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그때 그곳>

문익환 통일의 집 (2023년 7월호)

평화가 피어나고 통일을 꿈꾸는 곳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의 어느 날 오후. 버스를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른다. 이름도 어여쁜 ‘가을단풍길’을 따라 조금 오를라치면 전봇대에 달려있는 반가운 표지판을 만난다. 문익환 통일의 집 45m. 골목으로 돌아들면 정면에 보이는 하얀색 대문. 그리고 정겨운 글씨로 쓰여있는 ‘통일의 집’ 현판. 
서울특별시 강북구 인수봉로 251-38. 평화가 피어나고, 통일을 꿈꾸는 곳, 바로 ‘문익환 통일의 집’이다. 
 
◇큰길 전봇대에 달린 표지판(왼쪽)과 박용길 장로가 쓴 통일의 집 현판.


사실 통일의 집을 처음으로 알게된 건 2021년 3월, 서울시 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에서 개설한 '디지털기록지원단' 강좌를 신청하면서였다. 강좌가 끝나던 그해 가을, 늦봄문익환아카이브 수장고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다.

아담한 주택가의 작은 전시공간이었지만, 1930년대의 성경이며 1940년대 문익환이 쓴 연애편지, 그리고 전쟁 중에 오고간 편지 등 여러 사료들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감생활과 관련된 여러 유품들이 마음속 깊이 다가왔다. 옥중편지들, 성명서, 당시의 현장 사진, 방북 관련 기록 등 늦봄의 정신을 기리고 실천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문익환 통일의 집’은 일생을 민족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문익환 목사의 삶의 자취를 보존하고 그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은 한국 근현대사의 귀중한 자료를 보존하고 연구하며 전시를 통해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공간이다.

1960년대 신축된 건물에 1970년대 문 목사 가족들이 이주해 거주하기 시작했고, 1994년 늦봄이 별세한 이후 부인 박용길 장로가 ‘통일의 집’이란 현판을 붙이고 일반에 공개했다. 2011년 박 장로가 타계한 이후 빈집에 유품만 남아있었지만, 2018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민 모금을 통해 건물을 복원하고 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기부자의 벽 ‘늦봄과 봄길의 벗들’. 2018년 유택 복원을 위해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정성을 모았다.

복원을 담당했던 자담건설 류현수 대표는 1997년 당시 비가 새는 낡은 집을  무상으로 수리를 했었던 (주)건설노동자 우리건설의 일원이었다. 20년이 지난  2018년에는 생전의 모습을 재현해서 유택보전과 자료 보존을 위한 박물관의 기능을 겸하는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다.
 
◇ 1990년대 초반(좌), 1997년 수리 후(가운데), 2018년 복원 이후(우) 통일의 집

늦은 오후 ‘통일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근처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 와 “안에 들어가서 둘러 봐라”고 권하신다. 그냥 “네” 하고 발길을 돌리려고 하자 “꼭 들어가 보라”고 다시 말씀 하신다. 그리고 “찬찬히 읽어 보라”고도 하신다.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시민 문화 공간이자 역사 교육의 장인 ‘통일의 집’. 동네 분들에게도 늦봄의 큰 뜻은 이미 그들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 통일의 집 마당. 2023년은 월간 문익환展이 전시 중이다.


<글: 오남경>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과 사색을 위한 숲길 산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 '문익환 통일의 집' 연혁

▲1960년대 서울시 도봉구 수유동 527-30에 상공부 주택으로 신축
▲1970년 문익환 목사와 가족들 거주하기 시작
▲1994년 늦봄 별세 후 부인 박용길 장로가 통일을 위한 토론과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통일의 집' 이라는 현판을 써 붙이고 일반에 공개
▲1997년 (주)건설노동자공동체 우리건설이 무상으로 집을 수리
▲2011년 박용길 장로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빈집에 유품만 남음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
▲2016년  ‘통일의 집'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사단법인 통일의 집' 발족
▲2018년 6월 1일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집을 복원하여 박물관으로 재개관
▲2021년 민주유공자의 집 명패 수여 받음
▲2022년 6월1일 가족들이 가옥을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에 기증 
▲2023년 3,100여 점의 옥중서신과 사진첩이 국가지정기록물 15호로 지정

[참고 자료]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홈페이지 http://unification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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