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198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과 한승원의 『해변의 길손』 (2025년 4월호)

일제강점기부터 5·18까지 시대의 아픔 그려 

 
 
 
▲늦봄, 호근-성근 두 아들에게 무대에 올릴 것 제안하기도
늦봄은 1989년 7월 5일(통일염원 45년 7월 5일) 봄길에게 2통의 편지를 보낸다. 한 통은 강희남 목사님에 대한 존경을 담은 글이다.

또 한 통은 문학사상사가 주는 제1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1988년)을 읽은 소회를 전하고 있다. 상을 받은 작품이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하나도 없고, 거의 분단의 비애를 다룬 작품이라며 이제 비극의 바늘 끝에서 누리는 사랑의 의미를 찾아내는 작품이 창조되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며 강종건과 이문희, 이철과 민향숙의 행복한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호근이, 성근이도 이런 작품을 무대에 올려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며 우선 본상 수상작인 한승원의 『해변의 길손』을 제안한다. 

한승원의 『해변의 길손』은 일제강점기, 6ㆍ25, 월남전, 5.18까지 이어지는 3대의 가족사를 아우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왜놈 앞잡이 노릇 하는 주인공 황두표를 비롯해 남로당으로 활동하다 행방불명된 똑똑한 동생이 등장한다. 그리고 돈을 벌러 가겠다며 떠난 월남전에서 죽음으로 돌아온 큰아들, 광주에서 이발소를 하다 5.18 때 총에 맞아 죽어 망월동에 묻힌 둘째 아들 등 시대의 아픔을 모조리 떠안은 채 가슴 치며 살아가는 슬픈 현실을 그려냈다. 

『해변의 길손』은 늦봄이 말한 비극의 바늘 끝에서 누리는 사랑을 찾아내는 작품과는 괴리가 있지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두 아들에게 무대에 올릴 것을 제안할 정도였으니···.

<글: 박영옥>

※한승원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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