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이웃 아카이브 탐방>
미국 국가기록관리청(NARA) (2023년 6월호)
비밀해제 문건 속 늦봄의 흔적찾기
[편집자주] ‘이웃 아카이브 탐방’은 『월간 문익환: 시즌2』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연재코너로, 여러 온오프라인 아카이브에서 문익환 목사 관련 기록을 찾아보고 거기에서 발견한 기록을 소개하는 코너다. 늦봄 아카이브 밖에서 문익환 기록을 무사히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총 여덟 번의 여정을 통해 막막하지만 재밌고, 어렵지만 보람 있는 ‘아카이브 탐험, 신비의 세계’를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12억 쪽 비전자기록-795테라 전자기록 소장
▲미국 국가기록관리청(NARA)은 어떤 곳인가?
미국은 기록관리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기록관리 체계 또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미국의 국가기록원 격인 국가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은 1934년 설립된 독립 기관으로 ‘연방정부의 보존기록(archives) 관리, 대통령기록관 체제 관할, 박물관 운영, 교육 및 공공 프로그램 진행, 모든 정부기관의 기록관리 활동 감독, 타 연방 정부기관 기록의 한시 보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국가기록원, 2018). NARA는 42,000평(5,000,000ft³) 12억 쪽 상당의 비전자기록과 795TB의 전자기록을 소장하고 있으며 웹사이트(archive.gov)에서 아카이브 ‘카탈로그’를 제공하여 디지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3.1구국선언사건-양심수 관련 기록 등 기대
▲NARA에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늦봄 기록은?
문익환 목사는 1949년 8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유학을 시작했는데 이듬해 6.25가 발발하여 UN군의 통역관으로 전선에 뛰어들며 공적인 활동 흔적을 남겼다(
『월간 문익환』 2022년 6월호에서 통역관 Timothy Moon을 소개했다🔗). 이후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문익환, 문동환 두 형제가 구속되었을 때 캐나다 이민 중이었던 부모 문재린 목사, 김신묵 권사는 워싱턴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집회와 시위가 열렸을 때 참여하여 석방운동을 벌였다. 민주화와 통일 운동으로 문익환 목사가 수감 중일 때는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에서 응원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양심수에게 편지 쓰기 활동은 국제 앰네스티가 벌인 캠페인 중 하나였다. 1992년에는 퀘이커교단에 소속된 미국친우봉사회에서 문익환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일도 있었다.
◇판문점에서 통역관으로 활동할 당시 문익환이 찍은 사진(1951~1953)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민주화를 위한 집회에 참여한 문재린 목사(맨 왼쪽), 김신묵 권사(오른쪽 세 번째), 김재준 목사(맨 오른쪽) 등(1976)
◇문익환 목사 노벨 평화상 추천 영문 간행물(1992)
이상의 기록물이 나올만한 주제·키워드로 NARA의 아카이브 카탈로그(디지털 아카이브)에서 탐색을 시작했다. 구글 크롬으로 접속하면 한국어로 쉽게 번역할 수 있다. (archives.gov 접속 > REASERCH OUR RECORDS 메뉴 >
🔗Search the Catalog)
Korea, President 등 포괄적으로 검색해야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그 결과는?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판문점 Timothy’, ‘문익환 석방’, ‘한국 양심수’, ‘방북’, ‘문익환 노벨상’ 등의
구체적인 검색어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너무 방대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까? 기록 내용으로 검색이 안 될뿐더러, 문서철 제목이 ‘한국’, ‘북한’, ‘한국 대통령’ 등으로 포괄적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스캔되어 온라인에 공개된 파일은 소장 기록의 1.823%(약 2억 1300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도 크다. 결국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혹은 ‘잔디밭에서 바늘 찾기’ 식으로 검색 방법을 바꾸어야 했다.
‘문익환’이라는 검색어 대신 ‘한국 + 연도(예: Korea 1989)’로 검색하여 나온 기록 파일을 일일이 클릭해 보았다. 다행히 PDF 문서는 문자판독기능(OCR)을 지원하고 있어서 파일 내에서는 이름 검색이 가능했다. 수백 건의 파일을 들춰보고 시간 제약으로 더 이상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되었을 바로 그때, 마침내 ‘MOON IK-HWAN’을 포함하는 문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밀해제 공개된 문서 발견
▲고마워요, 정보자유공개법(FOIA)
발견한 문서는 ‘FOIA MARKER’라는 표지를 갖고 있는데 클린턴 대통령 아카이브에서 미국의 정보자유공개법(FOIA)에 근거한 요청으로 비밀해제, 공개가 된 것으로 보인다. ‘Raymond Mislock(조사관으로 추정)의 파일’이라는 문서철 안에 ‘한국’ 문서 40쪽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NARA 카탈로그(아카이브)에서 발견한 문익환 목사가 언급된 기사 ⓒNARA
1989년 8월 18일 로이터의 기사 내용을 조사관이 스크랩한 것으로, 임수경이 방북 후 안기부로 이동한 내용을 다루면서 문익환 목사의 수감을 언급한 것이다. 또 생각지 않게 같은 문서의 다른 페이지에서 문동환 목사의 흔적도 발견했다. AP통신의 1989년 8월 3일 기사 스크랩으로 서경원 의원의 방북과 관련하여 안기부 조사를 받은 일을 기술하고 있었다.
디지털 원문은 NARA 카탈로그 검색창에 문서번호(NAID) ‘42219652’를 입력하거나 다음의 주소로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https://catalog.archives.gov/id/42219652).
3.1구국선언 언급 문서 발견
▲NARA에서 만난 다른 기록들
문익환 목사 기록을 집중적으로 찾다가 생각지도 않게 발견한 흥미로운 기록을 두어 가지 소개한다.
첫 번째는 1976년 3월 9일 포드 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 녹취록인데 3.1민주구국선언 사건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을 알 수 있다.
“기자: 대통령은 서울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이 체포된 것을 알고 있습니까? 전직 관료들과 야당 지도자들이 체포된 것을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네센 대변인: 그것은 한국 내부의 문제입니다.
기자: 어떤 조치도 없나요?
네센 대변인: 그것은 한국 내부의 문제입니다.” (🔗NAID: 1671615, 11쪽)
두 번째는 방북사건으로 수감된 황석영 작가를 비롯하여 여러 구속자들을 소개하는 국제앰네스티의 간행물이다(1993. 8). 소개 마지막에 김두희 법무부 장관과 김영삼 대통령에게 석방 청원 편지를 쓰도록 안내하고 있다. 문익환 목사의 수감 때도 이런 식의 캠페인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기록이다.
“황석영 작가의 석방을 도웁시다.
-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황석영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청하는 서한 보내기
- 다른 사람들이 호소문을 쓰도록 격려하기
아래 주소로 호소문을 보내주세요.
김두희 법무부 장관(주소), 김영삼 대통령(주소)” (🔗NAID: 42219751, 42쪽)
◇Eleanor and Charles Fritsch가 문익환 목사에게 “우리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1978)
보존 중인 늦봄 문서는 반드시 더 있을 듯
▲NARA를 나서며
호기롭게 시작한 첫 번째 아카이브 여정에서는 간신히 한 건의 기록을 만났을 뿐이지만 미처 온라인상에서 발견하지 못했거나 혹은 비전자 기록으로만 수장고에 보존 중인 늦봄 관련 기록이 반드시 더 있을 것이다. 훗날 워싱턴에 있는 NARA에 직접 가서 열람하겠다는 소망을 품으며 아쉬움을 달래기로 한다.
<글: 박에바>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동적 내향인, ISTP.
[참고문헌]
국가기록원(2018). 『해외 내셔널 아카이브즈 전자기록관리 전략 자료집』
월간 문익환_<이웃 아카이브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