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나와 늦봄>

‘늦봄길 산책’ 강사 이진권 목사 (2025년 5월호)

향기로운 영성가 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길을 찾아서

이진권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영성수련원장)
 
  
◇서울 수유동 문익환 통일의집에서 매월 열리는 '늦봄길 산책' 영성프로그램  

 
문익환 목사님과의 만남은 1980년대 중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니던 대학에 강사로 문 목사님을 초대했다. 그 시절은 5공화국 군사독재 체제여서, 학교 출입도 엄격하게 통제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우리 서클(기독학생회)에서는 이른 새벽에 문 목사님을 모시고 관악산을 거쳐서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작전을 감행했었다. 아침에 동아리 방에서 문 목사님을 만났는데, 타임지를 읽고 계셨다.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지성인은 시대와 정세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던 것 같다. 강인한 인상과 메시지로 기억되는 첫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간접적이었다. 함께 활동했던 김세진 열사가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감행한 후 수배 생활을 하다가 경찰에 붙들려 인천부평경찰서에서 폭력적인 조사를 받고 있었다. 우연히 TV를 보게 되었는데, 이동수 열사가 분신하고, 그 자리에 문익환 목사님이 강연하고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진이를 지켜내지 못한 괴로움에 시달리던 내 가슴이 다시 한번 무너져 내리며 큰 충격을 받았던 사건에 문 목사님이 함께하고 계셨다.

시간이 흘러 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가 되었고, 문익환 목사님이 좀 더 알고 싶고, 알리고 싶어서 2025년에 통일의 집에서 진행하는 ‘늦봄길 산책’이라는 영성프로그램에 함께하고 있다. 늦봄의 다양한 모습을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면서 찾아가 보자는 취지로 준비된 과정이다. 이 과정을 준비하면서 문 목사님의 89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방북사건’도 김세진, 이동수 열사를 포함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건 민주화, 통일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평면적인 통일운동가의 모습을 넘어, 감옥에서도 가슴설레이는 연애편지를 쓸 정도의 로맨티시스트이며, 신앙공동체를 사랑하고 그 식구들을 따뜻하게 보살폈던 목회자였음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탁월한 구약학자로서 아름다운 우리말로 히브리 성서를 번역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바쳤으며, 몇 권의 시집을 낸 시인임을 확인했다. 무엇보다도 쉽지 않은 수감생활에서도 믿음과 낙천적인 태도를 지니고, 기도와 공부와 사랑의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낸 향기로운 영성가의 면모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옥중서간과 글을 읽어갈수록 참으로 귀한 우리 민족과 시대의 스승이며 풍성한 영적, 사싱문화적 보배임을 느끼게 되었다. 이 멋지고 아름다운 선생님과 앞으로 어떤 만남과 배움이 계속될는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늦봄의 길을 함께 걸어가 보고 싶다.
 
 
  
※ 이진권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영성수련원장으로, 대학시절 기독학생운동과 신학대학원을 거쳐 총제적 평화와 영성수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면의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 조화로운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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