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늦봄이 있다…위치도, 소장품도 ‘찐 이웃’
◇ 장공도서관 외관. 2009년에 준공하고 2013년에 리모델링 및 증축했다.
정기간행물인 『월간 문익환』(ISSN 2951-2115)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국립중앙도서관이고 다른 하나가 오늘 탐방할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서울캠퍼스)의 장공도서관이다. 자료실 출입문 바로 맞은 편 공간을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수장고)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말그대로 ‘이웃(한)’ 아카이브이다. 도서관은 신학전문도서관으로서 조선신학교(한신대 전신) 설립자인 장공(長空) 김재준 목사의 아호를 따 1952년 개관했다. 1979년 수유리 캠퍼스로 이관 후 현재의 건물은 2009년 준공한 것이다. 1985년에는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동환 교수가 도서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도서관은 한신대 구성원만 이용할 수 있으나 도서관측의 협조로 자료실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 장공도서관 3층 정기간행물 코너에 비치된 『월간 문익환』
◇ 한신대학교 장공도서관 2층 자료실
관련자료 총 87건 소장
▲항상 출발은 ‘문익환’에서부터
도서관 소개 웹페이지에 따르면 장서 12만여 권과 120여 종의 연속간행물 및 비도서자료 약 4천여 점이 있다고 한다. 이 중 문익환 목사 관련 자료는 무엇이 있을까? 한신대학교 도서관 웹사이트(🔗
hslib.hs.ac.kr) 자료 검색창에 일단 ‘문익환’을 입력했다. 총 87건이 검색되었다!
◇ 문익환 관련 자료를 검색하니 87건이 나왔다.
가장 오래된 것은 1938년도 책
▲문 목사 유가족 기증도서 다수 포함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38년도 책도 보인다. 갓 일본신학교에 입학했을 때이므로 저서일리는 없어서 클릭해 보니 문익환 목사 유가족이 기증한 도서라고 한다. 영어로 된 구약학, 성서번역 관련 책들은 신학도 문익환이 서가에 꽂아두고 열독한 책들이었을 것이다.
타고난 번역가 늦봄
▲‘통역의 명수’의 번역서는?
“당신이 통역의 명수시라는 것 생각했읍니다.” (박용길의 편지, 1977. 9. 23)
“처음에는 그[은사 프리취 교수]가 나에게 베푼 호의와 도움에 갚음을 해야 하겠다는 의무감에서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손을 대었었으나 나는 차츰 신바람이 나서 해나가게 되었다.” (<옮긴이의 말> 프리취 저·문익환 역, 1963, 『창세기』)
박용길 장로는 해외 연사의 강연을 듣다가 어려움을 느꼈는지 통역의 명수인 문익환 목사를 떠올린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문익환의 통역은 남아있지 않지만 자료실에서 다음과 같이 그의 번역서를 찾을 수 있었다.
촬스 어드맨(1957), 『창세기 강해』
C.T.프리취(1963), 『창세기』
디이트리히 본회퍼(1964), 『신도의 공동생활』
L.E.켁(1966), 『성서의 이해』
『공동번역 성서』(1977)의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익환 목사의 번역은 출발어(외국어)와 도착어(한국어) 각각의 특성을 섬세하게 고려했기 때문에 어색함 없이 쉽게 읽힌다. 신학생들은 한번 열람해봐도 좋을 것이다. 번역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문익환 목사의 영문 이름(Ik Hwan Moon)이 예전에는 ‘Ik Whan Moon’ 또는 ‘Ick Whan Mun’으로 제각각 표기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프린스턴신학교 석사 학위기(1965)의 성명은 ‘Timothy Ikwan Moon’으로 또 다르다.
◇ 문익환의 신학 번역서 『창세기 강해』(촬스 어드맨, 1957)과 『창세기』(C.T.프리취, 1963)
◇ 한신대에서 문익환 목사가 프린스턴신학교 은사인 프리취 박사 강의를 통역하고 있다. (1955~ 1965 추정)
늦봄의 저작 희귀본 등 발견
▲보존서고에서 만난 자료
보존서고라 하면 보통 자료실의 서가가 꽉 차서 오래되거나 대출빈도가 낮은 장서들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이와 달리 장공도서관은 오래된 책이라도 가능한 한 자료실에 비치하고, 복본이나 구판만 보존서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훼손 우려가 있어 따로 취급해야 하는 고서들도 보존서고에 있다.
보존서고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잠재적 아카이브로서 기장총회록이 1953년도부터 잘 보존되어 있다. 문익환 목사의 친우 장준하 선생이 발행하고 문 목사가 많은 영향을 받은 『사상계』도 1957년 2월호부터 꽂혀있다. 문익환 목사 저작 중 희귀본으로 『사총: 김성식 박사 회갑기념논총』 - 이스라엘 고대사와 세계사(1968)를 발견했는데 가능하다면 늦봄 아카이브에서 사본을 수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 늦봄의 첫 시집 『새삼스런 하루』에 있는 반가운 늦봄 필체도 만날 수 있었는데 전경연 박사의 기증으로 2006년부터 도서관에 자리 잡게 되었다.
◇ 장공도서관 보존서고의 장서들. 『기장총회록』(좌)과 『사상계』(우)
◇ 늦봄이 전경연 박사님께 증정한 첫 시집 『새삼스런 하루』(1973). 전경연 박사가 장공도서관에 2006년에 기증했다.
문익환의 통일론 주제 박사논문도
▲문익환을 연구한 후학들
탐방을 마무리하며 학위논문이 배치된 3층 효촌애서당에 가보았다. 문익환 목사의 생애, 시, 신학, 사회운동, 통일운동 분야에 관한 연구가 많지는 않으나 최근(김영덕, 2023)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박사논문으로는 문익환의 통일론을 주제로 한 이유나(2009)의 연구도 있다. 더 많은 논문(원문)은 RISS 학술연구정보서비스(
🔗riss.kr)에서 볼 수 있다.
◇ 문익환에 관한 학위논문들(3층 효촌애서당)
※한신대 장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는 문익환 관련 학위논문
고영완(1995), 「늦봄 문익환의 생애와 사상」
박정철(1997), 「문익환의 시(詩)세계에 나타난 생명사상」
공헌배(2001), 「문익환목사와 통일운동 :'1989년 평양방문'을 중심으로」
김요섭(2006), 「늦봄 문익환 목사의 사회선교신학에 대한 연구」
이유나(2009), 「문익환의 통일론과 통일운동에 대한 연구」
이샛별(2018), 「문익환 목사 방북사건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루만의 체계이론 중심으로」
김영덕(2023), 「민중신학으로 본 문익환의 통일운동에 대한 연구」
여기에서는 넓은 의미로 도서관도 아카이브에 포함했다. 하지만 늦봄 아카이브와 같은 기록보존소와 달리 도서관은 더 많은 대중성과 이용자를 갖고 있다. 늦봄 아카이브 수장고지기로서 드는 생각은 이용자와 연구자가 사서에게 그러하듯이 아키비스트를 좀 귀찮게(?)해도 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자료를 찾으려 도서관을 방문할 때 관련 아카이브도 있는지 함께 검색해 보기를 권한다. 아카이브는 폐가식 도서관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기록을 알리고 싶은 마음만은 활짝 열려있다. (문익환 목사 자료 문의: 📧archive@unificationhouse.com)
<글: 박에바>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동적 내향인, ISTP.
월간 문익환_<이웃 아카이브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