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2-04-30
[mbc뉴스 통일전망대]김치찌개집 '청년문간'의 평화영화제
이지원
게시일 2022.06.29  | 최종수정일 2022.06.29

김필국 앵커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의 밥상을 책임지겠다며 만든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청년문간이라는 이름의 김치찌개집인데요.

이곳에서 최근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고 합니다.


차미연 앵커

정부와 함께 평화를 주제로 한 청년들의 영화제를 개최한 건데요.

모두 6편의 단편영화가 만들어져 공개됐다고 합니다.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시장 한복판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식당.

청년들이 맘껏 드나드는 문간이 되겠다는 취지로 문을 연 곳인데요.

[이문수/청년문간 이사장(신부)]
"세상과 청년들 중간에서 청년들이 와서 쉬고 놀고 먹고 다시 힘내서 세상에 나아가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아서"

메뉴는 1년 365일 김치찌개 하나지만, 단돈 3천원으로 양껏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 인근 대학생과 주민들에게 인기입니다.

[이형찬/대학생]
"엄청 많이 오던데요. 점심에 자리 없어가지고 못먹을 때도 있어요. (여기요?) 네."

식사 뒤엔 자발적 후원금 1천원으로 커피와 함께 탁 트인 옥상카페도 이용할 수 있는 청년들의 문간.

고시원에서 살던 한 청년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한 신부와 수녀님들이 주변의 뜻을 모아 2017년말에 만든 곳인데요.

성원에 힘입어 지금은 서울의 다른 대학가에 2호점과 3호점을 냈고, 4호점도 계획중입니다.

[이문수/청년문간 이사장(신부)]
"처음에 시작했을때는 확신은 들지 않더라고요. 더더군다나 천주교 신부가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도 좀 생소하고 그런데 와서 이용해주시는 많은 청년분들이 오히려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위로해주셔가지고 아 하기를 잘 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발하며 청년문화사업에도 뛰어들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지난주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곳에서 잠시후 청년문간이 통일부와 함께 준비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제가 펼쳐진다는데요. 어떤 모습인지 함께 들어가보시죠."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감독 6명이 지난 두달간 현직 영화감독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단편영화들.

불이 꺼지고, 영화제 막을 올린 첫 번째 상영작에선 탈북한지 얼마 안돼 남한생활이 익숙지 않은 여성 한명이 등장합니다.

"저, 이 안에 미역이 들어 있습니까?"
(거기 써 있는 것 보세요)

엄마가 끓여주던 미역국과 북한식 두부밥으로 외로이 자신의 생일상을 준비하며 북한에 있는 부모님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냈습니다.

[이하린/'가깝지만 멀리서' 배우]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돌아가셔도 슬프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슬프잖아요? 그 마음 때문에 (저는) 지금 부모님이 옆에 같이 계시지만 나중에 떨어져있을 시간을 생각하면 되게 슬픈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전시상황이라는 긴급속보가 전해진 상황.

한 평범한 가정집에선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집니다.

"야, 전쟁났대 미친X아 지금!"
(나 공부중이라고 꺼지라고~!)

대피 사이렌이 계속 울려대는 순간에서도, 익숙해진 일상인듯 여유를 부립니다.

"민호야 걱정하지 마, 또 이러다 말거야."

군 복무시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도발에도 우리 사회에 안보불감증이 만연했던 기억에서 착안된 영화로, 컷 없이 한번에 촬영하는 원테이크 기법을 활용해 긴장감을 높임으로써 태연한 일상을 대비적으로 꼬집었습니다.

[박창환/'SIREN' 감독]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이게 너무 길게 끌어지다보니까 너무 당연히 다른 나라로 치부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이 저는 가장 눈에 선명하게 그려져서 그 부분을 오히려 반대적으로 좀 담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남북 출신의 두 여성.

"한국인이신가요?"
"네?" "예?"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점원에게 한국역사를 함께 알려주며 동질성을 느꼈고 그로 인해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유휘진/'반갑습니다' 감독]
"색안경이라고 할까요? 사회적인 그런 것 다 빼고 옆에 있는 사람으로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우리 관계가 발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북한에 계신 어머니의 생신날 임진각을 찾은 탈북남성은 어머니 소식을 몰라 답답해하는데, 자신을 몰래 찍던 사진작가 역시 말못하는 답답함을 가진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공감대를 이루기도 하고요.

크리스마스에 산타복장으로 아들을 찾아간 전처 집에서 역시 산타복장을 하고 있던 전처의 애인과 마주쳤는데, 속깊은 대화로 넓은 의미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상황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상영작에선 오랫동안 흔들의자가 나오는 악몽에 시달려온 탈북여성이 심리치료를 거치며 어릴적 북한의 할아버지 흔들의자에 대한 기억이었다는걸 깨닫게 되고 결국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을 공포영화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윤성정/'흔들의자 트라우마' 감독]
"현재 한반도의 시점에서 봤을때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는 모습 또한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큰 트라우마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평화를 노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청년문간을 통해 탄생한 젊은 영화와 영화인들은 그렇게 자신들만의 메세지를 던지며 평화를 향한 문간을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또다른 문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컷! 고생하셨습니다. 와~~~"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김치찌개집 '청년문간'의 평화영화제 (im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