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2.04.13
[MoneyS] 기도하는 신부가 ‘밥주걱’을 들었다…청년밥상문간 사장 이문수 신부
이지원
게시일 2022.06.29  | 최종수정일 2022.06.29
선한 인상의 동네 아저씨가 청년들에게 밥을 듬뿍 퍼주는 식당이 있다. 점심 한 끼에 1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시대에도 이곳은 김치찌개 단일 메뉴를 단돈 3000원에 판다. 양이 안 차면 계속해서 밥을 더 퍼먹을 수 있다. 보는 사람은 “이러다 식당 거덜 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청년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 만 봐도 그저 뿌듯하다고 웃는다. 청년들을 향해 언제나 문을 활짝 여는 식당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는 이문수 신부의 이야기다. 그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배불리 밥 먹고 힘냈으면 좋겠다”며 기꺼이 주걱을 들었다.

굶주린 고시원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이 신부는 평범한 가톨릭 신부였다. 그가 식당을 열고 장사에 뛰어든 이유는 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서다.

“2015년 여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청년이 굶주림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청년들이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청년밥상문간을 열게 됐습니다.”

그의 말처럼 청년밥상문간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편하게 밥 먹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게 된 식당이다. 그는 2017년 12월부터 서울 성북구 소재 정릉시장에서 청년밥상문간의 영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6월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2호점을 열고 더 많은 청년들을 위해 주걱을 들고 있다.

처음에는 이 신부가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고 식당 청소 등 요리 외의 모든 일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져 식당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년들에게 맛있게 밥을 주고 싶은 그의 뜻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청년밥상문간은 각계각층의 응원과 후원도 늘었다.

이 신부는 “처음에는 식당 운영만 했는데 현재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며 뿌듯해 했다.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이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스스로 주걱을 들었다. /사진=청년밥상문간

“청년들에게 왜 밥을 주는지 늘 되새긴다”
이 신부는 많은 이들의 응원과 후원으로 청년밥상문간이 커져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내가 왜 청년들에게 밥을 주는지 잊지 말자”며 항상 스스로를 다독인다. 자신의 생업을 위해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청년들이 걱정 없이 밥 먹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그저 저의 소박한 활동이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의 샘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 신부는 누군가 자신들을 응원하고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사실이 그들이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을 때 병아리 눈물만큼의 희망과 용기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마치 기성세대 이문수가 청년 이문수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이지 않을까요”라며 청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퍼주는 낙으로 사는 그에게도 청년시절 큰 위기가 세 번 있었다. 그는 “재수에 삼수까지 하면서 심리적으로 늘 불안하고 예민했던 시절이 있었고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만난 다른 수도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스페인 유학시절에는 생각대로 공부가 되지 않아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며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마음에 공부를 접고 귀국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 잡았다”고 했다.
 
이문수 신부는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며 청년들에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싸게 대접한다. /사진=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신부는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며 청년들에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싸게 대접한다. /사진=청년밥상문간

“전국에 150호점까지 내고 싶어요”
그는 청년들에게 아낌없이 밥을 퍼주고 있지만 오히려 멋진 청년들을 많이 만나 자신이 더 행복해졌다고 미소 짓는다.

이 신부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그분들의 큰 후원과 감사한 마음을 다시 청년들에게 잘 전해드리는 것이 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의 응원과 마음을 받아서 하는 일이니만큼 실망을 드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늘 몸가짐을 조심하고 있다”며 “시작할 때는 그저 청년들을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작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많은 분들의 동참으로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이 된 것 같아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릴 적 평범한 개구쟁이였다고 회상한다. 살던 곳이 서울 인왕산 아래 사직동이어서 방과 후에는 항상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오징어게임 등을 하거나 산에서 뛰어 놀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고 했다. 평범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로봇·기계 등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꿨지만 현재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180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시대의 지친 청년들의 일상에 작은 위로와 힘이 되겠다며 스스로 주걱을 든 그는 청년들을 위해 평범하지 않은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이 신부는 “종교적인 이유로 예수를 닮은 사람이 되는 것이 기본적인 저의 바람이지만 한 인간인 나로서는 늘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청년들을 위해서는 청년밥상문간 식당을 더 많은 곳에 만들고 싶다. 전국에 150호점까지 늘려 청년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 더 아낌없이 퍼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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