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이달의 사건>
2005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 결성 (2024년 2월호)
남북의 ‘언어통일’을 위하여… 16년 만에 결실 맺은 늦봄 방북의 성과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이 열렸다. 편찬 사업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한 이날 결성식은, 남북한 간에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함을 의미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겨레말큰사전은 민족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고 남북의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다. (출처 :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 사업의 시초는, 1989년 방북한 문익환 목사가 『우리말 갈래사전(박용수 저)』을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로 보여주며 ‘통일국어사전’을 편찬하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가 15년 만인 2004년에 (사)통일맞이의 노력으로 박용길 장로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냄으로써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고, 2005년 2월에 남북이 금강산에 모여 합의서와 결성식을 거행함으로써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2006년 1월에 편찬 사업을 전담할 사업회가 출범했고 2007년 국내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어 사업을 뒷받침했다. 남북 학자들은 국내외에서 25차례의 공동 회의를 가지며 사전 편찬에 노력해 왔는데, 201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남측은 현재 30여만 개 이상의 표제어가 수록된 겨레말큰사전 1질 10권을 가제본 형태로 만들어 놓고 북측과의 합의만 이루어지면 언제든 발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상태다. 작년 6월에는 사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남북의 생활어 중 차이가 큰 사례 3,053개를 모아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을 펴내기도 했다.
문 목사의 방북이 낳은 소중한 결실이며 남북 간 화해와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겨레말큰사전이 빛을 보기 직전 어둠 속에 갇혀 있다. 편찬 사업을 이끌었던 정도상 통일맞이 전 사무처장은 『월간 문익환』과의 지난 인터뷰(
🔗2023년 9월호 참조)에서 남북이 함께 출간하는 것이어야 겨레말큰사전 편찬 의의가 살아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목사는 89년 방북 때 박용수 작가의 『우리말갈래사전』을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했다. 사진은 93년 박용수 작가의 『겨레말갈래큰사전』 발간 당시 두 사람 모습. ⓒ박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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