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2.06.16
[매일경제] 김치찌개 3000원, 공기밥 무한리필…한 사회적기업이 차린 따뜻한 한끼
이지원
게시일 2022.06.29  | 최종수정일 2022.06.29

KT 희망나눔인상에 '청년문간'

굶주려 숨진 청년 소식에 충격
5년 전 이문수 신부가 설립
무료급식소 주저하는 이들에
원가보다 싼 값으로 한끼 제공

'유재석 5천만원' 등
각계 기부로 사업 이어가



"'김치찌개 3000원·공기밥 무한리필'은 5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나눔이 있어 가능했죠."

사회적 기업 '청년문간' 설립자인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사진)의 수상 소감은 시작도, 마지막도 이 사회에 대한 감사였다.

KT그룹희망나눔재단은 올해 첫 '희망나눔인상' 수상자로 지난 5년간 청년들에게 따뜻한 김치찌개를 나눠온 '청년문간'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청년문간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굶주림 끝에 세상을 떠난 고시원 청년 얘기를 들은 이 신부가 설립한 곳으로, 대학가에서 한 끼 3000원에 김치찌개를 판매하고 있다.

재단 측은 청년문간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운영 적자를 겪어왔음에도 나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음식 나눔뿐만 아니라 연탄 나눔, 공연 나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이 신부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음에도 노숙인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청년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드는 '문간지기'로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처음 준비할 때는 전문 주방장님이 계시고 저는 청소와 서빙을 맡았죠. 청년문간 활동에 공감한 젊은 분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르바이트와 봉사 활동으로 저희를 도왔던 청년들이 이제는 직장인이 돼 기부자로 활동하고 있죠."

지난해에는 방송인 유재석 씨가 5000만원을 기부해 청년문간 활동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올해 KT그룹희망나눔재단 '희망나눔인상'을 수상하며 하반기 운영에 큰 힘을 얻게 됐다. 이 신부는 "재단의 도움으로 청년문간이 앞으로 나눔 활동을 더 확대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국 모든 청년이 희망과 나눔을 함께하는 통합 커뮤니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청년들의 허기를 채워준 나눔의 장소에 왜 '문간'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였는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문간'은 대문 곁 본관을 뜻하죠. 사랑방처럼 먹고 나누며 친교를 나누고. 그런 의미가 좋더군요. 청년들이 일하다 쉬고 싶을 때, 또 놀고 싶을 때 찾는 문간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 신부는 긴 시간 동안 김치찌개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돼지고기 비계에서 기름을 내 그것으로 김치를 볶고 육수를 따로 끓였다"며 "맛도 유행에 따라 변하듯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김치를 볶고 육수를 낼 때도 양파·대파·무 등 채소 위주로 바꿨다"고 귀띔했다. 이 신부는 "청년문간이 만드는 김치찌개는 나눔이 커질수록 맛이 더 풍성해진다"며 "덕분에 전에는 일반 햄을 넣었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스팸'으로 바꿨다. 청년문간의 맛 비결은 바로 사회의 따뜻한 나눔"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T그룹희망나눔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문간의 뒤를 이을 후속 희망나눔인상 추천을 받는다. 재단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웃과 따뜻한 희망을 나눠온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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