서 굴 쪼러 많이 와요.

면담자 : 백령도 동쪽이 아니라 어느 쪽이 맛있다고요?
구술자 : 북한 쪽, 동쪽이죠. 서쪽 저쪽은 별로예요.

면담자 : 김치가 들어갔는데 짠지떡이라는 뜻이 뭘까요?
구술자 : 백령도는 김치를 짠지라고 해요. 여기서는 무를 짠지라고 하잖아요. 백령도에서는 그거를 짠짠지라고 합니다.

 

면담자 : 짠지는 짠짠지로 불리는군요.
구술자 : 백령도에서 재미있는 말 많아요.

면담자 : 백령도 고유의 음식이기도 하고 토속적인 음식이기도 하고 아주 맛있는 음식인데 조금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구술자 : 겨울부터 명절이 있잖아요. 크리스마스, 신정, 구정. 그때 꼭 한번은 해 먹어요. 꼭 만두는 하지만 저거는 꼭 하죠. 우리 다 모여서 큰 다라에다가 들기름을 한 병정도 부어요. 잘 버무려서 삥 둘러앉아서 먹는 음식이죠. 원래는 찌는데 물에 삶아야 해요. 물 안에 넣어서 삶으면 더 맛있어요. 그런데 여기 식당에서 삶으면 물이 떨어지잖아요. 들기름을 묻히고 지짐을 하니까 식당은 제일 낫죠. 삶으면 훨씬 맛있어요. 겨울 내내 해 먹는 음식이죠. 김치가 익으면 익을수록 더욱 맛있으니까 구정 때 먹는 짠지떡이 제일 맛있죠. 방학 때 자식들이 유학 나가서 공부하다가 여기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들어오자마자 엄마한테 짠지떡을 해달라고 그러죠. 옛날에는 냉장고도 없잖아요. 해놓고 뒤뜰에다가 바구니에 올려놓고 그러면 추우니까 상하지는 않거든요. 그렇게 많이 해 놓았다가 먹어요. 우리가 굴이 나올 때 시작을 해요. 그러면 짠지떡 먹고 싶어서 백령도 사람들이 다 그때부터 와요.

면담자 : 굴부터 김치까지 완벽하게 겨울 음식이네요.
구술자 : 들기름도 수확해서 딱 그때 나오는 거죠.



✍ 계절음식
면담자 : 사실 백령면옥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다 겨울 음식들인데, 여름이 그래도 손님이 더 많죠?
구술자 : 여름이 훨씬 많죠.

면담자 :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냉면을 여름 음식으로 알고 있죠.
구술자 :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어요. 메밀면이 시원하게 면도 찰지고 여름에 먹는 거랑 완전히 틀려. 그러니까 이게 제철 음식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어. 그래서 지금 서울에서 장사하시는 대표님이 12월 14일을 지금 냉면의 날로 정하는 캠페인을 하려고 지금 다 서명받고 한 40집인가? 현재 하고 있더라고.

면담자 : 예전에는 겨울냉면 게시라고 하면 겨울이 왔다고 설레는 느낌이 나고 그랬었죠. 홍보하실 적에 겨울에 냉면을 먹는 유명한 시가 있는데 그것을 활용해보시면 어떨까요? 객석의 국수라든지 냉면을 예찬하는 아주 멋있는 시가 있어요.
구술자 : 우리 가게에다가 하나 딱 해놓게 그것 좀 한번 보내주세요.

면담자 : 네, 광주에 되게 오래된 가게에서 걸어 놓았더라고요. 그게 참 보기가 좋더라고요. 그런데 이런데 벽에다 이런데다가 그 시의 한 구절을 이렇게 하면 겨울에 냉면을 먹는 멋이랄까?
구술자 :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그런 걸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자리도 잡았고 따로 온돌방 가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장작을 때워서 냉면 물을 데워서 그 물로 사용하잖아요. 그 쭉 연결된 방은 아주 절절 끓어요. 거기선 아무리 추워도 따뜻해요.

면담자 : 맞습니다. 그 시에도 그게 나옵니다. 마르고 쩔쩔 끓는 방에 시원한 냉면을 먹을 적에….
구술자 : 와이프하고도 옛날 생각하면서 꼭 온돌방을 한번 만들어 보자 했어요. 온돌방은 너무 뜨거우니까 장판이 새카맣게 다 타요. 옛날에는 가스 이런 게 없었으니까요.

면담자 : 선주후명같은 글씨도 하나 걸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구술자 : 아! 그것도 괜찮은데.

면담자 : 냉면이 자극적인 음식은 아니니까 소주를 한번 들이켜고 나서 냉면 국물을 먹으면 그것대로 아주 깊은 맛이 나요.
구술자 : 우리 백령도 사람들이 술을 많이 해요. 그럼 해장하러 냉면집을 가요. 해장하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한잔먹고 그래요.

 

면담자 : 저희 어머니도 저희 아버지 때문에 해장하려고 아침에 냉면을 하셨어요.
구술자 : 희한하게 해장이 되는 냉면이 백령도 냉면이죠.

면담자 : 맞아요. 술하고 궁합이 잘 맞아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요.



✍ 어려웠던 점과 보람 있었던 일
면담자 : 제가 궁금한 점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얼추 여쭤봤는데요. 혹시 말씀해주시고 싶으시거나 가게를 하시면서 조금 어려웠던 점이나 혹은 힘들었던 점이나 보람 있었던 것들을 혹시 들을 수 있을까요?
구술자 : 힘든 거 보다도 보람은 그거에요. 어르신들이 고향에 갈 수는 없고 고향과 고향의 맛은 그립고 해서 여기 와서 드시면서 풀고 가실 때 보면 ‘아, 내가 대충해서는 안 되겠구나!, 내가 편하려고 자꾸 편법을 쓰면 안 되겠구나!’ 제 나름대로 다짐을 하죠. 그 약속을 지키려고 그래도 방아를 직접 하는 이유가 그거에요. 사다 하면 편하긴 편해요. 그런데 이제 그 맛이 안 납니다.

면담자 : 인천이 유독 실업민이 많기 때문이죠.
구술자 : 너무 많아요. 한번은 우리 할아버지가 백령도에서 정리소를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옛날에 피난민들이 나오면 갈 데가 없으니까 우리 할아버지가 정리소에서 다 생활하고 주무시면서 쌀이랑 여유가 있으니까 이렇게 해드렸었나 봐요. 그런데 어느 날 손님들과 얘기하다가 백령도라고 하니까 “너, 백령도 누구 아냐?”라고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 인 거예요. “그분 우리 할아버지인데요.” 하니까 그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랐죠. ‘내가 장사가 잘 되는 게 우리 할아버지의 덕을 내가 보고 있는 거구나.’ 그러니까 옛날에 가 많이 베풀고 잘 살면 자손들이 잘된다는 그런 말이 있잖아요. 그것을 내가 느껴보니까 할아버지한테 너무 감사하죠.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저는 편법을 쓰지 않고 북한 기본방법을 가지고 가는 최고의 냉면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누가 먹어도 “어! 괜찮네”하고 건강식 같은 냉면. 그래서 제가 지금 계획하는 것은 나물이랑 같이 싸 먹는 평양냉면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나물 메뉴는 따로 있는 거죠. 나름대로 이제 준비는 하고 있죠.

면담자 : 저는 사장님보다 냉면을 조금 덜 먹어봤겠지만 평양냉면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 근처에 있는 실향민이라고 했을 적에는 황해도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가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늘 원조 논란이 있을 적마다 저는 늘 못마땅한 게 서울에 있는 평양냉면을 기준으로 설명을 하려고 해서 어떻게 먹어야지, 식초도 뿌리면 안 되고 아주 피곤하게들 요구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실은 전부 거짓말이라는 게 이번에 은유가 되어서 자기들은 그렇게 먹지 않는다고 하니까. 저도 할머니한테 예전에 들을 적에는 황해도나 개성 쪽이 예전부터 물산이 풍부하고 장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음식이 아주 유명하고 화려했다는 그런 기록들도 이력을 얼추 들었었어요.
구술자 : 괜찮은데, 그렇죠? 저도 모르게 평양냉면이라고 해요.

면담자 : 네, 이게 어느 순간인가 사람들이 평양냉면이라고 부르게 됐죠. 사실 백령도라고 하면 지역상 특성이 북한하고 제일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명백하고 명확해서 사실 원조에 더 가깝다고 하면 백령도가 지리적으로나 메밀의 저기를 봤을 적에 가지고 있는 우수성이 있죠.
구술자 : 냉면 시는 꼭 보내주세요.

면담자 : 아마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라 글에 인용할 것 같아요. 사실 냉면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소주부터 한잔한다는 말이 있죠. 사실 그것도 하나의 문화인 것 같아요. 그거를 즐기면서 멋스럽게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식을 더 사랑할 수 있고요.
구술자 : 오늘도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많은 것을 배우네요.



✍ 맺는말
면담자 : 저도 이렇게 좋은 말씀을 들었는데요. 외에 더 특별한 말씀 해주실 게 있으실까요?
구술자 : 특별한 거는 우리가 내년에 송도에다가 2호점을 하나 직영으로 준비해요. 거기는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하고 백령도 두 테마를 가지고 해요. 메밀은 백령도 거 쓰고 있고 제주도에는 흑우가 있잖아요. 흑우 뼈와 흑우가 많이 나오지 않아요. 흑우 뼈와 제주도 한우 뼈를 거기서 공수를 받아서 제주도와 백령도가 하나가 되어서 나오는 냉면이죠. 제가 원래 제주도에서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조카가 거기서 먼저 오픈을 했어요. 내가 또 거기로 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인천에서 그 테마를 가지고 해보자 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면담자 : 그것도 아주 의미 있는 음식일 것 같네요.
구술자 : 이름도 재미있게 해놓았어요. 백제 냉면. 그러니까 재미있게 생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진행을 해보면 진짜 재미있어요. 이것으로 돈을 벌어야지 이런 생각보다 조금 재미있게 하면 장사도 재미있게 해요.

면담자 : 백령면옥이야 장사도 잘되잖아요. 유명하기도 하고요.
구술자 : 그런데 그냥 이런 냉면집이 아닌 무언가 백령면옥을 가면 조금 내용도 있고 이야기도 있는 그런 식당으로 남기고 싶더라고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야, 거기 한번 가보자, 온돌에서 냉면 먹어봤어?” 그런 거 있잖아요.

면담자 : 그거는 아주 좋은 테마인 것 같습니다. 원래 방은 뜨겁게 해놓고서 창문을 활짝 열어 아주 시원한 냉면을 소주랑 같이 먹는 거죠.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