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이야기

예쁜 글씨보다는 힘 있는 글씨를 쓰려고 필력(筆力)을 기르시오

박용길 장로가 쓴 붓글씨는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의 중요한 콜렉션 중의 하나입니다.

 

붓으로 쓴 글씨는 여러 용도에서 작성된 것들이 있지요.

시를 쓰시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할 때도 있고 또 편지를 쓰기도 하셨어요.

얼마 전 기록 정리 작업을 할 때, 문익환 목사님이 스승이신 장공 김재준 목사님의 부고를 감옥에서 들으시고 보내신 옥중편지를 몇 장의 화선지에 나누어 써 놓으신 글씨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또, 장로님의 글씨를 좋아하는 분들 많으셔서 글씨를 써 주시기도 하셨다니 

아마 박 장로님의 글씨를 소장하고 계신 분들도 꽤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에는 박용길 장로의 글씨들이 꽤 많은 량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글씨들은 일반 규격의 보존 상자에는 맞지 않지요.

그래서 액자로 제작된 것들을 제외하고는 현재는 돌돌 말아서 지관통이나 상자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박 장로님이 옥중으로 보내셨던 편지들을 정리하다가 

이런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제 413신 1982년 3월 24일 수요일에 쓴 편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사이 글씨가 퇴보하였습니다만

성심이 언니가 이 글을 써 달라하기에 써 보았읍니다.

당신께서 먹을 갈아주시며 글씨쓰라 하셨는데 미안합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하나도 제대로 못하나봐요.

보람된 나날이기를 빌며 이만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야웨시니라."

                       잠언 16장 9절 

                            봄길

 

 

옥중편지를 읽다보면, 목사님께서 힘있는 글씨를 쓰려고 필력을 기르라고 조언해주시는 대목이 나오는데 

먹을 갈아주시는 자상한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장로님 글씨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요?

 

문익환 목사가  "힘 있는 글씨"를 쓰라고 조언하고 계신 아래의 관련 기록물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