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늦봄의 서재>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2』 (2023년 10월호)
“저의 집에 가보로 알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
[편집자주] 늦봄은 평소 어떤 책을 읽었을까요? 독서광이었던 늦봄의 서재를 살짝 엿보면 그 해답이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도서들이 통일의 집 안방에 있는 책꽂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늦봄의 서재> 코너에서 그중 한 권을 선택해 책에 얽힌 늦봄과의 이야기를 아카이브 기록을 통해 살펴봅니다.
◇이오덕 선생 저서 『우리글 바로 쓰기2』. 안동교도소 재소 중(6차 수감) 1992년 4월 30일부터 한 달간 반입 및 독서를 허가받은 기록이 있다.
1992년 5월 7일의 편지
1992년 5월 7일, 늦봄 나이 75세, 안동교도소에서 6차 투옥 중 맏아들 문호근에게 보낸 편지 속에 이오덕 선생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편지에서 늦봄은 “이오덕이 보낸 『우리글 바로 쓰기2』 와 『우리 문장 쓰기』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저의 집에 가보로 알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구구절절 읽으며 배우겠다”고 한다. 어떤 책이길래 늦봄이 ‘가보로 삼을 정도로’ 감동했을까?
“동사 많이 쓸수록 우리말다워진다”
이오덕 선생은 1925년생, 늦봄은 1918년생이다. 자신보다 7살 아래인 이오덕 선생에게 존경을 담은 편지를 쓴 이유는 선생의 글이, 늦봄이 구약성서 번역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과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라고 썼다. 특히 “동사가 많이 사용될수록 문장이 우리말다워진다”는 말에 감탄한다.
이오덕 선생 역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생각은 한결같았다. “우리말로 쓰는 정직한 말,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농민들의 말이 곧 우리말을 바로 쓰는 기준이 된다고 했다.
“늦봄과 이오덕의 글쓰기는 닮아있다”
『이오덕 일기 3』(195쪽)을 보면 늦봄은 “이오덕 선생은 아이들의 말에서 우리 말을 자각했지만 나는 할머니들한테서 우리 말 배웠어요. 교회 앉아 있는 할머니들에게 책에 쓰는 말 가지고는 얘기가 안 되거든요”라고 했다고 한다. 두 분의 말은 ‘글보다 말이 먼저’라는 뜻으로 읽힌다. 늦봄은 자신의 글쓰기가 이오덕 선생의 글쓰기와 같다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을까!
<늦봄의 편지>에는 이오덕이 17번 언급되고, <이오덕의 일기>에는 늦봄이 10번 언급된다. 늦봄과의 직접 만나기도 하고, 글에서도 만났다. 늦봄과 이오덕 선생이 서울의 사무실, 행사장이 아닌 자연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불꽃처럼 살아온 두 분이 이오덕의 무너미 마을 고든박골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두 분이 그립다.
<글: 박영옥>
◇복원 전(2018 이전) 통일의 집 서가에 꽂혀있던 늦봄의 소장 도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