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1001 조송학 님이 큰 아들 미국서 왔다고 같이 와서 점심


제604신 1982. 10. 1(금)

둥근 달님께

달이 바뀌어 10월에 접어들었읍니다. 결혼 38년 동안 처음으로 제일 오래 떠러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손님들이 어제 그제 많이 다녀가시고 오늘은 조송학 님이 큰아들 미국서 다니러 왔다고 같이 오셔서 점심 잡숫고 오래 놀다 가셨읍니다. 한 해에 어머니와 남편을 잃고 퍽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작은고모도 감기가 들고 아이들도 모두 못 오고 해서 집안 식구끼리 하루를 쉬면서 지냈읍니다.

아주머니는 아침에 민흡[문익환의 사촌 동생]이 집에 가셔서 손자, 손녀를 보고 오셨어요. 농촌에서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적자가 나서 허덕인다니 어떻게 농촌에서 일을 하겠어요. 이제 잎사귀가 떠러지면 붉게 물든 연시가 볼만하겠죠. 금년에는 실과가 풍년이여서 배가 많이 들어왔어요. 의근네는 애기 이름에 賢)[현] 자를 넣고 싶어 해서 鏞民[용민]이 賢民[현민]이라고 사촌끼리 民[민]자를 넣고 싶어 하는데 당신 의견은 어떠신지? 노 할아버님은 鎔[용]자 돌림을 원하시지만 아빠 엄마 원하는 대로 해야지 않겠어요?

호근이는 지방 공연을 나가야 하고 아이들 시간 관계도 있고 해서 11일(월)에나 가게 되겠읍니다. 빨리 가고 싶은데 시간들이 안 맞는군요. 연휴가 있고 4일이 시작이기 때문에 그리고 9일(토)은 휴일이고 하니...

오늘 무엇을 잡수셨어요. 추석이라고 맛있는 것 나왔겠지요. 미국에서 오신 손님이 저더러 어떻게 그렇게 혼자 지낼 수 있느냐고 놀래는군요. 그럼 한가위 달구경도 하시고 안녕!





[식물 - 주목 한 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