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나와 늦봄>

통일의 집 복원공사 이종필 (2023년 7월호)

대문 복원하기 위해 찾아본 한 장의 사진
늦봄이 내게 손 흔들어주는 것 같아 눈물 



◇ 문익환 통일의 집 복원 관련하여 인터뷰 중인 이종필 실장
ⓒ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유튜브 <🔗늦봄과 봄길의 보라색 대문: 3부> 화면캡처
 

조형미술가이자 자담건설 인테리어실장인 이종필 님은 2018년 문익환 통일의 집 복원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목수이기도 한 그는 통일의 집의 모든 진열장을 만들고 의자(스툴)를 직접 제작하여 통일의 집에 선물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현재까지 보수가 필요한 통일의 집의 곳곳을 살피고 있다. 현재 국경선평화학교 재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철원을 오가고 있다.
 

내 마음 속 그분도 ‘복원’

2018년 3월 5일. 철거 작업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합니다. 
공사 전에 계획을 세우며 여러번 검토를 하고 작업지시를 하지만 공사에는 항상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항상 작업자들의 움직임에 쉴 틈 없이 따라다니며 작업확인을 하다 보니 어느새 본 건물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복원 중인 문익환 통일의 집(사진 제공: 이종필)
  
 

후손들 증언-지난 사진 토대로 복원

깨끗하고 멋스러운 집으로 탈바꿈하는 게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면서 철거된 벽체와 바닥, 지붕에서 1970년대 문익환 목사님 가족들이 이 건물에 이사 오셨을 때의 지난 흔적을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50여 년이 지난 집은 여러 번의 증축과 수리를 하면서 당시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일반 주택이었기 때문에 자료도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사님 후손들의 증언을 토대로 70~80년대의 사진을 검토하고, 사진 속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작은 벽면의 이미지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이 사진 저 사진의 변화를 찾아보고 비교하면서 당시의 집안 분위기와 구조를 조금씩 유추해 보았습니다. 주변 집들과 비교하며 증축한 부분들을 조금씩 덜어내자 주택은 서서히 옛 모습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즐기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 빨간 벽돌집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 박용길 장로의 붓글씨 서체에 따라 조각하는 통일의 집 현판
 
 

80년대 방문 손잡이 찾으러 을지로 뒤져

잊지 못할 순간도 많았습니다. 
80년대 제작된 방문 손잡이를 찾아내기 위해 을지로 일대를 헤집고 돌아다니다가 찾아내고 좋아하던 일, 사진 구석에 작게 보이던 천장 몰딩을 찾아보면서 잃었던 퍼즐을 맞춰가던 일 등이 기억납니다.   
 
◇ 1988년, 집에서 성탄절을 보내는 문익환 목사(1988. 12. 25)
 
 

다시 나의 열정을 찾아준 사진 한 장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것은 대문을 복원하기 위해 보았던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이 대문 앞에서 손님을 배웅하며 손을 흔드는 사진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목사님이 마치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신 것 같아 사진을 바라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가슴이 먹먹해진 저는 그때 목사님이 어떤 의미로 나에게 손을 흔드신 걸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그동안 작은 공간들의 마감재를 찾거나 그 주변 공간들만을 보며 건물의 겉모습을 복원하고자 하던 생각에서 벗어나 내게 손을 흔들어 주신 문 목사님의 사상과 그분의 어른됨을 내 마음속에서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금 저의 열정을 찾게 해주신 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별세하기 전날 밤 대문까지 나와 지인들을 배웅하는 늦봄
 
📝 복원 관련 기록: 통일의 집 박물관 프로젝트 

마침 2018년은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작년 가을 늦봄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준비모임을 구성하였다. 지난 12월, 집에 있던 유품들을 자원봉사자들이 3일에 걸쳐 일일이 기록하고 포장하여 한신대에 옮겨두었다. 땅이 녹기 시작한 3월 5일 착공식을 가지고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방향은 문익환 목사가 살아계셨던 1990년대 초반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다. 박물관 요건에 필요한 방습, 보온, 냉방시설, 화재, 방범, 조명 등 박물관에 필요한 요건들을 갖춘 건물로 만들 예정이다.
<문익환 통일의 집 박물관 프로젝트>, 2018, (사)통일의집, 49-50쪽
<월간 문익환_나와 늦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