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나와 늦봄>
통일의 집 사진작가 권산 (2023년 8월호)
내가 담는 사진들이 작은 선물이 되길...

ⓒ권산
ㅡ빛과 그림자 / 권산ㅡ
하늘에서 빛이 내리면
나는
그림자로 품으라
그대 사랑으로 품어보리라
※ 권산 (길위爱채플人 / 365봄)
-책 : <기다림의 은총으로> 사진연재 2021,
<기독교 세계 잡지>기독교역사기행 글, 사진 연재 2019
-주요 기획 : 시리아 爱봄 잊다-잇다
-서초교회 아트원 갤러리 초대전 2015 “언제 어디서나 숨쉬는 십자가”
-방영 : cbs 새롭게하소서
-강의 : 강북구 도시재생 프로젝트 흙을담다
길이 없는 곳에서 십자가(자연속에서 형성화된)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찾은 십자가들이 이젠 제 삶에 이정표가 되어 사랑 더하기를 하며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랑 진실을 전하는 채플人(예배하는 사람)으로 오늘도 살아가고픈 “365일 언제 어디서나 숨쉬는 십자가”를 담는 사진가 권산입니다.
자연 속에서 십자가 찾는 사진가 제가 지향하는 사진은 자연 속에서 십자가의 형틀을 찾고, 그것들을 하트같은 사랑의 상징으로 생각해서, “어디나 그 사랑이 있다”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며 거리에서 사랑을 나누는 사진가로 사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 거리에서 사랑을 나누는 사진가로 사는 것을 꿈꾸는 권산 작가 ⓒ권산
엉뚱하게 맺은 ‘통일의 집’ 인연
제가 통일의 집까지 온 길은 어쩌면 ‘잠꼬대처럼’ 엉뚱할 듯 합니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제 유년시절 교회학 교회선생님께서 십자가를 만드는 목수작가와 기획전을 한신 대학원에서 하기로 했는데 저에게 ‘책상 하나 정도되는 작은 코너’를 줄테니 한번 <십자가사진전>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서울 한신대학원’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되었고 거기서 대학원장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장님은 한신대를 위해 사진으로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구두로 나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한신대에서 자원봉사자처럼 행사사진을 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통일의 집’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11월 통일의 집 <월간문익환전> 개막식에서 열정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권산 작가.
데모 막던 의경시절, 문익환은 적대세력
낯선이름 ‘통일의 집’. 그리고 제가 제 방식대로 생각하고 있던 ‘문익환’. 저에게 각인된 ‘문익환’은 목사나 시인이 아닌 저의 적대세력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90년대 초 제가 데모를 막는 의경으로 근무했기 때문입니다. ‘통일의 집’을 다녀온 저는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한신대 관계자 분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통일의 집’을 또 가야 할텐데…그러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라는 핑계 김에 한신대 일을 그만 두고 내 작품활동이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총장님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한신대학원 예배당에서 ‘문동환 목사 장례예배’ 를 드려야 하니 저보고 꼭 와서 그 순서순서를 촬영 해달라고 부탁하시는 겁니다. 저는 마지못해 다시 한 발 한 발 그 자리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념이라는 가면’에 눈 멀어
사실 저는 그분들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적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보고 들은 ‘이념이 라는 가면’에 눈이 멀어 그들을 혐오하고 증오했었습니다. 하지만 ‘통일의 집’과 그 가족분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저를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 기억이 너무나 따뜻하게 나의 첫인상으로 남게되었습니다.
이젠 평화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이제는 이곳을 통해 보다 다정한 눈빛으로, 그리고 넓은 가슴으로, “평화의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그 꿈을 꾸며… 카메라를 들고 행사를 기록하는 일은 제게 마치 작은 선물을 드리는 마음입니다. 이곳에 오가는 모든 분들을 위해 마음을 담은 사진을 선물처럼 드리고 있습니 다.
비를 피하는 곳이 집보다 감옥이었던, 그리고 머물러 있는 곳이 아픔의 현장이었던 ‘길 위의 목회자’ 늦봄 문익환과 봄길 박용길. 두 분의 삶을 글과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통일의 집’ 일을 하면서 모란공원도 가보게 되고 그 곳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의 삶을 살다가 하늘품으로 돌아가신 수많은 분들의 사연도 하나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모란공원을 제 마음의 고향으로
제가 찾는 사랑과 진실, 그리고 십자가가 모란공원에 서 숨쉬고 있음을 알게 되고부터 마음愛 고향처럼 찾게 되었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은 늘 현실에서,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숨쉬는 분 같은데, 윤동주라는 역사 속의 인물과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된 후 어리둥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식이 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무지하면 누군가를 늘 죄인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이제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곳을 방문합니다. 무조건적으로 미워했던 증오를 용서해 달라는 마음으로. 제가 담는 작은 사진들이 누군가에게 ‘무지를 일깨워 주는 작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또 ‘통일의 집’을 거처가는 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내가 끝까지 가야 하는 십자가 순례의 길 여정에 이곳도 작은 쉼터로 저에게 는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늘 기쁨愛 작은 부활이 ‘통일의 집’에서 시작되길 기도하고 희망합니다. 이름 없이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저의 작은, 그러 나 소중한 사진들을 하나 하나 선물로 드릴 수 있도록 오늘도 그곳을 향해 걷겠습니다. 내게 ‘통일의 집’은 고향이며 내 가는 길을 밝혀주는 사랑愛등대입니다. 그리고 늦봄과 봄길이 숨쉬는 평화愛꽃길입니다.
언젠가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가 된다면 이곳이 쉼터가 될 것 입니다. 그러나 너무 긴 터널이기에 오늘도 가슴에 희망을 품고 걷고 또 걷습니다. 한 평에서 시작하여 넓은 가슴으로 사랑을 그리 고 희망을 품게 해주신 하나님과 한신대 관계자님 들과 통일의집 모든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월간 문익환_<나와 늦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