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커피잔
1939년 9월 어느 날이었읍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 속에는
달이 맑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거기에는
스물 두 살 난 윤동주의
8센티나 되는 시원한 이마가
달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에 불려갔읍니다.
1971년 9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쉰이 넘은 한 사나이가
그의 시원한 이마가 보고 싶어
이조 백자처럼 희지 못해 한스러운
커피잔 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그 커피잔 속에는
달도 구름도 하늘도 파아란 바람도 가을도 없었읍니다.
8센티나 되는 주름진 다른 이마가
그저 씁쓸하니
추억처럼 흔들리고 있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