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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동가 한국염 목사(2) (2023년 8월호)

"일생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이어가려 노력"

 
[(1)에서 이어짐]

 종교 여성운동가(이주 여성 운동가)로서의 삶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니…교회에서의 여성차별에 눈 떠

▶여성 운동가의 삶을 선택한 이유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능력이나 자질과는 상관없이 제도적으로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자 기숙사 사감이었던 이우정 교수를 보면서 여자도 교수는 될 수 있구나 생각하고 학업을 계속했죠. 당시 기장 여신도회에서 여자 목사 안수제를 위해 교단과 싸운다는 소식을 듣고는 학생 때부터 스스로 드나들기 시작했어요. 결국 1974년에는 여목사 안수제가 통과되었죠. 하지만 현장 교회에서는 여자 선배들이 쉽게 목사가 되기는 어려운 현실을 경험하고 성차별적인 교회 모습에 눈을 뜨게 된 거죠. 교회 여성의 의식화에 대한 선교적 사명감으로 교회 여성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일생에서 제일 신났던 일 중 하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신도회 스스로 찾아가
일생에서 제일 신났던 일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978년 기장 여신도회에 스스로 찾아가 간사를 했던 일이었어요. 박용길 장로가 여신도회의 실행위원 이었기에 더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당시 실행위원은 이우정 선생, 박용길 장로, 박영숙 선생이었는데 이분들이 여성들의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고 나는 실무자로서 그 일을 뒷받침했어요.
◇기장 여신도회 총무시절 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박용길 장로(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이론적으로, 신학적으로 통일문제에 관심하게 된 것은 1980년 4월 20일 한국 여신학자협의회가 창립되고 초대회장인 박순경 박사가 여성신학의 과제로 통일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였어요. 여신도회를 그만두고 1986년에 여신협 간사로 있으면서 분단세미나를 개최했고, 여신협의 통일작업반이 만들어졌죠. 그 결과로 『민족통일과 여성신학』이라는 단행본이 출간되었죠. 이 무렵 기장 여신도회에서도 통일문제를 교회 여성의 과제로 시작하게 된거죠. 

 

그들에 대한 관심은 목회와 여성운동의 일환

▶이주 여성 노동자 인권 운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목회의 일환이자 여성운동의 일환이에요. 오늘날 이땅에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누굴까요? 이 물음에 대한 응답으로 이주 노동자들, 특히 이주 여성이라는 생각에서 그들을 위한 인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거죠.

내가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두 가지 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여신협 총무를 재임하지 않고 이주여성쉼터에서 이주 여성 인권 운동을 시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학 후 독일에서 돌아올 때 박사 학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교수의 삶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민중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중의 삶 속에서 함께하고자 했어요. 한신대에서 배운 해방신학, 민중신학을 삶에서 실천하고 싶었어요.

여성을 향한 차별이 성소수자에게 향하고 있죠
▶오늘날 여성의 인권은 충분히 진전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여신협 총무로 있을 때 다른 종교까지 아울러 호주제를 폐지하고 종교여성연대를 만들어서 활동했죠. 현재까지도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구요. 성평등, 계급평등을 위한 사회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최근에는 과거 교회에서의 여성을 향한 차별이 성소수자에게 향하고 있다고 보아져요. 혐오 세력 대상을 만드는 과정은 비슷한거죠. 결론적으로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에요.

 

데모대 맨 앞자리에 서고 싶어

▶은퇴 후에는?
은퇴하면 오종렬 할아버지(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처럼 시대가 나를 부르는 자리, 데모대 맨 앞에 앉아 젊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방패막이 하는 것도 나이 먹은 사람들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못하고 있어서 아쉬워요.

 
◇한신대 신학대학원 캠퍼스에서 밝게 웃는 한국염 목사.
 
 
※한국염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청암교회 목사 / 한국 여신학자협의회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장과 부회장 / 한국기독교장로회 초대 양성평등 위원장 / 기장 여교역자회 회장 / 6.15 여성본부 초대 공동대표 / 한국정신대문제 공동대표 / 정의기억연대 운영위원장 / 2001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설립


<글: 오남경>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과 사색을 위한 숲길 산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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