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이웃 아카이브 탐방>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우리의 삶을 역사에 비추어 보는 곳”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전시공간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은 1999년 민주화운동자료관 건립을 위해 자료 수집 활동을 벌인 것에서 출발했으며 2002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 소장사료 이관 후, 이듬해 민주자료관으로 재개관하여 현재에 이른다. 서울시 구로구 성공회대 캠퍼스 새천년관 2층에 들어서면 민주화 운동 사료 전시장이 나타나는데 복도 깊숙이 ‘감사관(鑑史館)’이라는 현판을 단 곳이 민주자료관이다. 현판은 신영복 교수의 친필로 ‘우리의 삶을 역사에 비추어 보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2000년 민주화운동자료관 개관 당시 현판 제막(좌). 사료를 둘러보는 박용길 장로(우)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 1999년 민주화운동 자료 기증 수집을 위한 팸플릿

  

    

20만 건 이상 기록 목록 정리

▲기록물 보유 현황
벽 두 면을 가득 채운 모빌랙(이동식 서가)도 모자라 사료가 가득 담긴 상자들이 높이 쌓여있었다. 이곳 말고 수장고가 두 군데에 더 있다고 하니 소장사료 규모가 상당하다. 웹사이트상에는 20만 건 이상의 기록 목록이 정리돼 있다. 민주자료관은 네 가지 아카이브(노동·정치운동, 사회운동, 아시아, 구술 아카이브즈)을 통합 관리하는 아카이브라는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한 장짜리 기록일지라도 안에 담긴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으므로 자료관에 들어섰을 때 어쩐지 압도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80년대 말 재판자료 등 소장

▲민주자료관 소장 문익환 목사 관련 기록
기록은 민주자료관 웹사이트(demos-archives.or.kr) > 검색마당 > 🔗[소장기록물 검색]에서 키워드로 검색이 가능하다. 디지털기록(스캔본)은 제공되지 않고 제목, 생산일자, 주요 내용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물을 직접 보고 싶으면 열람을 희망하는 자료의 목록을 작성한 뒤 메일로 열람신청을 해야 한다.  
 
◇ 열람신청 후 살펴본 문익환 목사 기록들. 주로 80년대 말의 재판자료, 정기간행물, 유인물, 단행본 등이 있다.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역사란 무엇일까?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환(生還)하는 것이다. 현재의 실천 속으로 생환된 역사만이 힘이 된다.” 민주자료관 입구에 쓰여있는 글이다. 역사를 과거의 일로 내버려 두지 않고 후대(현재)에 빠짐없이 이어주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문익환 목사는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온몸으로 살아낸 역사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
…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문익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1989) 중
  
 
◇ 민주자료관 자료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는 글씨가 눈에 띈다. (쇠귀 신영복 글씨, 2000)
 
  

권력기구 자료 정리-연구도 

▲기록 보유기관이 갖는 사회적 책임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은 현재 「한국현대사와 ‘회복의 인문학’: 국가폭력 DB구축과 리질리언스」(🔗한국연구재단) 과제를 진행 중이다. 과거사 정리가 개별사건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가해자인 억압기구에 대한 연구는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검찰, 사법부,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국군보안사령부) 등 권력기구의 자료를 정리·연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이 공동체의 당당한 성원으로 재탄생하도록 길을 닦으려는 것이다. 민주자료관 자료실의 송용한 연구교수는 그것이 기록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이 갖는 책임이라고 말한다. ‘안 된다고 탓할 게 아니라 길은 만들어야 한다’는 한홍구 관장의 뜻에 따라, 쉽지 않지만 한 걸음씩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록이 갖는 사회적 메시지란?

▲기록의 힘
민주자료관을 나서며 기록이 갖는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기록은 가치중립적인가? 기록은 보존소에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랜달 C. 지머슨은 저서 『기록의 힘: 기억, 설명책임성, 사회정의』에서 아카이브는 중립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기록과 기록보존소는 부정과 권력의 남용에 대항하는 자원으로써 활용되어야 하며, 아키비스트들은 특권층과 권력자들에게 암묵적, 노골적으로 기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늦봄 아카이브에서도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운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는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다. . 
 
“평화의 적 … 그게 뭐냐고 하면 폭력이다. … 성서에서는 저항권 행사로 쓰는 물리적인 힘을 폭력이라고 하지는 않아. 성서에서 폭력은 언제나 가진 자들의 힘의 남용이라는 뜻이다.” (문익환 옥중편지, 1990. 1. 8)
 
 
<글: 박에바>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동적 내향인, ISTP.

[참고자료]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http://demos-archives.or.kr
한국연구재단 https://www.nrf.re.kr
랜달 C. 지머슨(2016). 『기록의 힘: 기억, 설명책임성, 사회정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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