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유시춘 『우산 셋이 나란히』 중 「멀고 먼 동행」 (2025년 6월호)
“민중들은 절망을 한 달 만에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서더군,
‘버드나무 때는 봄님’ 소설 속 새말 아주머니처럼…”
◇ 소설「멀고 먼 동행」이 수록된 유시춘의 소설집 『우산 셋이 나란히』(푸른나무, 1990)
1990년 7월 5일 늦봄의 다섯 번째 감옥에서 보낸 옥중편지에는 어머님께 보내는 편지와 ‘버드나무 때는 봄님’에게 보내는 2통의 편지가 있다. ‘버드나무 때는 봄님’은 유시춘을 부르는 이름이다. 당시 군사정권하에서 본명을 숨기기 위해 ‘유시춘’을 풀어 이렇게 밝고 서정적인 이름을 지어 부를 수 있는 것은 늦봄의 위트와 여유일 것이다.
늦봄은 편지의 서두에서 유시춘의 『우산 셋이 나란히』(푸른나무, 1990.11.5.)에 실린 단편 「멀고 먼 동행」을 정말 재미있게, 감명 깊게 읽었다며 그런 작품을 많이 쓰라고 격려한다.
그러면서 당시 대선 직후의 좌절감을 ‘먹물들의 좌절감’과 ‘민중의 좌절감’과 비교하며, ‘먹물들의 좌절감’은 깜깜한 절망인데 비해 민중은 ‘한 달 만에 탁탁 털어버리고 일어서더군. 봄님 작품의 새말 아주머니처럼.’ 하며 편지의 한 단락을 끝마친다. 여운을 남긴 이 편지에 어떤 말을 더하고 싶었을지 궁금하다.
유시춘 “늦봄은 해일처럼 넘쳐흐르는 사랑의 물결”
유시춘은 이 책의 후기에 전주교도소로 늦봄을 면회한 소회를 남겼다.
“분단 독재의 감옥에서 열 번의 생일을 보내고 지금은 고희를 훌쩍 넘어선 그분은, 그러나 결코 칼의 모습이 아니다. 언제 보아도 해일처럼 넘쳐흐르는 사랑의 물결이요, 「꿈을 비는 마음」의 천부적 서정 시인이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글재주’가 아니라 바로 그분과 같은 ‘사랑’과 열정임을 깨닫는다.”
<글: 박영옥>
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