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2-06-08
[한겨레] 가톨릭 청년밥상문간과 흥천사의 아름다운 나눔
이지원
게시일 2022.06.29  | 최종수정일 2022.06.29

“쌀 바닥” 호소에 종교 벽 넘어 응답
서울 성북구 돈암동 흥천사에서 주지 각밀 스님이 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신부에서 쌀을 전달하고 있다. 성북구청 제공
서울 성북구 돈암동 흥천사에서 주지 각밀 스님이 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신부에서 쌀을 전달하고 있다. 성북구청 제공

서울 성북구 관내 가톨릭 봉사단체를 운영하는 신부와 불교 사찰 간에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엔 가난한 청년들을 위해 2017년 12월에 문을 연 청년밥상문간(이하 문간)이 있다. 가톨릭 글라렛선교수도회 소속 이문수 신부가 가난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3000원에 김치찌개를 팔며 공깃밥을 무한리필해주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지난 4월 말 문간의 쌀이 거의 떨어져 가자 이 신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소식을 올렸다. 그러자 같은 성북구 관내 돈암동 흥천사에서 연락이 왔다. 쌀을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신부는 지난달 13일 흥천사에 가서 주지 각밀 스님으로부터 10㎏짜리 쌀 10포대를 받아와 문간의 쌀독을 채울 수 있었다. 흥천사가 종교의 경계를 넘어 문간에 도움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문간의 쌀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회주 금곡 스님이 쌀 100㎏을 보내주었다.

이 신부는 “그동안 멀리서 찾아와 후원금을 건네준 스님이 세 분이나 있었고, 개신교 목사와 장로, 권사 등도 와서 후원을 자주 해주어서 이웃 종교인의 도움이 생소하지 않았지만, 흥천사 스님들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유 퀴즈 온 더 블럭>(tvN)에 출연한 이후 문간엔 쌀과 후원금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쌀을 오래 두면 묵은쌀이 되기 때문에 이 신부는 문간에서 소비될 분량만 남기고 인근 보육원과 그룹홈에 나눠주는데, 방송된 지 1년이 넘어서면서 쌀 후원이 줄어든 차에 사찰 공양미를 받아 급식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간은 정릉 1호점 이외에도 지난해 6월 신촌 이화여대 앞에 2호점을 냈고, 지난달 초엔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부근에 3호점을 냈다. 매일 점심과 저녁에 한 식당당 150명 이상이 식사를 해, 3호점에서만 20㎏짜리 쌀 3포대가 필요하다.

이 신부도 종교 간 벽을 넘어 나눔을 이어갔다. 서울 탑골공원 옆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가 치솟는 물가로 인해 매일 400인분을 나누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50만원을 전달했다.

이 신부는 “요즘 물가가 치솟고 밥값도 올라 취약계층 청년들이 문간에 오면 밥을 한 공기만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배고픈 청년들을 위해 종교를 넘어 사랑과 자비의 나눔을 함께해서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오는 13일 흥천사 법회에 참석해 자비 나눔의 우의에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https://www.hani.co.kr/arti/well/news/10462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