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보존연구실 601호>

국민대 문화재보존학과 자문 (2025년 5월호)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수장고에서 사료를 점검하고 있는 국민대 문화재보존학과 김미정 교수(오른쪽)와 석박사 과정 학생들 
 
 

수장고를 찾은 보존 전문가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연구실이 아니라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의 크고 작은 사료상자 400여 개를 보관하는 ‘수장고’에서 인사드립니다. 장소를 옮긴 이유는 수장고에 국민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김미정 교수님과 석박사 과정 학생 다섯 분이 방문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주 많이 환영합니다~! 문화재(문화유산)보존학이라고 하면 오래된 유물만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023년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50년 이상 된 보존 및 활용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것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정할 수 있게 했고, 예비문화유산 제도도 도입되었습니다. 개항기 이후의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수장고엔 1920년대 북간도 시절 기록도

늦봄 아카이브는 1920년대 이후 북간도 시절 사진·개인 기록과 1940년대 문익환-박용길 연애편지, 1970년대 민주화운동 기록 등 50년 이상 된 기록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풍부한 연구주제를 제공하는 보물 창고이지요. 
 
 

보존 전문가들의 원포인트 레슨

문화재보존학과 학생들은 교수님의 지도와 아키비스트의 안내를 받아 수장고 곳곳을 돌아보며 보존 환경을 세밀히 관찰했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각종 사료의 물리적·화학적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강의실에서 다시 모여 각자가 수장고에서 발견한 사실과 추가로 조사한 것을 종합하여 보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다음은 제안의 일부입니다. 
 
✅ 사람 출입이 잦은 2층은 미생물 피해 위험이 크므로 상자를 구별하여 배치할 것(예: 미생물에 취약한 의류는 3층에, 외부에서 막 입수된 기증사료는 2층에) 
✅ 출입문 앞에 접착 매트를 설치해 신발 먼지를 털어낼 것
✅ 데이터가 축적되는 온습도계를 사용하여 계절별, 연도별 온습도 변화를 점검할 것
✅ 방문객에게 자주 보여주는 기록은 취급 시 손상 위험이 있으므로 전시전용 투명함을 만들어 보호할 것 
✅ 전시와 보존 기능을 모두 갖춘 ‘보이는 수장고’를 적용해 볼 것
✅ 사료를 활용한 기념품을 만들어 홍보·모금에 활용할 것 
 
 
모두 연구자답게 학문적으로, 그리고 사례를 들어 성실히 조사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연구실에서 혼자 궁리해서는 알기 힘든 지식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식보다 더 깊게 남은 것은 감동과 감사였습니다. 처음 학과를 초대할 때 지정 문화유산(국보, 보물 등)을 주로 접한 연구자들이라 시민의 기부로 운영되는 민간 아카이브를 보면 얼마나 많은 부족함을 발견하게 될지, 지레 염려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이들은 ‘갖추지 못한 것’에 집중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주었습니다. 재정·예산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예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문화유산, 존중의 자세로 보존해야”

늦봄 아카이브는 김 교수님을 비롯한 예비 보존과학자, 보존가들로부터 존중과 배려를 받았습니다. 아카이브와 그 속의 소장품, 그리고 이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향한 존중의 자세는 단순한 예의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유산에 담긴 시간과 기억, 역사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문화유산을 다루는 윤리적 태도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렇게 연구실 밖에서 큰 배움을 얻으며 오늘은 수장고 문을 닫습니다. 
 
(덧붙임: 위 제안 사항이 반영되었는지 궁금하신 분은 수장고 방문예약을 해주세요~ archive@unificationhouse.com)
 
<글: 박에바> 

월간 문익환_<보존연구실 6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