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현대사 배우는 좋은 교과서
▲‘문익환 시집’
문익환 목사를 시인이라고 부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는 400편 정도의 시를 남겼다. 나에게 늦봄의 시는 민주와 통일을 향한 그의 열망과 의지 뿐만 아니라,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좋은 교과서이다. ‘시 속의 인물’을 연재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늦봄 시의 제목과 내용을 무수히 많이 뒤적거렸다. 그러나, 수장고 서가의 시집을 바라볼 때마다 자책하게 된다. 정독한 시는 글감용으로 선택한 일부에 한정되고, 그마저도 얕은 수준의 해석에 그쳤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도 ‘문익환 시인과 시’에 대해 조금 알고 있노라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을 때가 올런지, 밀린 숙제가 가슴을 압박한다.
<조만석>
70여 년 만에 빛을 본 ‘가족들도 몰랐던 이 한 장의 사진’
▲‘판문점의 젊은 문익환’ 사진
가족들도 몰랐던 사진 한 장.
지난 2025년 6월호 1면에 실린 문익환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수십년을 슬라이드 필름통 속에 갇혀 있다가 최근에서야 빛을 본 사진이다.
문익환의 아들 문성근 선생은 페이스북에 “저도 첨 보는 젊은 문익환 사진. 1952~3년이니 34살 때”라고 게시하기도 했다. “젊을때 문성근 배우님보다 젊을때 문익환 목사님이 더 잘생기셨어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1950년대 초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티모시 문(Timothy Moon, 문익환의 영어 이름)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통역관으로 유엔군에 자원했다. 휴전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현장에서 분단의 과정을 직접 바라본 문익환 목사에겐 평화와 통일의 꿈이 그만큼 더 소중했을 것이다.
<백문기>
거처도 없고 몸도 성치 않은 청년을 품은 문익환 부부
▲편지에 등장한 안 군의 사연
◇박용길의 편지에 등장한 안군의 사연. ‘1990년 6월 30일의 ‘안 군’은 통일의집 조명 페인트 작업을 시도하지만 서툰 솜씨에 온통 묻혀놓고 말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문익환, 박용길이 주고받은 편지에 종종 등장하는 ‘안 군(안태영)’이라는 사람이 눈에 밟힌다. 그는 두 부부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인물로 형편이 어려워 거처도 없고, 몸도 성치 않았지만 면회나 영치물, 생일과 명절을 극성스럽게 챙기는 정성을 보였다. 문 목사는 “내가 뭐 별로 보아준 것도 없는데, 온갖 정성을 내게 쏟는 걸 보면서 과분하다는 느낌마저 드네요.”라고 하고, 박 장로는 “어려운 사람이 마음을 쓰니까 부담이 되는군요. 아무리 말해도 안들어요.”라며 그의 헌신적 사랑에 부담도 느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로선 그들의 끈끈한 사귐을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좋아하고 따를 수 있는 존재를 가진 ‘안 군’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박선정>
늦봄이 소장한 책을 정리하다 만난 정재면의 책
▲ (북간도 정재면의 독립운동사)『하늘에는 총총한 별들이』 책
수장고에서 늦봄이 소장한 책을 정리하면서 기분 좋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만날 때다. 정재면이 지은 『하늘에는 총총한 별들이』는 내가 윤동주와 관련된 책들을 읽을 때 친구가 보내주었다. 이 책은 명동에 기독교를 전파한 정재면의 아들인 정대위가 아버지의 독립운동사를 엮은 책이다.
<박영옥>
수감자 부인들이 영치금 마련위해 직접 뜬 V자형 숄
▲‘빅토리 숄’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문영미 선생님께 통일의집 전시 해설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전시품 중에서도 현재 통일의집 아들방에서 전시 중인 <문동환. 문혜림 기억전 –움직이는 공동체>의 전시물인 ‘빅토리 숄’이 눈에 띄었다. 빅토리 숄은 3.1민주구국선언 사건 수감자 부인들이 면회나 영치금을 넣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 시간동안 뜬 V자 모양 숄로, 보라색 털실은 고난과 승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민주회복을 기도하며 한 코 한 코 뜬 빅토리 숄을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표현했던 그 시절 부인들의 의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앞으로 이곳에서 일하며 힘들고 어려운 부분과 맞닥뜨릴 때, 방 한쪽에 놓여있는 빅토리 숄을 보며 위로와 위안, 다시 나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