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게
난 어머니를 땅에 묻고 나서
첫째로, 나의 뿌리가 이 땅에 내렸다는 느낌이 들었어.
둘째로, 마주 보며 살던 어머니를 가슴에 모시고 살게 되었어.
영금에게
한껏 효도 못 해 본 것이 한스럽겠지.
그래서 어버이가 돌아가시면, 자식을 죄인이 된다.
나무가 고요히 서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어주지 않고
자식이 어버이를 잘 모시고 싶어도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문칠이, 문숙이에게
할머님은 이제 직접 하느님께 비신다.
“우리 문칠이, 문숙이 더욱 건강하게,
더욱 착하게, 더욱 큰마음으로, 더욱 훌륭하게 자라기를…”
박 장로님
이가 몽땅 빠진 것처럼이나 허전하시겠지요. 70년 가까이 고락을 같이하신 사랑을 당신 손으로 땅에 묻으시는 그 심정,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낭군의 손에 묻히는 여자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브라함의 손에 묻힌 사라처럼.
이제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선이 없어졌지요. 그만큼 하느님이 가까워지신 것 아니겠습니까? “고생과 수고 다 지난 후”를 부르면서. 문익환 드림
1992.05.19
시어머님의 장례를 마친 딸과 그의 식구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


| 관련 용어 | 박문숙 |
|---|---|
| 관련 콘텐츠 | 🈷️ 어머니 김신묵의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