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그때 그곳>

한빛교회(2) 한빛에서 만난 사람: 유원규 원로목사 (2023년 9월호)

유원규 목사가 말하는 '늦봄과 호경이'

“감옥에서도 병상의 호경이 문병을 부탁했지요”

 
◇한빛교회에서 주일예배 후 바리스타로 변신해 커피를 내려주고 있는 유원규 목사.
 
 

커피를 내려주는 백발의 바리스타

한빛교회에는 바리스타가 있다. 주일예배가 끝나면 제일 위층의 교육관으로 달려 올라가 교인들의 커피를 책임지는 백발의 바리스타. 바로 담임목사로 32년간(1984~2016) 한빛교회를 이끈 유원규 원로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늦봄의 부모-부부-아들 3대의 장례식 맡아

문익환, 이해동 목사에 이어 한빛을 이끌었던 유 목사. 늦봄의 부모, 늦봄 부부, 그리고 그 아들 문호근까지, 한 교회에서 3대의 장례를 맡았다고 했다. 삼엄했던 그 시절, 한빛의 산증인으로 늦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늦봄은 아픔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가 함께한 겨레의 목회자였어요”. 
 
그가 들려준 호경이와의 인연은 애틋하기만 하다.   
“문재린 목사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였어요. 옆 병상에 당시 여대생이었던 호경이가 있었는데  젊은이의 고통을 목격하고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따로 문병을 했어요. 이후 늦봄이 5.3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되자, 저에게 호경이 문병을 대신 부탁했어요.” 
 
 

중환자실의 호경이에게 늦봄의 편지 읽어줘

유 목사는 박용길 장로와 함께 문익환 목사가 호경이에게 쓴 편지를 가지고 서울대병원에 갔으나 인천으로 옮긴 후였다고 한다. 
“다시 인천에 있는 시립병원으로 찾아갔는데 호경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요. 제가 목사님의  편지를 읽어 주었더니 호경이가 감사의 눈물을 흘렸어요” 
 
 당시 옥중에서는 가족에게만 편지를 보낼 수 있었기에 원래 이름이 양호경이었지만 박호경이라고 해서 박용길 장로님의 조카에게 보내는 것처럼 편지를 썼다고 했다. 

(박용길 장로의 1986년 7월 16일 편지에서는 문익환 목사가 호경에게 쓴 편지를 받았다는 내용, 7월 18일 편지에는 유 목사님과 함께 인천으로 갔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호경의 부모가 박용길 장로에게 보내온 감사 편지도 찾을 수 있었다.)
 
 
◇유 목사와 호경이 문병을 갔다는 내용으로 박용길 장로가 문익환 목사에게 쓴 편지(1986. 7. 18) 
 
 
"목사님의 글(땅의 양심)은 온 가족이 몇 번이고 읽고 익히며 큰 감명을 받았읍니다. 오래도록 소중이 보존하겠읍니다. 호경이 병상에서 신음하고 절망의 경지에서 헤메일 때 그 바쁘신 중에도 여식(호경)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시고 위로해 주시며 은총을 하나님께 진원하여 주신 은혜 영원히 영원히 잊을 수 없읍니다." (호경의 부모가 문익환 목사에게 보낸 감사 편지)
 

<글: 오남경>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과 사색을 위한 숲길 산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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