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8월 <옥중의 늦봄>

🈷️ 현장르포 : 늦봄 수감됐던 서울 구치소

서울구치소 병사 9호실,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9옥사 외부 전경- 문익환 목사가 실제로 수감되었던 옥사
 

11옥사에 문익환-문동환-김근태 전시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문익환 전시실


▲늦봄 세 차례 수감
문익환 목사가 1976년, 1978년, 1985년 세 차례 수감되었던 서울 구치소(서대문형무소 역사관)를 찾았다. 옥중 서신에 묘사된 실제로 수감되었던 9옥사는 들어갈 수 없었으나, 대신 11옥사에 문익환 목사의 전시실과 동생 문동환 목사의 전시실이 있었다. 이와 함께 아무도 꺾을 수 없는 민족의 저력으로 문익환 목사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적인 믿음을 준 김근태 전시실도 함께 그곳에 있었다. 혹독한 고문에 시달렸던 김근태가 수감됐던 방에는 문익환 목사가 수감 때 감옥에서 쓴 시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라는 제목의 시가 부인 박용길 장로의 필체로 전시되어 있다.

 

항일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 옥고 치러


▲서대문형무소는?
해방 전 서대문형무소에는 일제 강점기 식민 지배에 맞섰던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었다. 해방 후엔 유신독재와 군사 정권에 저항했던 민주화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렀다.
일본 제국주의가 지은 근대식 감옥으로 1908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이래 1912년 서대문감옥, 1923년 서대문형무소, 1945년 서울형무소, 1961년 서울교도소, 1967년 서울구치소로 여러 차례 이름이 바뀌었다. 1987년 11월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으로 이전된 후 폐쇄되었다. 이후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교훈으로 삼기 위해 1998년 11월 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개관하여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의 자유와 평화에 관한 신념을 기억하는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창이 높아 창밖을 내다보기 어려웠죠”


▲옥중편지에 묘사된 감방
그 9사가 가장 오래된 감옥 건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1907년 독일 사람의 설계로 일본인들이 한국 정부의 돈으로 한국 애국자들을 가두려고 지은 건물인 셈이죠. 서 목사의 방은 아래층 운동장으로 나가는 문 바로 곁의 방이었고, 내 방은 2층 3방이었지요. 그 후에 지은 감방들과 달리 9사의 방문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쇠문을 닫을 때 나는 쇳소리가 나지 않아서 문을 여닫는 것이 덜 신경을 건드리지요. (중략)한 평 남짓하지 않았을까요? 천장이 굉장히 높은데, 창이 아주 높이 달려 있어서 창으로 밖을 내다보기가 어려웠죠. 그러니까 여름에는 아래로 가라앉은 더운 기운이 빠지지 않아서 방안이 몹시 무더웠지요. 일제 시대에는 거기 유리가 끼워져 있었을 텐데, 얇은 비닐 한 벌 쳐놓았으니 겨울에는 한데서 지내는 셈이었죠. (옥중편지 1992. 3. 5)
 
그에게 무지무지한 고문을 가하여 관제 빨갱이로 날조하려는 전 정권의 폭력과 음모와의 싸움, 처절한 투쟁사 때문에 그는 오래 기억되고 알아야 할 사람이 되었다. 그는 풀려나는 길로 민족사의 흐름 한복판에 서서 민주화의 이론가요 행동가로 없어서는 안 될 몇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그가 민주화의 문에서 민족통일의 문을 향하는 민족사의 선두에 서게 되리라는 것도 의심할 나위가 없다. (김근태 동지를 알자 1987.7.28)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문익환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밤새 죽어 쓰러져 있다가도 아침만 되면
꿈틀꿈틀 일어나 앉아 눈을 빛내던 방이란다

인재근의 고운 얼굴 아른거리지 않았더라면
해파리처럼 풀어지고 말았을 몸
죽음을 깔아뭉개며 아침마다 되살아나던
근태의 방이란다

동댕이처진 신념 손톱 끝에만은 남아 있어
곤두박히는 나락을 쥐어뜯으며 기어오르던
서울구치소 병사 9호실
근태의 방이란다

1986년 5월 31일 토요일 근태를 이감시키고 
그의 흔적을 지우려고 새로 말끔히 페인트칠을 했다지만
어쩌리오 창문 틀에 남아 있는 근태의 손톱자죽을 
철창에서 풍겨오는 그의 입김을
철창 너머 푸른 하늘에서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의 두 눈을

눈만 감으면 나는
바람으로 풀어져 울며 울며 펄럭인다
근태가 휘두르던 깃발로
민중의 깃발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문익환 전시실의  “꿈은 가두지 못한다" 설치 미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문동환 전시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김근태 기념실 문에 있는 문익환 목사의 시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박용길 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김근태 전시실
 
◇행사장에서 박수치며 춤추고 있는 문익환 목사와 김근태 의장, 전창일, 지선 스님


<글: 오남경>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과 사색을 위한 숲길 산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참고문헌]
문익환 옥중 편지
문익환 (1999). 『문익환 전집 6권,수필』. 사계절
문익환 (1989). 『두 하늘 한 하늘』. 창작과비평사 :창비시선 75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홈페이지 https://sphh.sscmc.or.kr/hall/hallview_01.php 

월간 문익환_8월 <옥중의 늦봄>