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보존연구실 601호>

작은 아카이브의 출발 (2025년 10월호)

작을지라도, 아카이브는 연결될 때 확장된다

 
◇‘기지촌 여성 인권 기록화 사업’의 기록관리 교육 프로그램에서 기록 수선 실습이 진행되고 있다. (2025. 9. 1)

 
안녕하세요! 오늘은 보존·복원용품을 한 짐 챙겨 나와 외부 강의 현장에서 인사드립니다. 경기도 여성가족재단이 경기도 위탁으로 진행하고 한국문헌정보기술이 수행하는 ‘기지촌 여성 인권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록관리 교육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아직 신입 연구원이지만 그간 <보존연구실>에서의 연구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물의 취급과 보존에 대해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교육에는 이제 막 아카이브를 만들기로 하고, 기록 정리를 시작한 단체 대표와 실무자들이 동두천, 의정부, 파주, 평택 등 경기 곳곳에서 모였습니다. 참여단체는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두레방, 여성인권센터 쉬고(에코젠더), 햇살사회복지회 등 모두 기지촌 지역을 기반으로 여성 인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단체들이었습니다. 각자 사업 진행하느라 충분히 바쁠 텐데도 이번 기회에 열심히 배워서 기록을 잘 남기고 정리하겠다는 열정과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내 손으로 돌보는 아카이브 

강의는 기록물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 보존’ 실천과 기록을 직접 만질 때의 손놀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 요령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습니다.
 
다음은 간단하지만 예방보존에 아주 효과적인 되는 몇 가지 실천사항입니다. (참고: 2023 국가기록원 국가지정기록물 관리자 교육)
 
• 공조시설만 믿지 말고, 서고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며 공기 순환시키기
• 여러 장의 문서는 종이 끝을 가지런히 맞춰 정리해 모서리 훼손 방지하기
• 셀로판테이프, 스테이플러는 사용하지 말고 가능한 경우 즉시 제거하기  
• 낱장을 다룰 때는 구겨지거나 휘지 않도록 양손을 쓰고, 맨손보다는 장갑이나 폴더를 사용하기
 
 
이후에는 간단한 예방 보존 및 기록물 수선 실습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①녹슨 스테이플러 침 제거
집게형 제침기는 종이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구부러진 침의 양쪽을 납작한 도구로 위로 들어올리고 반대편에서 조심스럽게 뺍니다. 
 
②건식 세척
강판에 지우개를 갈아서 가루를 낸 다음 종이 위에 둥글리면서 가볍게 문지릅니다. 가루는 털어내지 말고 빽붓(양모)을 사용해서 쓸어냅니다. 
  
◇낱장자료 건식세척
ⓒ국립중앙도서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D824frI9Vt8)
  
 
③찢어진 종이 접착 
면봉에 물을 살짝 묻혀 기록물의 잉크가 묻어나지 않는지 번짐테스트를 합니다. 찢긴 단면에 붓으로 얇게 보존용 중성풀을 바르고 보호지를 대고 문질러 접착합니다. 보존용 테이프는 3mm 폭으로 잘라 찢어진 선에 맞춰 붙입니다.  
 
◇찢어진 부분 보존처리
ⓒ국립중앙도서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Uwk9tisZ5Q)

 
겉보기엔 단순한 작업 같지만, 모든 과정은 기록물의 보존 상태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낯설고 더디게 느껴질 수 있는 보존처리 과정이었지만, 참여자 모두 집중력 있게 차분히 잘 수선해 주었습니다. 이들의 신중한 돌봄의 손길로 보존될 기록과 아카이브가 기대되었습니다.
 
◇교육 참가자들이 찢어진 기록물을 붙이는 수선 작업을 하고 있다.
  
 

작은 아카이브의 출발 

아카이브를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막막함을 느낍니다. 저 역시 수십 년간 세월을 견디며 자리를 지켜온 기록 더미에 둘러싸여 있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서고의 보존 환경을 개선하려다가 예상 비용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막막함을 경험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설이나 예산의 규모가 크건 작건 아카이브에는 돌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록을 지키는 자의 바지런함과 세심한 손길이 그 어떤 최신 보존 시설에 뒤지지 않는 강력한 자원이 됩니다. 

기지촌 여성 인권 활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새로운 아카이브에 진심 어린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각각은 작을지라도 아카이브는 연결될 때 확장됩니다.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이다”라는 문익환 목사의 말처럼요.        

<글: 박에바>
  
 
※경기도 기지촌 여성 인권 아카이빙 프로젝트는? 

▶개요
• 사업명: 기지촌 여성 인권 기록화 사업
• 사업주체: 경기도(경기도여성가족재단)
• 사업기간: 2025년 7월∼12월 
• 수행사: 한국문헌정보기술 
• 참여단체: 햇살사회복지회, 에코젠터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두레방 등 
 
▶목적 및 필요성
 • 기지촌 여성과 역사 공간 등 기지촌 여성의 삶과 기지촌 여성운동에 대한 자료의 조사, 수집, 생산, 정리 및 기록화
 • 기지촌 역사에 대한 기억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자료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활용기반 구축 
 • 참여·협력적 기록화를 통한 당사자·공동체 구성원의 치유·회복과 역량 강화 
 • 기지촌 여성 피해자 지원 및 기념 사업 추진을 위한 정책 기초자료 확보

▶아카이빙 내용 
• 공간: 경기도 내 기지촌 소재지(동두천, 의정부, 파주, 평택)
• 시간: 기지촌 형성기 ~ 현재
• 자료: 관련 문헌, 선행연구, 재판자료, 행정자료, 언론기사, 시군자료, 단체소장자료, 민간자료, 구술자료 등
• 기록화: 역사현장, 주요 인사 구술 채록, 자료 정리와 목록작성, 디지털화(스캔, 영상 변환 등), 책자 및 다큐 제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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