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서준식 『옥중서간집 2: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않고』 (2023년 11월호)

“옥중서간을 옥중에서 읽는다는 건 가슴 뭉클한 경험이죠” 

 

 
문익환 목사는 1989년 7월 12일, 서준식의 옥중서간집2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않고』을 받고 옥중에서 편지를 썼다. 당시 늦봄은 1989년 3월 25일 북한을 방문했다가 4월13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구속되어 5번째 수감 중이었다. 서준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늦봄은 “옥중서간을 옥중에서 읽는다는 건 이중으로 가슴 뭉클한 경험이죠”라고 언급했다.
 
“서준식의 17년 징역살이를 써 내려간 서간집은 진솔하지 않은 데가 없다. 특히 ‘허풍끼’가 없다. 이런 사랑의 실천으로 사회안전법 폐지라는 큰 결과를 낳았으니 서준식과 같은 이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문익환 1989. 7. 12 옥중편지)
  
서준식은 1971년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7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때 동생 서경식에게 보낸 편지에 “나에게 독서란 도락이 아니라 사명이다”이라고 했다. 당시 고문과 여러 징벌 중 수개월간의 ‘독서 금지처분’도 있었다고 한다. 서준식에게 독서 금지는 신체적 고문 못지않았을 것이다. 꾸준한 독서와 생각의 삶이 늦봄을 감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박용길 장로는 늦봄에게 서준식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서준식 님의 재판에 갔는데 17년 감옥살이 이야기가 눈물겨웠다”고 하고, 서준식의 결혼 소식도 전하며 “서준식 님을 아침에 만났는데 딸 이름을 아직 못 짓고 ‘개똥’이라고 부르고 있다나요”라며 소소한 이야기도 편지에 썼다. 아마도 옥중의 늦봄은 이런 그의 소식에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글: 박영옥>

[참고자료]
문익환 옥중편지(1989. 7. 12) 
서준식 (1989). 『옥중서간집2: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않고』. 형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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